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메뉴 판매 없이 한돈갈비 하나만을 고집하고 참숯만을 사용하는 뚝심 있는 맛집
개인적으로 계획을 짜는 것을 좋아한다. 계획을 짠다고 해서 막 시간 단위로 뭔가를 해야 하는 그런 빡빡한 스케줄은 아니고 뭔가 큰 틀은 잡아둔다. 그리고 그 큰 틀을 하나씩 해가기 위해 일정을 만들고 나름 그 스케줄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항상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때때로 놀기만 하고 그러기는 하는데 그것도 나에겐 나름 계획이다.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쉬어야겠다 하는 그런 계획들.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 자유로웠던 평일에서의 계획들. 뭔가 그런 평일의 자유가 주어지기 전에는 정말 많은 것들을 해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남은 것들은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냥 직장인의 주말과 비슷한 느낌이었달까. 평일에 못한 것들을 많이 하고 싶지만 막상 흘려보내면 금방 지나가는 그런 느낌.
그래도 그 와중에 돌이켜보면 나름 하려고 했던 것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낸 것들이겠다. 직장인이었을 때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을 했다. 뭐 사우나를 간다던가 아니면 장을 보러 간다든가 그런 사소한 것들 말이다. 여행은 가지 못했는데 뭐 솔직히 여행 계획도 추진하긴 했는데 그게 쉽게 성사가 되지 않았다. 아마 가족여행도 다녀본 사람들이 다닌다고 갑자기 뜬금없이 가기가 쉽지 않겠다. 아무튼 이날도 어머니와 오랜만에 근처 코스트코에서 장을 봤다. 가끔 주말에 가기도 했는데 주말의 경우 집에서만 있으려고 하시는 편이라 잘 나가지 않으신다. 사람이 많아서 싫어하시기도 하고. 평일엔 내가 일을 가야 하니 같이 가지 못하고 따로 택시를 타고 다니셨는데 이날은 내가 평일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으니 이렇게 다녀올 수 있었다. 뭔지 잘 모르겠는데 거의 일어난 상태로 바로 나갔다 온 것 같다.
아마 그냥 아침을 먹지 않고 장을 보고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해서 아무것도 안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장을 봤는데 식품코너에서 맛있는 식재료들이 있고 또 무거운 카트를 들고 다니고 짐도 옮기고 하다 보니 금새 배가 고파졌다. 원래는 그냥 요즘 입맛도 없길래 가볍게 뭐라도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배고픔이 느껴지니 뭔가 제대로 먹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차에 타서 부랴부랴 근처 갈만한 가게를 찾아봤다. 어머니의 경우도 입맛이 까다로우신 편이다. 까다롭다는게 고급지게 까다로우신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 익숙하게 드시던 것을 즐겨드신다. 그것마저도 조금 이상하게 오히려 만족을 못하신다. 근데 식당에서 먹는 것 자체가 장사가 잘 되려면 기존과 조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성공 확률이 조금 낮은 편이다. 그나마 내가 가족 중에서는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은 편이고.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갈만한 고깃집을 찾게 되었고 주차를 한 뒤 이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막 어느 방송에 나왔다고 해서 여기 맛집이네 이러고 가는 편은 아니다. 그렇게 갔다가 많이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젠 나름 괜찮은 곳을 찾는 노하우가 생겼다. 물론 이 와중에도 실패를 하긴 하는데 그건 뭐 단순 내 입맛에 안 맞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그게 꼭 정답은 아니겠다. 일단 오늘 소개할 곳은 2012년부터 한돈갈비 전문으로 가성비 가게로 방송에 소개된 온리원갈비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갈비에 붙어있는 살을 좋아하는데 여기는 소고기도 안 팔고 삼겹살도 안 팔고 오직 갈비 하나만을 판다는 점이 좋았다. 이런 전문성이 뭔가 여기 괜찮겠다 싶었고 리뷰 비주얼을 봐도 딱 후회가 없을 그런 맛일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바로 오게 됐다. 참숯 포인트도 좋았고.
그렇게 자리에 앉아 고기를 주문했다. 미리 살펴보고 왔기 때문에 먹어야 할 고민은 크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갈비를 주문하였다. 자리마다 셀프 주문이 가능하게 기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기타 같은 곳을 살펴보니 양념장 추가 이런 것도 있더라. 사장님과 따로 이야기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깔끔함도 좋았다. 누군가는 말로 요청하는 것을 힘들어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런 구조가 잡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착한 가격에 제공되는 신선한 생갈비를 주문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찌개 하나는 기본적으로 제공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지금이 저녁 시간도 아니고 낮 점심식사 시간대이기 때문에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다른 테이블을 살펴보니 대부분 정식 메뉴를 즐기고 계셨는데 솔직히 그게 가성비는 훨씬 더 있어 보였다. 허투루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양도 많고 비주얼도 좋고.
