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자체가 억세지 않고 순하고 부드러워 놀랐던 청이네청도미나리삼겹
나름 자유시간이 많은 요즘이다 보니 평소와 다르게 급 만남 같은 것도 많이 하고 있다. 그냥 집에 있다가 뭐해라고 연락이 닿으면 나올래라는 말이 나오면 나가는. 아마 예전이면 거의 안된다고 했을 것이다. 아마 계속 무언가 있었으니. 근데 요즘은 나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보니 어느 정도 핸들링이 가능했고 그런 불규칙적인 것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뭔가 준비를 해둘 여유도 있어서 크게 개의치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평소 좀 빡빡하게 살아가는 것 같긴 한데 빡빡하기보다는 그냥 뭔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상이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틀이 깨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변화를 허용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런 것들 마저도 요즘은 좀 깨고 싶긴 한데 한순간에 사람이 변하긴 힘들겠다.
이날의 경우도 아는 형에게 그냥 저녁에 뭐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딱히 계획이 없다고 그러길래 뭐 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근데 이전부터 이 형이 정말 맛있는 삼겹살 집이 있는데 괜찮았다고 나중에 가보자고 했었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거길 가자는 것이었다. 솔직히 차가 안 막히면 금방 간다고 하지만 집에 있다가 그 일산 어딘가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계획에 없기도 했고. 근데 그냥 알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나로서도 그냥 갔다 와서 푹 자면 되니까 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그 가게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형은 퇴근하고 바로 오고 나는 집에 있다가 움직였다. 생각보다 차가 안 막혀 30분 정도만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렇게 청이네청도미나리삼겹 가게에 올 수 있었다. 일단 정말 위치가 애매한 곳에 있다. 이 근처에 딱히 뭔가 먹는 공간이 모여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밤에 와서 그런가.
솔직히 이 형이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는지도 신기하다. 이게 검색을 해봐도 잘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근데 평점을 보니 5점 만점에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하고 있더라. 원래 아무리 괜찮은 가게여도 그냥 4점 후반대가 나오는데 거의 만점에 가까운 것을 보면 여기가 뭔가 다르긴 다르겠다. 그리고 이 형네 부부가 극찬을 하기도 했으니 나로서도 조금 기대가 컸다. 일단 내가 고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런 미나리 컨셉을 가진 것도 좋아하니까 시작점도 좋았고 여러모로 좋았겠다. 가게 내부도 쾌적하고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뭔가 룸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영역을 나눠주고 계셔서 그런 독립된 공간 느낌도 좋았다. 기름 튀기는 것도 그렇고 대화를 나누기에도 편하니까 말이다. 뭔가 여기 공간 자체가 여러모로 장점만 가득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음식만 맛있으면 되겠다. 일단 여기 메인인 청도미나리 생삼겹 2개를 주문하였고 다들 퇴근을 하고 와서 너무 배가 고프다고 하여 급하게 먹을 수 있는 미나리 라면을 추가로 주문하였다. 여기 메인은 고기라기보단 그냥 청도 미나리라고 보면 되겠다. 모든 것들에 이렇게 미나리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처음 음식을 주문하면 고기를 구워주시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신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추천해주시고 왜 여기 미나리가 좋은 지도 말이다. 대충 들어보니 원래 미나리는 독성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안쪽에 벌레가 있어서 그냥 먹으면 절대 안 된다고. 근데 여기 청도 미나리는 그런 부분을 다 해소하고 나오니까 생으로 먹을 수도 있고 부드럽고 맛이 좋다고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생 미나리를 쌈장에만 찍어서 먹어보라고 주시는데 그게 은근 이색 체험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하나도 억세지 않고 너무 부드러웠다. 그리고 미나리 향이 올라오는데 너무 맛있었다. 건강하면서 알싸하게 고기의 느끼함도 잡아주고 신선한 느낌이 팍팍 든달까? 그리고 여기 저 별도 소스도 그냥 맛있었다. 웬만한 재료들을 여기 사장님께서 직접 다 만드시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손맛이 있으신 것 같았다. 찬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뭔가 다 맛있고 깔끔했다. 그래서 빨리 삼겹살도 먹어보고 싶었다. 사장님께서 바쁠 경우엔 이렇게 하나하나 못 구워주지만 여유가 있을 경우는 이렇게 손수 다 구워주신다. 이런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평일 저녁에 가니 위치가 위치인지라 좀 한가한 느낌이었다. 주말엔 정말 사람 많을 느낌이랄까? 여기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다들 처음 와보고 만족했다는 의미가 되겠다.
