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종이봉투에 담겨있을 것 같은 옛날통닭과 얼큰한 홍합탕

디프_ 2022. 8. 29. 21:45
투박하지만 깔끔한 옛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치킨뱅이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맛있는 가게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그냥 조용할 것 같은 동네에도 조금만 살펴보면, 타 지역에서 찾아올만한 맛집이 있고 좀 번화가를 나가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게들이 몰려있고 그렇다. 소비자 입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쉬워졌고, 실력 있는 가게들도 예전에 비해 큰 노력 없이 저절로 홍보가 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다. 물론 그만큼 경쟁이 심해졌다는 말도 되겠지만 그건 자기가 실력이 있다면 분명히 어디선가 충성 고객은 생길 테니 예나 지금이나 생존력에는 동일한 부분이겠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맛있는 가게들이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전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즘은 다 화려하고 뭔가 하나의 맛이 아닌 여러 다채로운 맛들이 섞여있어 그 조합적인 맛이라면 옛날 그 투박한, 단일 메뉴의 맛 같은 그런 매력 말이다. 그래서 종종 그런 맛을 느끼고 싶다 생각한다.

 

근데 오늘 소개할 치킨뱅이라는 가게가 개인적으로 그런 가게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외관부터 인테리어까지 요즘처럼 트렌디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지 않다. 사장님들도 마찬가지시다. 부부가 운영하시는 것 같았는데 정감가고 친절하시고 그런 느낌이다. 거리감 없는 편한 느낌이랄까. 이 서비스로 나오는 과자만 봐도 어떤 느낌인지 아시려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라 막 소개팅이라든가 데이트할 그런 장소라기보단 퇴근 후 혹은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날 때 편하게 들리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가게다. 옷도 편하게 입고! 개인적으로 막 신경 쓰고 예약하고 가야 하는 맛집도 좋지만 이렇게 추리닝 입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좋다. 그냥 둘 다 좋다. 근데 내 심리적인 편안함은 동네에 위치한 이런 치킨뱅이와 같은 가게가 되겠다. 일단 편하니까. 아무튼 메뉴판을 살펴본 뒤에 후라이드치킨 하나와 홍합탕 하나를 주문했다. 치킨의 경우 전에 와서 먹어본 적이 있고 홍합탕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주문을 하고 메뉴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미리 만들어두시는 것이 아니라 주문 후 조리에 들어가는 시스템이다보니 그렇겠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그냥 서비스로 나온 과자 먹으면서 맥주나 한잔하면 딱인 그런 감성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주문한 후라이드치킨이 먼저 나왔다. 전에 한번 먹어봤기 때문에 여기 맛은 알고 있다. 비주얼도 알고 있었고!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었는데, 튀김 껍질 색깔은 기름 때문이 아니라 여기만의 염지 과정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렇고 저번에도 그렇고 비슷한 색깔이고, 맛에서 바삭바삭하고 짭조름한 맛만 느껴졌지 뭔가 텁텁하다거나 눅눅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애초에 오픈형 주방이라 그런 부분 관리도 나름 잘하시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바로 치킨 한 조각 들고 베어 물었다. 딱 비주얼만 봐도 어릴 적 종이봉투에 담겨있을 것 같은 옛날통닭 비주얼인데 맛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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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내가 종종 그리워한다는 옛스러운 맛처럼 투박하지만, 본연의 맛에 충실한 그런 맛이다. 그리고 간이 다소 센 편인데 소금이나 별도 양념 소스 없이 후라이드치킨만 먹어도 충분히 그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물리지 않고 짭조름한 베이스이다 보니 감칠맛이 느껴지고 자꾸 손이 간달까? 그냥 치킨이었으면 내가 양념치킨소스도 요청드리고 그랬을 텐데 여긴 충분했다. 그렇게 한두 조각 먹었을까, 홍합탕이 나왔다. 와 근데 냄비가 엄청 큰 편도 아니긴 한데 그 안에 홍합이 이렇게 가득 찼다. 그리고 애초에 국물이라고 해야 하나. 그 부분을 많이 안 담아주셨다. 끓이는 과정에서 이 홍합 안에 담긴 수분이 나오길 의도하셨던 것 같다. 이것 역시 별도 필요 없이 국물만 마셔도 짭조름해서 술은 잘 못하지만 딱 술안주에 제격인 것 같은 맛이었다. 여기 그냥 비주얼도 그렇고 다 그런 노포 감성이다.

 

홍합탕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동안 닭다리도 뜯고 치킨을 열심히 즐겨주었다. 솔직히 튀긴 것은 다 맛있다고 하는데 그 안에도 퀄리티가 있다. 튀긴게 다 같으면 군만두도 그렇고 치킨도 그렇고 뭐 스테이크까지 가야 하나. 아무튼 그런 것도 그렇고 다 맛이 똑같겠지. 뭐 재료 자체의 퀄리티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실력이 있는 분야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름 앞에서 조리하는 게 생각보다 꽤나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맛에는 그런 조리에 대한 열정도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 그리고 여기 치킨뱅이의 경우 가격도 꽤나 착하다. 후라이드치킨 14,000원, 홍합탕 12,000원. 두 개 주문해서 26,000원이다. 솔직히 배달시켜서 먹는 것을 가정하면 치킨 한 마리 가격이고, 좀 유명한데 가면 메뉴 하나 가격이랑 큰 차이가 없다. 근데 이렇게 두 가지 메뉴를 풍족하게 즐길 수 있으니 여길 마다할 이유가 없겠다.

 

홍합이 다 끓은 것 같아 열심히 안에 내용물을 분리했다. 하나씩 먹으면서 하기엔 양도 많고 무엇보다 국물을 떠먹기가 불편해서 해체 작업을 완료한 뒤에 하나씩 숟가락으로 떠먹으면서 먹기로 했다. 홍합 알맹이가 나름 튼실하다. 근데 까도까도 정말 많이 담겨있더라. 이게 그릇이 작아 꽉 차 보이는 느낌이 아니었다. 정말 양이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 10개 정도는 이따가 까기로 하고 바로 먹기 시작했다. 이것도 많이 참았다. 그렇게 홍합과 함께 국물을 조금씩 떠먹었는데, 맛있었다. 이건 당연히 해산물이기 때문에 짭조름한 맛이 있긴 했지만 청양고추를 넣어주셨는지 얼큰한 맛이 더 베이스였다. 그래서 앞서 튀김을 먹어서 온 기름기도 잡아주고 느끼함도 말끔하게 해결해주었다. 입 안이 깔끔해지는 느낌이랄까? 홍합 식감도 너무 좋고. 은근 이 둘의 조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골뱅이 소면보다 더욱 말이다.

 

종이봉투에 담겨있을 것 같은 옛날통닭 한입씩 먹고, 또 얼큰한 홍합탕 한입 먹고 그러면서 열심히 먹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사이다도 한잔씩 해주었다. 솔직히 탄산이 필요없긴 했는데 뭔가 그것도 나름 힐링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길 때면 마시는 편이다. 그래도 솔직히 이날은 홍합탕 국물이 최고이긴 했다. 근데 이게 갈증 해소용은 아니니까. 뭐 탄산도 아니긴 하지만 느낌이 다르겠다. 이렇게 투박하지만 깔끔한 옛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치킨뱅이에서의 식사가 끝이 났다. 어떻게 보면 가볍게 해결한 느낌인데 실제로 맛까지 가볍진 않았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좋아할 그런 맛이었고, 덕분에 신나서 맛있게 저녁 한 끼를 즐길 수 있었다. 방문하기에 부담도 없고 앞으로 더욱 자주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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