솔직히 점심이었으면 그렇게 다른 테이블처럼 정식 메뉴를 먹는 것이 가격도 착하고 맞는 것이긴 한데, 어머니랑 낮에 이렇게 오랜만에 점심을 먹는 것이기도 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배가 너무 갑자기 고파져서 제대로 먹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이렇게 구워 먹을 수 있는 고기로만 주문했다. 밑반찬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나왔다. 그리고 여기 한돈갈비가 정말 제대로였다. 비주얼만봐도 빛깔도 좋고 딱 신선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막 고기 상태만 보고 이게 좋은 고기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내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근데 여기 온리원갈비 영등포점은 앞서 설명을 찾아보고 와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제대로 판매하는 가게일 것 같았다. 비주얼도 더 그래 보이고 그냥 맛있을 것 같은 느낌. 간혹 맛집 중에 먹어보지 않아도 그럴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는 곳이 있는데 여기가 그랬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고기를 직접 구워야 한다는 것이겠다. 솔직히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신 고기를 먹는 것이겠다. 아무리 소비자가 고기를 잘 굽는다고 하더라도 그 고깃집 사장님만큼은 아니겠다. 아무래도 자기가 판매하는 스타일에 맞게 더 알맞게 굽는 방법은 또 있을 테니 말이다. 몇 번 경험을 하다 보니 이 믿음이 확실해졌다. 같은 고기라고 하더라도 누가 굽느냐에 따라 맛이 정말 달라지더라. 특히 그 부드럽고 촉촉한 그런 부분에서. 그래도 나름 고기를 먹으러 다녀봤다고 예전보단 잘 굽긴 하는데 그래도 아직은 아쉽겠다. 특히 화력이 셀 경우 겉만 태우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더라. 그래도 여기선 나름 야무지게 열심히 구워봤다. 중간중간 이렇게 밑반찬과 찌개를 먹어가면서 말이다.
일단 신선한 생갈비를 착한 가격에 마음껏 뜯을 수 있는 온리원갈비 합격이었다. 고기 상태에서 느꼈던 것처럼 너무 촉촉하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부위여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굽는 방법은 고기 두께 자체가 막 그렇게 두껍진 않기 때문에 나름 어렵지 않게 맛있게 구워 먹을 수 있었다. 솔직히 위치도 위치고 가게 상호명 자체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랑은 좀 맞지 않아서 뭔가 만족도가 이렇게 클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원래는 메모장에 맛집 리스트를 저장하는 편인데 요즘은 별도로 앱에 따로 저장을 하고 있는데 여기 바로 추가했다. 충분히 다음에 또 올만한 그런 가게였다. 낮에 이렇게 한번만 오기엔 아쉬운 느낌이랄까. 가게 내부도 너무 깔끔하고 여기 사장님 철학도 좋고. 요즘 떠오르는 진짜 맛집들은 메뉴를 다양하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 메뉴로 승부 보는데 여기가 그렇다.
어머니 역시 처음엔 고기를 더 익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셨는데 막상 바싹 익혀서 드셔보시니 앞서 좀 덜 익은 것이 훨씬 더 부드럽고 촉촉하고 육즙이 살아있다고 더 맛있어 하셨다. 확실히 요즘 고기들은 예전처럼 막 수분기 다 날아가게 바싹 익혀서 먹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익혀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과거보다 관리가 더 잘 되니 가능한 부분 같다. 만약에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유명한 가게들을 가시면 한번 이제 드셔도 된다고 할 때 고기 가운데를 반으로 잘라보셔라. 그럼 붉은기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그 상태가 정말 딱 제일 맛있더라.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그 상태다. 이것 역시 나름 다양한 가게들을 다녀본 뒤에 배웠다. 처음엔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었는데 확실히 그때가 훨씬 더 맛있는 것은 맞더라.
다른 메뉴 판매 없이 한돈갈비 하나만을 고집하고 참숯만을 사용하는 뚝심 있는 온리원갈비. 나는 신선한 생갈비를 착한 가격에 마음껏 뜯으며 먹으면서 공기밥을 함께 먹었다. 근데 어머니의 경우 냉면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마지막에 식후 느낌으로 이렇게 냉면을 시켜 드셨다. 물론 나도 한입 먹었고. 이렇게 중간에 음료수까지 기승전결로 완벽하게 점심식사를 끝냈다. 솔직히 점심식사치고는 너무나 거창하게 먹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겠다. 주말도 아니고. 근데 이게 또 평일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제 나에게 평일의 자유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포스팅을 하면서 종종 그때 추억을 상기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행복한 때였든 아니었든. 그냥 먹는 것 자체는 맛있게 잘 먹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