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고양이가 지키고 있는 횟집에서 먹는 알탕과 자반구이

디프_ 2023. 10. 23. 20:26
백반 스타일로 점심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대포항 회

 

티스토리에 새로운 기능이 생겼다. 응원하기로 창작자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기능인 것 같다. 사실 뭐 나에게 큰 해당 사항은 없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뭔가 새로운 동기부여가 살짝은 되는 것 같다. 실제로 나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오겠지.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 요즘 날이 부쩍 추워졌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제 10월 중순이 조금 지난 이제부터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사실 매번 새로운 시작이긴 한데 이번엔 마음가짐을 제대로 먹어야겠다. 왜냐하면 진짜 새로운 시작이니까. 사실 뭘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마음가짐을 이렇게 먹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겠다. 결과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냥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되겠다.

 

언젠가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조금 신기한 집을 소개해볼까 한다. 사실 여기 매번 지나치기만 하고 안에 들어갈 생각은 못했다. 뭔가 그냥 점심으로 가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근데 주변에 웬만한 가게들은 다 가봤고 안 가 본 곳을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여기도 점심 장사를 하는 것 같으니, 백반처럼 점심 메뉴가 뭔가는 있겠지 싶었고 안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한 메뉴에 만원 정도 되는 가격으로 여러 점심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고 그렇게 뭘 먹을까 하다가 알탕과 자반구이를 골랐다. 사실 처음에 삼치를 먹을까 하다가 지금 그게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이렇게 자반구이로 픽했다. 사실 둘 중에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나름 고민이 덜어져 다행이다 싶었다.

 

밑반찬이 심플하게 나왔다. 백반처럼 가득하진 않더라도 하나씩 맛보면 좋을 정도였다. 간이 적절해서 뭔가 내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밑반찬만 먹어봐도 뭔가 맛있음이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여기가 그랬다. 그래서 뭔가 메인이 나오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냥 사장님 자체가 요리를 잘하시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적당히 쉬면서 메인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내 뒤가 궁금해졌다. 문이 닫혀져 있었는데 안에 사람이 있나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열어볼까 했는데 그 타이밍에 사장님이 음식을 가지고 나오셨다. 그러면서 '왜요? 고양이가 문을 열어요?' 이러셨다. 그래서 내가 여기 안에 고양이가 있냐고 여쭤보니, 안에 고양이가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봐도 되냐고 여쭤본 뒤에 허락을 맡고 안을 봐보니 고양이가 딱 저 박스 안에 들어가 있었다. 자기 몸을 저기에 맞춘 것인지 정말 딱 사이즈 맞게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바닥이 따뜻한지 반쯤 졸고 있는 눈처럼 보였는데 꽤나 순했다. 사장님께서 말을 많이 거는 얘라고 순한 얘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냐옹 해보니 바로 같이 말해주더라. 신기했다. 원래 저렇게 안에 있기도 하고 나중에 자기가 문을 열고 나오기도 한다고 그러셨다. 참 신기했다. 그렇게 잠깐 놀아준 뒤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여기는 고양이가 지키고 있는 용산 대포항 횟집이다. 알탕과 자반구이 두 가지 메뉴가 나오니 한 테이블이 꽉 찼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알탕은 2인이서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적당했고, 자반구이 역시 둘이서 반쪽씩 편하게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나왔다. 이렇게 노릇노릇하게 굽는 것은 집에선 힘들고 밖에서 사 먹을 때만 만날 수 있는 비주얼이다. 이 가게를 왜 이제야 왔지?

 

고기 살 자체가 실했다. 사실 고기 살이 얇거나 그러면 열심히 생선 가시를 바른 기분이 안 난다. 오히려 더 노동을 한 느낌이랄까. 근데 여긴 가시도 잘 바를 수 있도록 나눠주셨고 바로 살코기만 뜯으면 이렇게 큼지막하게 나오니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았다. 이렇게 간장에 콕 찍어서 흰 쌀밥과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알탕의 경우에도 알이 그냥 세네 개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먹을 수 있도록 실하게 많이 들어있었다. 사이즈도 크고. 사실 점심 값 기준으로 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긴 한데 여긴 그 값어치를 충분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혼자 먹어도 괜찮은데 둘이서 이 메뉴를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나오니까 더 괜찮게 느껴졌다. 혼자 왔을 때 보다 즐거움이 배가 되어 가격도 착하게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전체적인 구성은 간단하지만 내용은 알찼다. 밥도둑이라 표현하면 좀 이상하긴 하겠지만 정말 전체적으로 밥도둑이었다.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었다. 중간중간 알탕 국물을 먹어주니, 날도 쌀쌀한데 뜨끈뜨끈하고 적당히 매콤한 것이 기분이 좋았다. 자반구이는 담백하고. 뭔가 나름 고소하고 짭조름한 조합이기도 했다. 또 감칠맛을 살려주는 밑반찬도 곁들여주고. 전체적으로 조합이 좋았다. 점심만 전문으로 하는 집들보다 오히려 이런 가게들에 왔을 때 더 만족스럽게 먹는 경우가 있다. 여기 용산 대포항 회가 그런 곳이었다. 또 여기 터줏대감 고양이가 즐거움을 주기도 했고. 다음에도 여길 또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때도 고양이랑 인사 좀 해야겠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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