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적성면에 위치해 아는 사람들만 찾고 있다는 베이커리 카페 삼성당
날은 엄청 좋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이다. 그래도 쓰러지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기에 꾸역꾸역 할 일들을 했다. 근데 카페 간 것도 할 일로 쳐야 하나? 뭐 그래도 나름 일정을 미리 짠 것이니까, 갑자기 움직인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근데 여길 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밥을 먹다가 커피 한잔할 생각이 났고, 친구가 여기 근처에 유명한 빵집이 있다고 자기 자주 간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거기 가서 커피 한잔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바로 실내에서 쉴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 장맛비가 끝나면 선선한 가을이 올 것 같은데 이때만 하더라도 낮 기온이 30도는 기본으로 넘어가는 아주 무더운 날씨였다. 그래서 내가 더위를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여기는 파주 적성면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 삼성당이라는 곳이다. 이름만 들어보면 성심당이라는 곳이 떠오른다. 물론 매출이나 규모가 거기와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여기도 잘 되어있었다. 내가 파주 동네 자체를 오랜만에 가기도 하고 적성면이라는 곳은 처음 와봐서 그럴 수 있는데 이 동네에 대한 느낌 치고는 규모가 꽤 컸다. 조금 살펴보니 여기 군인들도 많이 오고 별도 할인도 있고, 나름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생각이 나면 들리는 곳으로 유명해진 것 같았다. 아무리 지방이라고 해도 규모가 어느정도 되었으니 대충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머무르는 시간 내내 그래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더라. 물론 의자가 많아 장소가 부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딱 방금 밥을 먹고 왔기 때문에 음료수는 마실 수 있어도 디저트까지는 괜찮았다. 사실 이런 상태에서는 음료수만 먹어도 배가 부르더라. 개인적으로 음료수 배는 따로 있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엔 커피도 포함이다. 근데 여기 삼성당 제과제빵 40년 장인이 만드는 소금빵을 안 먹어볼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소금빵 매니아인데 정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양심상 적당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두 종류만 고른 뒤에 자리로 돌아왔다. 하나하나 비쥬얼이 너무 좋았고 애초에 카페 안에 들어올 때부터 은은하게 퍼지는 그 버터향이라고 해야 하나. 그 고소한 냄새들이 퍼져서 안 먹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맛만 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따 일해야 하니까.
사실 밥만 안 먹었어도 팥빙수까지 먹는 것이었는데 그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각자 마실 음료수 하나와 빵 하나씩을 주문했다. 그리고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쉬고 있었다. 근데 여기 인테리어를 나름 섹터를 나누어 각기 다른 느낌으로 표현을 해주고 계셨다. 한눈에 전체가 보이기 때문에 딱 이색적이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부에 신경을 쓴 모습이 좋았다. 뭔가 하나를 신경 쓰면 그 신경쓴만큼 제대로 한 느낌이 들어 좋다. 사실 최근에 어느 카페를 갔는데, 빨대를 꽂아줄 때 요즘은 아래 비닐 부분은 버리고 윗 비닐 부분은 남겨주는 곳이 많다. 근데 그 카페는 그 비닐도 없이 꽂아주시고 심지어 주실 때 손바닥으로 빨대를 아래로 눌러주시더라. 그런 디테일이 나한텐 너무나 아쉽다.
그렇게 주문한 마늘빵과 소금빵, 그리고 커피가 나왔다. 원래 요즘 단맛을 조금씩 줄이고 있어서 연유라떼도 안 먹는 편인데 이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달달함이 들어가야 했다. 카페인도 마찬가지고. 오랜만에 먹으니 확실히 달달하니 맛있더라. 그래도 이날 주인공은 커피가 아니니까. 제과제빵 40년 장인이 매일 만드는 푹신푹신한 소금빵 맛이 너무 궁금했고 바로 먹어보았다. 사실 소금빵의 진짜 매력은 저렇게 소금 알갱이가 위에 콕콕 박혀있는 저 부분이라 생각한다. 저기 말고 안 쪽 자체에 소금의 짠맛이 살아있는 빵은 많이 보지 못했다. 근데 실제로 전체적으로 짠맛이 살아있어 고소함과 짠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곳이 있었는데 그런 곳은 아직 두세곳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방문한 곳은 적어도 50군데는 넘은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 곳들이 기억에 남는다. 진짜 내 스타일이었는데!
여기도 느낌은 비슷했다. 안까지 짭조름하지 않았다. 근데 식감 좋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나름 겉바속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좋았다. 근데 이날 이 마늘빵도 나름 히든이었다. 안에는 달달한 크림들이 같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 빵이야 말로 겉에를 한 번 더 구우셨는지 굉장히 바삭했다. 그래서 그 겉바속촉 단짠단짠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내가 마늘을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속으로 소금빵이 이정도의 자극을 조금만 더 따라갔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근데 대부분 나처럼 간이 센 맛을 좋아하기보단, 삼삼한 디저트와 함께 담백한 커피를 즐기길 원하시니까 내가 대중적이진 않겠다. 그래도 퉁퉁하게 부풀어 오른 소금빵을 달달한 커피와 함께 오랜만에 잘 먹었다. 이게 정말 주말이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