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사르르 몸을 녹여주는 뜨끈뜨끈한 곰탕

디프_ 2023. 10. 25. 21:33
확실히 국밥 집들은 김치가 맛있어야 맛집이다

 

사실 어느 가게에 갔을 때 메뉴가 다양한 것보다 정말 단일 메뉴 하나만 판매하는 곳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뭐 여러 메뉴를 판매하면 그 가게는 맛집이 아니다 이런 논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다 잘하니까. 하나가 맛있으면 전체적으로 다 맛있겠다. 다만 여러 메뉴를 판매하는 곳들이 뭐 하나 뚜렷한 것 없이 여러 개를 판매하니까 그런 인식이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말하면서도 뭔가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가 다르다. 아무튼 내가 단일 메뉴만 판매하는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그런 곳에 가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다. 특히 혼밥을 할 경우에 이 메뉴 저 메뉴 다 먹어보고 싶은데 먹을 수 없어서 아쉽다. 그런 아쉬운 감정보다는 오히려 단일 메뉴만 팔아서 다 먹고 나오는 것이 마음 편하다.

 

오늘 소개할 이 곰탕 집의 경우에는 순대국부터해서 순댓국, 육개장까지 나름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다. 근데 이 메뉴들 사이에도 나름 공통점이 있었다. 아마 기본 베이스가 동일한 육수를 쓰셨을 것이다. 그 육수에 어떤 양념과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것이겠다. 그리고 나오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일단 김치나 깍두기 같은 밑반찬은 테이블에 놓여진 것이니 동일할 테고, 다 이렇게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아 육개장은 다르게 나왔었나? 아니다. 똑같이 나왔던 것 같다. 갑자기 자세히 기억이 안 나네. 여기 올 때마다 곰탕을 주로 먹어서인지 이 메뉴만 생각이 난다. 아무튼 여기 이렇게 손님 테이블에 올라온 상태에서도 저렇게 안이 안 보일 정도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상태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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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기서 먹을 때 입 안이 데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음식 먹을 때 나름 조심해서 먹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 조심히 먹다가 입 안이 데이는 것 같다. 조심히 먹는다기보단 겁이 많다고 해야하나. 이게 조금씩 떠서 먹으면 되는데, 괜히 뜨거울 것을 지레 짐작해서 천천히 먹는 것이 아니라 후딱 입 안에 넣어버린다. 그니까 숟가락을 안에 넣고 빨리 털어 버린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뜨거운 것이 확 들어오니까 막 뱉을 정도로 뜨겁진 않은데 나중에 다 먹고 나면 입 안이 데어있다. 근데 잘 안 그러긴 하는데 이 집에 올 때는 꼭 그렇다. 확실히 다른 나오는 곳들보다 더 뜨겁게 나오는 것 같긴 하다. 확실히 여기도 여기만의 매력이 있겠다. 그러니 점심시간마다 이렇게 사람이 꽉 차지.

 

사르르 몸을 녹여주는 뜨끈뜨끈한 곰탕의 열기가 밥을 넣고 나면 좀 식는다. 밥도 차가운 밥은 아닌데 확실히 끓는 물보다는 차갑겠다. 그 다음에 개인적으로 바로 먹기보단 후추를 좀 넣어서 먹는 편이다. 그렇게 후추를 넣은 다음에 국밥 먹듯이 숟가락으로 먹는다. 그럼 한 숟갈씩 뜰 때마다 이렇게 안에 숨어있던 고기들이 같이 올라온다. 이 고기를 한 번에 먹기도 하고, 따로 소스에 찍어서 먹기도 한다. 밥 한 공기가 있을 때 반 공기는 따로따로 먹고, 나머지 반 공기는 말아서 먹으면 딱 좋다. 그 이상은 과식인 것 같고. 국물 자체는 비주얼에서 보이듯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맑은 베이스다. 먹고 나면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지 담백하고 텁텁한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좀 개운하게 먹을 수 있다.

 

밑반찬은 심플하다. 테이블마다 놓여진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곰탕 안에 넣어서 먹을 당면과 절임 마늘과 고추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절임 마늘은 좀 하드한 느낌이 있어서 안 먹고, 저 고추는 굉장히 좋아한다. 초밥 집에 가서도 저게 있으면 꼭 초밥 한 피스 먹고 저걸 먹는다. 물론 그때는 생강이랑 그런 것도 잘 먹는다. 뭔가 입 안이 리프레시 되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김치와 깍두기, 고기를 올려서 열심히 먹었다. 확실히 날이 추워지면 이렇게 뜨끈뜨끈한 국물이 몸 안으로 들어가주면 좋다. 적어도 그 순간엔 몸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랄까. 물론 그때 좀 30분 정도라도 잠을 자주면 좋긴 한데 대부분 그게 쉽진 않겠다. 주말엔 또 그런 기분을 느끼긴 힘들고. 뭐 근데 항상 돌이켜보면 궁핍해 있을 때 갈증이 나는 것 같긴 하다.

개인적으로 김치보단 깍두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 먹고 나서 나중에 깍두기만 조금 더 잘라서 곰탕 마무리를 해주었다. 확실히 국밥 집들은 김치가 맛있어야 맛집으로 인정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잘하는 가게들은 기성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 담그시더라. 가게가 잘 돼서 직접 담그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담그기 때문에 가게가 잘 된 것이라 생각한다. 국물이 탁하고 순대와 각종 내장들이 들어가 있는 순대국밥이나 돼지국밥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깔끔하게 곰탕을 먹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당면까지 있어서 먹는 재미도 있고 심플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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