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로제떡볶이와 치킨이 어울리는 것 같다
최근 병원을 좀 다녀왔다. 사실 매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만 내시경 같은 것을 했었는데 이번에 따로 돈을 내고는 처음 받아봤다. 그래서 그때 처음 알았다. 안에 마취가 되는 무언가를 마신다는 것을 말이다. 낯선 것에 대하여 일단 의심부터 하는 내 성격으로는 그때 좀 당황스러웠다. 처음 해보는 일도 아닌데 처음 겪어보는 프로세스가 생겼으니 말이다. 그래서 안 할까 하다가 뭐 병원에서 하라고 하니 했는데, 그대로 뭐 수면마취까지 잘 받고 푹 쉬다가 잘 나왔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만 조심하면 되겠다. 일단 밥을 먹고 바로 눕지 않는 것. 최소 30분인데 1시간 동안 앉아있는 것을 권장해 주셨다. 그래서 내가 오히려 걷는 게 도움이 되냐고 물으니 이게 소화를 위해 혈관의 피들이 모여야 하는데 걷기 등 운동을 하면 그 힘이 분산되니 오히려 안 좋다고 말씀 주시더라. 걷더라도 좀 쉬다가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두번째는 탄산을 피하면 됐다. 사실 술, 담배, 커피를 하나도 하지 않는 나로서는 의사 선생님이 말하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따로 없었다. 가끔 맥주를 마시긴 하는데 그건 남들이 마시는 수준에서는 거의 안 마시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겠다. 근데 여기에서 한 번 더 들어가야 내 문제가 나타났다. 바로 탄산. 탄산 자체가 콜라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것이 아니더라도 안에 자극이 가서 나처럼 이런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일단 그 뒤로 탄산을 줄이고 있다. 아예 끊은 것은 아니지만 대체하여 물을 마시든 우유를 마시든 그러고 있다. 뜬금없이 생맥주를 메인 키워드로 잡은 포스팅에서 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냥 생맥주 하니까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을 적어보고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내가 좋아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호치킨이다. 사실 여기도 초창기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겠다. 근데 여기가 출시했을 당시에도 비쌌던 곳들은 또 그만큼 올랐기 때문에 더 비싸졌긴 한데, 나름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여기 가격이 예전만큼의 가성비는 아니겠다. 근데 여기 호치킨의 경우 이상하게 맛있다. 배달해서 먹는 것보다 매장에 가서 먹으면 이상하게 맛있다. 튀김도 바삭바삭한 것 같고 양도 괜찮은 것 같고 살도 부드럽고. 진짜 맛있어서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근데 가격도 나름 괜찮고. 이날은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로제떡볶이도 사이드로 시켜서 먹어봤는데 그것도 맛이 괜찮았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이것저것 관리를 잘해두었는데 괜히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기 요즘 가게가 드문드문 보이는데 나름 알짜배기일 수도 있겠다 싶다.
드디어 나타난 생맥주. 사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잊게 해줄만한 것이 이것만 한 것이 없겠다. 근데 이게 시원해서 그렇지 음주 자체는 더위를 오히려 이끌지 줄여주진 못한다고 어디서 들었다. 이것도 내가 막 찾아본 것은 아니라 확실하진 않긴 한데 나처럼 술을 마시자마자 온몸이 빨개지는 스타일에서는 확실히 시원한 기분만 들지 실제로 그러진 않는 것 같다. 이날도 생맥주를 오랜만에 마셨는데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이날 시킨 메뉴를 보면 전체적으로 단짠단짠이다. 간장치킨과 양념치킨 반반, 그리고 꾸덕꾸덕한 로제 떡볶이. 술안주로 이것만한 것들이 없겠다. 소주는 맛도 모르기 때문에 잘 모르겠고 맥주 안주로 딱이었다. 가격 자체도 나쁘지 않았는데 2인 기준 이 정도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이상하게 후라이드보다 이렇게 양념이 발라져 있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간장치킨의 경우 매운 간장치킨 기준으로 호식이를 탑으로 꼽는다. 거기 후라이드나 기타 메뉴 반반은 확실히 양이 많긴 한데 집에서 혼자 먹기엔 좀 부담스럽다. 그리고 퀄리티 자체도 다른 메이저들과는 확실히 좀 떨어진다. 그래서 매운간장치킨이 생각이 날 때만 거길 시켜 먹는다. 근데 기본 간장치킨 중 원탑은 개인적으로 여기 호치킨이라 생각한다. 매콤한 맛보단 달달한 베이스인데 그냥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고 계속해서 손이 간다. 그래서 여기 오면 간장치킨은 필수다. 그 뒤에 평소라면 후라이드를 먹었을 텐데 이날은 양념을 먹었다. 근데 양념도 물리지 않고 맛이 꽤나 괜찮다. 내가 여길 갈 때는 배고플 때만 가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다 기본 이상으로 더 먹게 되고 맛있더라.
로제떡볶이는 국물이 맛있어서 이렇게 숟갈로 떠먹기까지 했다. 사실 치킨이 다 양념이 있어서 찍어 먹진 않았는데, 그냥 치킨 한입 뜯고 이렇게 국물 먹고 해도 조합이 괜찮았다. 은근 어울리는 맛이었다. 신기하다.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중간중간 생맥주도 한잔씩 시원하게 마셔줬다. 잘 마시는 사람들의 경우 한모금할 때 500cc 반이 사라지기도 하고 그러던데, 나의 경우에는 진짜 한 모금이다. 이것도 탄산이 강해서 벌컥벌컥 많이 못 마시겠던데 그렇게 잘 드시는 분들이 참 신기하다. 그래도 시원하게 그렇게 마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정말 무더운 여름이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나까지 시원한 느낌이랄까. 대리만족이 그런 것 같다. 친구랑 수다도 떨면서 이렇게 열심히 먹었다.
아 그리고 여기 호치킨의 경우 기본적으로 닭사이즈가 좀 있는 편이다. 이렇게 덩어리 하나하나가 크다. 근데 애초에 여기서 부위마다 작게 작게 자르진 않고 통으로 내줘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근데 뭐 먹을 때마다 가슴살까지 촉촉하니 부드러워서 저런 비쥬얼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친구랑 둘이서 정말 떡볶이까지 남기지 않고 야무지게 싹싹 다 먹었다. 뭔가 이렇게 깨끗하게 비우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 근데 솔직히 살을 찌우기 싫으면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남기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남기면 벌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 남길 줄을 알고 마지막 한입을 안 먹을 줄 알아야 그나마 살이 안 찔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운동은 당연히 병행해야 하고. 먹는 포스팅에 살 이야기를 해서 이상하긴 한데, 마무리는 그래도 이렇게 하고 싶다. 오늘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잊게 해줄 생맥주 한잔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