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먹어보는 토마토계란탕과 실망이 없는 목화솜 탕수육과 짜장면
술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술자리에 갈 때 장소 섭외에 더 까다롭게 구는 편이다. 근데 오히려 술을 못하는 사람들이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술맛이야 어느 장소를 가든 변함이 없을 테니,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의 경우 안주를 주로 먹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니까 술값을 같이 내지만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안주라도 많이 먹어야 하니 어떻게 보면 그렇게 안 좋은 딜도 아니겠다. 근데 또 어느 만남 같은 경우엔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정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경우 안주에 거의 손이 안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위기인 와중에 혼자 계속 우걱우걱 먹을 순 없으니. 근데 아직까지 그런 불편한 장소엔 별로 가본 경험이 없다. 물론 애초에 그런 불편한 만남의 경우 장소 자체를 신경 안 쓰기도 하고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가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예 술을 못 마시는 편은 아니다. 그냥 술이 마시고 싶은 날엔 시원한 생맥주나 병맥주 한잔을 마시고 싶어한다. 요즘 병맥주들도 워낙 맛있게 잘 나와서 컵에 잘 따르기만 하면 생맥주처럼 거품이 생기게 마실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본에서 아사히 캔맥주 신제품이 나왔는데 그게 생맥주처럼 뚜껑을 열면 저절로 거품이 생기고 그 엔젤링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까지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생기더라. 그래서 기념품으로 많이 챙겨 온다고 한다. 이제 일본 여행이 풀리기도 했고. 아무튼 그냥 가볍게 그 정도의 한잔은 좋아한다.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솔직히 콜라나 사이다보다는 그렇게 생맥주 한잔하는 것이 건강에도 더 좋지 않을까? 과음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한잔이 하고 싶은 날, 여기 발산 화양연화를 방문했다.
이날이 첫 방문은 아니었다. 이전에 이 근처에서 일을 하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오게 되었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분위기도 좋고 적당한 소음도 좋고 적당히 어두운 조명도 좋았다. 무엇보다 여기 메뉴들이 맛있고 양도 좋고 가성비가 괜찮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이렇게 오게 되었다. 근데 솔직히 처음 오기로 했던 날이나 이날이나 두번 모두 처음부터 여길 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가려던 가게들이 자리가 없어서 차선책으로 오게 되었다. 다행히 두날 모두 올 때마다 자리가 있었다. 근데 여기 역시 인기가 많은 편인데 나중에 테이블이 다 차긴 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2차 느낌으로 연말에 맛있는 안주와 함께 가볍기 모임 하기 좋은 장소라 생각한다. 일단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나오는 음식 하나하나가 다 실하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토마토 계란탕과 목화솜 탕수육 그리고 짜장면이었다. 일단 짜장면은 그냥 여기 저번에 못 먹어서 먹고 싶었다. 그리고 탕수육은 그냥 이런 중식집에 오면 필수적으로 시켜야 하는 메뉴라는 인식이 있다. 아 저번에 짜장면을 먹었고 탕수육을 못 먹었었나? 아무튼 이 두가지 메뉴 중 하나는 먹지 못해서 이번엔 꼭 먹어봐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마토 계란탕을 주문해봤다. 솔직히 이건 이 날 처음 먹어봤다. 가격이 다른 것들에 비해 저렴했는데 일단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요즘 날이 추워지니까 뜨끈뜨끈한 국물 요리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주문해봤다. 그리고 남들은 음료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맥주 한잔은 하긴 하니까 속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다.