중간중간 라면도 먹어주고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것처럼 생 미나리에 삼겹살을 싸서 먹기도 했다. 여기 미나리가 워낙 크게 나오는데 잘라서 불판 위에 올려주시기도 하지만 손을 활용해서 이렇게 생 미나리 자체를 먹는 게 진짜 맛있다고 말해주셔서 그렇게 먹어봤다. 이게 솔직히 먹는 과정이 좀 불편하긴 하다. 맨 손을 활용해야 하니까. 그래서 막 좀 어려운 자리에 오긴 힘들고 그냥 편한 사람들과 식사를 하러 오기엔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뭐 가위로 잘라서 불판 위에 올려서 깔끔하게 먹을 수도 있으니 꼭 필수 요소가 아니긴 한데 그래도 맛있는 가게에 왔으면 그 맛있는 가게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방식대로 먹어보는 것이 괜찮은 것이라 생각해서 뭐 나의 경우에는 그렇게 움직이려 하는 편이다.
일단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먹고 부족해서 추가 주문을 했다. 이번엔 항정살도 한번 시켜봤다. 저번에 왔을 때 안 먹어봤다고 해서 이번에 한번 먹어본다고 하여 같이 주문해봤다. 이번에도 역시 청도 미나리가 듬뿍 같이 나왔다. 일단 저 비주얼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든다. 고기는 선홍빛을 띠고 미나리는 푸릇푸릇 저렇게 통으로 실하게 나오고. 미나리 삼겹살 집이라고 해서 가보면 정말 불판 위에 미나리가 조금 나오는 곳들이 있다. 괜히 그런 곳에 가면 잘못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러는데 여긴 적어도 그런 느낌은 없으니 괜찮겠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여긴 삼겹살이 메인이 아니라 저 미나리가 메인인 느낌이다. 그리고 청도 미나리 자체가 우선 귀해서 다른 곳들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고기 자체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성비를 논하기엔 힘든 가게다. 그래서 정말 실컷 배부르게 먹으면 은근 가격이 나올 것 같은 청이네청도미나리삼겹 가게다.
근데 솔직히 맛은 못 깐다. 이게 애초에 고기만 먹다 보면 다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뭔가 느끼해서 탄산을 찾게 된다거나 그런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여긴 전혀 없다. 아마 난 그게 고기의 기본 퀄리티 자체도 좋지만 미나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느끼함도 잡아주고 소화도 잘 되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이날 라면부터 볶음밥까지 나름 배부르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1~2시간 지나서 속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소화가 다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디저트까지 2차로 다 즐겼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재료들은 다 좋은 것을 쓰시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가격이 워낙 다 비싸서 조금 더 비싸도 차라리 퀄리티가 좋으면 만족스러운데 여기가 딱 그 기준에 부합하는 느낌이었다. 평점이 높은만큼 확실히 파주 심학산 아래 맛집은 맛집이다.
항정살도 꼬들꼬들 맛있었고 버섯도 매력 있었다. 솔직히 이 지역은 이날 처음 와본다. 파주도 많이 가봤고 김포나 이쪽도 많이 가봤는데 정말 이 근처는 이 가게가 아니면 찾아오기 힘들 것 같다. 더군다나 밤에 와서 어떤 길로 왔는지도 잘 몰라서 정말 잘 모르겠다. 근데 이 가게는 무조건 다시 한번 와볼 예정이다. 일단 미나리 삼겹살 자체가 희소성이 있는데 그게 실하게 잘 나오기도 하고, 소화가 잘 되고 맛도 있으니 누군가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느낌이다. 다만 약간의 문제라면 양과 가격인데 뭐 평소 자주 가기 힘든 만큼 그 부분은 감안해야겠다. 일단 먹고 나서 만족도가 높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연말에 가족 모임이 많을 텐데 이런 곳에서 가볍게 저녁 한 끼 해도 괜찮을 느낌이다. 여기도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나?
마무리는 볶음밥으로 끝냈다. 여기에도 역시 미나리들이 저렇게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바닥 부분은 저렇게 누룽지처럼 만들어서 긁어먹는 것이 또 이 삼겹살을 다 먹고 난 뒤에 철판에서 먹는 볶음밥의 매력이 되겠다. 여기 청이네청도미나리삼겹 무조건 재방문 각이다. 왜 평점이 높고 입소문으로 사람들이 오게 되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파주 심학산의 경우에도 이날 처음 들어봤는데 충분히 여기 오는 사람들이 들릴만한 맛집은 맞다 생각한다. 일단 나름 많은 곳에서 미나리를 접해봤지만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여기 청도 미나리가 정말 진짜 같긴 했다. 저렇게 크기도 크고 줄기도 굵은데 하나도 억세지 않고 순하고 부드럽고 향은 그대로 살아있으니 말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저녁인데 기분 좋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