유튜버 쯔양도 와서 전메뉴 털고 갔다는 용산 돈까스산골녹차냉면
날이 무척 추워졌다. 아마 요즘이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아마 올 겨울 지금 추위가 마지막 추위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곧 2월이 다가오고 명절만 지나면 곧 3월이다. 3월이면 봄이 시작되는 때인데, 꽃샘추위가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덜 춥겠다. 그리고 그때는 옷이 그만큼 얇아졌기 때문에 추위를 더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지금 추위가 너무 추워서 싫긴 한데 그렇게 또 딱히 싫지도 않다. 어차피 금방 끝날 것을 알기 때문에. 근데 참 이상하게도,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한치한을 추구할 때가 있다. 이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뭔가 계속해서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더라. 그래서 주변에 갈만한 곳을 찾았고, 딱 눈에 띄는 곳이 있어서 이렇게 다녀와봤다.
이 가게 역시 우연한 계기로 발견하게 되었다. 지나가다가 뭔가 주변에 상권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 큰 간판으로 식당이 운영되고 있었다. 상호명도 꽤나 직관적이었다. '돈까스산골녹차냉면' 딱히 메뉴판을 보지 않아도,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알 수 있었다. 근데 내부에도 사람이 꽤 많더라. 저기 장사 잘 되는 곳이구나 싶어 다음에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돈까스와 냉면도 꽤나 조합이 괜찮다. 두 개를 동시에 먹을 때 나름 그 합이 잘 맞는다. 뭔가 짜장면 탕수육처럼, 쫄면과 군만두처럼 말이다. 따로따로 먹어도 좋고, 냉면 위에 돈까스를 올려 먹어도 은근 별미이다. 그래서 그 메뉴가 먹고 싶을 때 가봐야겠다고 나름 세이브를 해두었는데, 그날이 이날이었고 이렇게 다녀와봤다.
일단 여기 그냥 돈까스가 아니고, 경양식 돈까스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문을 하면 이렇게 스프가 먼저 나오더라. 여기의 경우 테이블은 적당히 있는 편이다. 근데 테이블 간의 거리가 좀 있어서 상대적으로 좀 덜 복잡한 기분이 든다. 다만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서 막 조용하고 차분하진 않겠다. 그렇다고 해서 웨이팅이 생기는 그런 가게는 아니었다. 별도 배달도 따로 운영하는 것 같은데, 홀 손님 말고도 계속해서 배달이 나가더라. 전체적으로 딱 장사 잘 되는 동네 음식점 느낌이었다. 반찬은 딱 깍두기 하나만 나오는데, 돈까스 나올 때 한 그릇에 여러 가지가 담겨 있어서 밑반찬이 딱 이거 하나라고 볼 순 없겠다. 그렇게 식전에 차가운 속을 따끈따끈한 스프로 달래주고 있으면 메인 메뉴가 나온다.
24년째 운영 중인, 돈까스와 냉면 딱 두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효창공원 맛집. 사실 여기 다른 메뉴가 1~2가지 더 있긴 하다. 근데 그 메뉴들은 시즌성이 있기도 하고, 사이드 느낌이 있어서 진짜 메인 메뉴는 이 두 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 많은 분들이 녹차냉면이 생소하실 것으로 보인다. 근데 딱 면 색깔만 봐도 다른 곳과 다름을 알 수 있겠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먹으면서 그 녹차만의 쌉싸름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사실 모르고 먹었으면 그냥 색깔만 좀 다르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런 맛이다. 근데 개인적으로 뭔가 면발만 이렇게 색깔이 달라도, 여긴 좀 특별하구나 싶어서 뭔가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초록색이라는 컬러 자체가 음식과는 종종 안 어울릴 수도 있겠다 싶은데 여긴 괜찮은 느낌이었다.
근데 여기 다녀오고 나서 이제야 알았다. 사실 처음에 면 양이 부족한 것 아닐까 싶었다. 일행과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을 생각이었는데 돈까스는 뭐 이런 왕돈까스 스타일이라 생각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냉면은 양이 좀 부족하게 느껴졌다. 근데 알고 보니 여기 면 사리도 점심시간 한정으로 무료 추가가 되는 것이었구나. 그럼 비빔냉면의 경우 알아서 소스도 주시겠지? 만약 아니라면 면만 먹을 순 없으니 말이다. 그 부분을 이제야 알았다. 이래서 역시 처음 가는 가게는 메뉴판을 잘 살펴보긴 해야 한다. 아니면 리뷰라도 보거나. 사실 이날 돈까스보다는 냉면에 더 손이 많이 가서 이 부분이 아쉽다. 밥 무료 리필 가능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흰쌀밥은 살찌는 지름길이니 굳이 욕심내진 않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모든 메뉴가 나와서, 유튜버 쯔양도 왔다가 전메뉴 털고 갔다는 용산 효창공원 맛집 돈까스산골녹차냉면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돈까스의 경우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평범한 돈까스 그 자체였다. 적당히 바삭하게 튀겨져 있고, 소스 달달하니 자극 없는 맛이고. 마카로니와 양배추 샐러드도 이럴 때 함께 먹으면 은근 별미고 밥의 경우 조금 부족한듯이 툭 올려져 있고. 정말 그냥 오래된 돈까스 집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경양식 돈까스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 이런 맛을 원할 경우 이 가게에 오면 되겠다. 가끔 클래식한 것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즘 워낙 다양하니까. 근데 여긴 딱 예전 느낌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담 없이, 그리운 맛을 즐길 수 있는 가게라 말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별미는 이 녹차냉면이었다. 사실 이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디에선가 먹어봤을 순 있겠으나, 이렇게 이름 그 자체가 녹차냉면은 이날 처음 먹어봤다. 면발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자체로 특별한 뭔가를 느끼진 못했다. 근데 여기 양념이 제대로였다. 일행이 처음에 소스를 넣고 비벼서, 뭐뭐 넣었냐고 물어봤다. 한입 먹고 워낙 맛있어서 말이다. 근데 식초 조금 넣은 거 말고는 아무것도 안 넣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여기 그냥 소스 자체가 맛있구나 싶었다. 매운맛은 아닌데 감칠맛 있게 계속해서 손이 가는 맛이었다. 특별히 강한 맛이 없다 보니 돈까스랑 조화도 괜찮았다. 하나의 맛이 다른 맛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둘이 어울리는 맛이었다. 두 개 시켜서 나눠 먹기 딱 좋은 조합이랄까. 확실히 한 곳에서 24년째 운영 중인 이유를 알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