그다음은 짜장면이 나왔다. 여기의 좋은 점 중 하나가 기본이 있다는 것이다. 계란후라이가 위에 하나 올라가 있다. 요즘 이렇게 짜장면이 나오는 가게는 찾기 힘들 것이다. 물론 여기가 정말 식사를 위한 장소가 아니긴 하지만 실제로 근데 식사만을 위해 방문하기도 괜찮긴 하겠다. 여길 처음 소개해준 지인의 경우 점심 식사를 위해 여길 주로 방문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랑 저녁에 왔을 때 조금 낯설다고 말해주었다. 근데 여기서 종종 술 한잔씩 한다고 했으니 뭐 그냥 낮이든 밤이든 다 올만한 장소가 되겠다. 그리고 여기 발산 화양연화 좋은 점 중 하나가 맛에 호불호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만의 특별함은 담겨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정도로 뭔가 뚜렷하게 특별한 포인트는 없다. 이게 참 표현이 애매한데 맛있고 좋고 만족스럽다는 의미다. 특색이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특색은 있는데 그냥 누군가에게 불편할만한 단점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마토 계란탕이 나왔다. 솔직히 이 메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날 처음 먹어봤다. 근데 아마 다음에 누군가와 오게 된다면, 특히 두명이 아닌 3명 또는 4명이서 오게 된다면 필수로 하나 주문할 것 같다. 일단 가격이 저렴한데 양이 많다. 가성비가 좋다는 의미고, 맛 자체는 그냥 상상한 그 맛이다. 비주얼을 보면 대충 무슨 맛인지 상상이 가실 것이다. 딱 그 계란 맛이다. 계란국 같은 것 많이 드셔 보지 않았나? 그게 그냥 좀 걸쭉하게 토마토와 함께 뚝배기 안에 담겨 엄청 뜨겁게 계속 유지되는 맛이라고 보면 되겠다. 근데 이게 오묘한 매력이 있다. 따로 간이 세다거나 감칠맛이 있다거나 그렇지 않다. 그냥 담백 그 자체다. 근데 그게 이 메뉴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생각 없이 계속해서 손이 간다. 그래서 술안주로 괜찮은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술안주가 좀 자극적이라 좋다고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매력 있었다.
맛있는 안주와 가볍게 연말 모임하기 좋은 발산 화양연화 타이틀에 걸맞게 칭따오 한 병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좀 루틴적으로 지키는 것이 하나 있다. 대부분 매장에 도착해 술과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이 나오기 전에 술이 먼저 나온다. 근데 개인적으로 빈속에 술 마시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는데 그게 실제로 더 맛이 없게 느껴진다. 뭐 술을 맛으로 먹는 것은 아니겠지만 맥주 자체가 뭔가 밥을 좀 먹은 상태에서 탄산음료처럼 느끼함을 내려 보내는 용도로도 좀 마시는 편이기 때문에 음식을 머다가 술을 주문하는 편이다. 미리 주문할 경우 거품도 빠지고 차가운 것도 좀 식어서 바로 마시는 것보다 맛이 덜하다. 그래서 음식 중간에 시켜서 그때 바로 마시는 편이다. 아니면 맥주 주문을 음식과 동시에 하더라도 음식이 나올 때 같이 달라고 요청드리는 편이고. 그래야 그나마 더 맛있게 술을 즐길 수 있겠더라.
그리고 여기 양도 꽤 된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센스가 있다. 이날은 메뉴를 세개나 시켰기 때문에 양이 처음부터 많기도 했는데 첫날 왔을 때는 둘이서 볶음밥 포함해서 이것저것 시켰는데 알아서 곱빼기 양을 주셨고, 또 알아서 짬뽕 국물 두 개를 챙겨주셨다. 그 첫인상 때문에 좋은 이미지가 있는데 이날 역시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나갈 수 있었다. 맥주도 한잔하니 기분도 좋고 그냥 여기 처음 왔을 때처럼 이번에도 역시나 괜찮았다. 충분히 다음에 또 올만하겠단 생각이 들었고 아직 못 먹어본 메뉴들이 많은데 다음에 오면 또 먹어보고 싶다. 당장 연말에 이런저런 모임이 있을 것 같은데 만약 동네에서 만나는 모임이 있다면 여길 가자고 제안해봐야겠다.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은 중식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