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앉아서 먹을만한 곳은 없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도쿄 제과점 Laekker
이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냐면, 한번 하기로 했으면 어떻게든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결론은 결론이니까. 그니까 그냥 흘려보내며 잊어버리거나 그러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끔은 그냥 잊을 때도 있어야 하는데 성격상 그러지 못하더라. 물론 그런 것도 당연히 살면서 있겠지만, 애초에 그렇게 잊혀질 것이었으면 그리 많은 고민도 하지 않은 것이겠다. 오늘 소개할 곳이 나름 그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처음 도쿄에 놀러 왔을 때 여기 근처에 왔었다. 디저트를 먹고 싶었고, 구글맵을 열심히 서치해봤다. 그렇게 평점도 좋고 리뷰도 좋은 곳을 발견하였고, 매장 앞까지 가봤는데 매장 휴무일이었다. 사실 휴무일인 것을 알고도 그냥 가봤다. 구글맵은 틀린 정보가 많으니까.
그런데 정말 여길 와보고 싶었다. 일단 흔한 빵집이 아니고 제과점이었다. 내가 요즘 제과점에 빠져있으니까, 빵집 보단 이런 스타일을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도 아니고 도쿄니까 뭔가 더 특별함을 기대하게 되었다. 근데 문을 닫았으니 뭐 나로서는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또 다음 도쿄 여행을 오게 되었을 때 이 근처를 올 일이 있었다. 사실 여기 자체를 올 일이 별로 없는데 정말 매장 하나 때문에 오게 된다. 주변에 딱히 뭐도 없는데 그 매장 하나 때문에 오게 되더라. 물론 처음 왔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얻은게 있어서 다행이지만. 아마 다음에는 또 올지 안 올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그 옷가게 말고, 여기 디저트 가게 말고도 다른 니즈가 있어야 오지 않을까. 아무튼 이렇게 다시 왔을 때 그때 못 갔던 이 가게가 생각났다. 근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근처에 검색해 보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바로 검색을 하였고,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주 4일만 운영하고 재료 소진하면 문 닫는 도쿄의 어느 제과점 Laekker. 일단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매장 앞으로 갔다. 어차피 여기 근처에 있을 것이니까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했다. 다행히 문을 연 상태였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내 상상은 뭔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었는데 아니더라. 그냥 매장에서 사간 뒤에 포장을 해가는 구조였다. 이날 좀 많이 걸어서 앉아서 편하게 쉬면서 디저트를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니. 그래서 혹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여쭤보았는데, 밖에 저기에 좁게 앉는 공간이 있다고 했다. 식물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는데, 의자처럼 앉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고 그냥 먹을 거면 여기서 먹고 가도 된다는 느낌의 그런 장소였다. 나에겐 아주 좋은 공간이었다.
그렇게 내가 먹고 싶은 맛 하나와 사장님께 추천을 받은 메뉴 하나를 골랐다. 사실 처음 가는 곳에 가면 꼭 사장님 추천을 받아보는 편이다. 뭔가 이미 내가 먹고 싶은 맛은 비쥬얼을 통해 하나 픽했으니, 여기 시그니처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야 여기가 왜 유명해졌는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내가 고른 메뉴가 실패했을 때 약간 보험 같은 차원에서도. 아무튼 그렇게 커피도 한잔 주문해서 이렇게 바로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디카페인도 있어서 마음 편하게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정말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매장 규모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다. 굉장히 좁다. 근데 내가 포장하는 순간에도 여러 명이 왔고, 이 앞에서 약 2~30분 정도 앉아 디저트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포장 손님이 많더라. 그리고 대부분 다 단골처럼 보였다. 따로 뭐 고민하시는 것 없이 메뉴를 바로바로 픽하시더라.
다만 나처럼 앉아서 음식을 즐기는 손님들은 없었다. 근데 나조차도 만약 이 근처에 뭔가 따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거기로 갔을 것 같다. 사실 이 공간 자체도 햇살도 비치고 나쁘지 않았다. 골목 안쪽이라 조용하기도 하고. 사실 사람이 있는 공원보다는 쾌적한 기분이 들었다. 근데 나야 혼자라서 가능했고 2~3인 이상이면 여기에 앉아 이렇게 시간을 보내긴 힘들 것이다. 아무튼 이 순간 그래도 온전히 여기 디저트와 커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주 4일만 운영하고 재료 소진하면 문 닫는 도쿄의 어느 제과점 Laekker 디저트 맛은 어떨까? 제과점에도 종류가 나뉜다고 한다. 구운 과자 스타일이 있기도 하고 반죽 자체가 빵인 스타일도 있고. 뭐 전문 용어가 있던데 개인적으로 그런 것까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여긴 과자 스타일보다는 빵 느낌이었다. 저 패스츄리라고 해야 하나. 크루아상 저 스타일이 여기 시그니처라고 알려주셨다.
이렇게 빵 하나하나 결이 나있다. 이 결이 나있는 것의 장점은 굉장히 크리스피하다는 것이다. 바삭하다. 그리고 한입씩 베어물 때마다 바사삭바사삭 소리가 난다. 그 소리마저도 재밌더라. 그리고 모양도 꽤나 예쁜 편이다. 솔직히 한국에서 이런 비쥬얼의 디저트 가게를 가려면 아마 메뉴 하나당 가격이 조금 나갈 것이다. 물론 여기 역시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저렴하겠다. 한국에선 천 원 정도 하는 빵을 찾기가 힘든데 일본에는 많다고 하니까. 실제로 일본인 포함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 빵 종류가 왜 이리 비싸냐며 놀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이 뭐 우유 등 이런 것을 대기업 유통업체가 잡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의 결론을 봤던 것 같은데 뭐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다만 이런 디저트 종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싼 것은 맞겠다.
갑자기 맛 이야기하다가 잠시 샜는데, 아무튼 그냥 맛있었다. 비쥬얼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나름 건강한 맛이다. 자극적인 부분은 딱히 없다. 내가 쵸콜렛이 들어간 것을 먹은 것도 아니니까. 그냥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살아있었다. 토핑들 하나하나 그 맛 자체를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여긴 진짜 식감이 최고였다. 어떻게 빵이 저렇게 튀긴 것처럼 바삭할 수가 있지. 여기 구석에 있고 매장 내부가 좁은데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이유가 있었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는 가게가 이런 느낌일 것 같다. 한번 맛보면 분명히 매력에 빠질 것 같은 자신 있는 그런 맛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여길 또 와보고 싶긴 한데, 난 포장해서 갈 곳이 없으니까 고민을 해봐야겠다. 일단 여기 지역 자체를 또 오기 쉽지 않기도 하고. 아무튼 처음 왔을 때 못 왔던 아쉬움을 풀 수 있어 다행인 하루였다. 식후 디저트는 정말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