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가볍게 해결하기 좋은 낙지덮밥의 매력
요즘 날이 선선해진 관계로 해산물을 다시 잘 즐기고 있다. 사실 더웠을 때 먹고 싶었는데 꾹꾹 참았다. 이렇게 말하면 해산물을 굉장히 잘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멍게나 굴, 해삼 등은 잘 먹지 못하고 그나마 회 종류도 연어나 광어, 우럭 같은 것을 좋아한다. 그냥 맛 자체가 무난하고 괜찮더라. 여기서도 전어나 이런 것은 또 잘 못 먹는다. 생선구이는 대체적으로 좋아하긴 하는데 가시 바르기가 힘들어서 잘 안 먹는다. 내 기준 분명히 가시를 다 없앴는데 먹다 보면 가시가 나와 밥까지 같이 뱉어버리게 된다. 진짜 생선을 잘 모른다. 그래서 먹기 편한 초밥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름 초밥을 먹을 때는 다양한 종류를 잘 즐기는 편이다. 실제로 맛있기도 하고.
아무튼 이렇게 해산물이 맛있어지는 가을철이 왔기 때문에 이렇게 굴국밥 전문점에 와서 오랜만에 낙지덮밥을 주문해 봤다. 사실 여기에 와서 이전에 제육덮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 덮밥이 나름 괜찮았어서 먹고 싶었다. 진짜를 즐기려면 여기 상호명 타이틀처럼 굴국밥을 즐겨줘야 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굴은 나에게 하드코어 하다. 나름 익혀서 먹으면 괜찮긴 한데 그래도 뭔가 섣불리 도전하지 않게 되더라. 굴 매니아들은 좋아하는 그 특유의 향이 나에겐 너무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도 해산물 전문점에서 먹어보는 낙지덮밥이니까 그렇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겠다. 뭐 제육덮밥도 맛있었고 구성도 좋았으니 낙지덮밥은 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아삭한 양파와 풋고추, 겉절이를 즐기고 있었다. 사실 뭔가 메인 메뉴가 나오면 식사를 딱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나오기 전에 밑반찬으로 1차전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의 경우 후자다. 밑반찬이 나오면 일단 하나라도 먹고 본다. 뭔가 입안의 감칠맛을 살리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배가 고파서 먹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젓가락이 저절로 가더라. 근데 내가 아는 지인의 경우 메인 메뉴가 나오지 않으면 절대 손을 대지 않더라. 배가 고프더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하나씩 먹는 나를 신기해했다. 정말 사람마다 먹는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 그래서 뭐든 잘 맞는 사람을 찾거나 맞춰나가는 것이 최고인 것 같기도 하다.
나오자마자 열심히 비볐다. 그래도 여기 낙지덮밥이 매력적인 것이 그냥 낙지만 무심하게 툭 올라가 있지 않다. 양념과 함께 아삭아삭한 식감과 달짝지근한 맛을 살려주는 양배추와 함께 콩나물이 같이 들어있었다. 이런 것들도 해산물에 들어가면 시원한 국물 맛을 나타내주는데 여기서도 큰 역할을 했다. 먹으면 먹을 수록 단맛을 나타내주니까. 일행의 경우에는 굴 매니아이기 때문에 굴국밥을 시켜서 먹었다. 저렇게 뚝배기에 안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오는 것을 보면 요즘 같이 시원하면서도 일교차가 큰 날씨에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래도 괜히 배고플 때 입맛에 안 맞으면 슬프니까 조만간 순대국을 먹으러 가야겠다. 생각해 보니 요즘 순대국 안 먹은 지도 오래됐다. 국물을 안 즐기고 있네.
한입 크게 낙지덮밥을 즐겨주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양파에 쌈장 콕 찍어서 먹어주었다. 사실 양파와 마늘이 개인적으로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쌈장과 너무 잘 어울린다. 예전엔 저런 것들 생각 안하고 그냥 막 먹고 그랬는데, 냄새가 오래간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편하게 먹기가 쉽지 않더라. 막상 먹어도 별 상관도 없을 텐데 그냥 의식이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이렇게 같이 나온 미역국도 먹어주었다. 뜨겁지 않아 아쉽긴 했는데 국물 자체의 깊은 맛으로 괜찮았다. 여기 해산물 전문점이기 때문에 국물 자체도 기본적으로 바다의 향과 깊은 맛 등이 담겨져 있겠다. 맑은 베이스라 한번 먹고 나면 깔끔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뭔가 여기 백반집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한 끼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나의 경우 이날 매콤낙지덮밥을 먹었지만, 이렇게 굴국밥 사진도 보여주는 이유는 아마 대부분 이 포스팅을 보고 여길 가시게 된다면 저 굴국밥을 드시지 않을까 싶어서다. 굴 알맹이 자체가 저렇게 큼지막하게 들어있으니 아마 먹어보시면 후회는 안하실 것이다. 어딜 가면 알맹이 자체가 굉장히 작게 들어가 있어서 이게 뭔가 싶은 곳도 있는데 여긴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치가 구석에 있고 주변이 식당권이 아니더라도 점심에 사람들로 가득 차는 것이겠다. 아 그리고 낙지덮밥에도 낙지가 실하게 들어있었다. 한 숟가락 뜰 때마다 낙지를 같이 즐길 수 있었다. 어딜 가면 조절해서 먹어야 하는데. 여긴 9천 원의 값어치만큼 합리적으로 재료들을 담아 손님에게 내어주는 것 같았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