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튼 런던 근교 투어를 다녀오다.
(South hampton london suburb travel)
브런치로 배를 가득 채운 London 삼일차 오후 일정은 사우스햄튼이라는 런던 근교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일정에 없던 곳이지만, 여행 내내 한 곳에만 있기도 좀 아쉽기도 하고 특히 장형이 꼭 잠깐이라도 들려야 된다고 해서 고민을 하다가 다녀왔다. 안 가도 그만이었지만, 그냥 겸사겸사 다녀왔다.
우선 버스를 타기 위해 빅토리아코치 스테이션이라는 곳으로 가 내셔널 익스프레스 표를 샀다. 장형만 믿고 따라다니느라 길을 안 알아봤었는데, 장형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좀 헷갈려했다. 그래서 원래 타려던 시간의 버스를 놓치고 1시간 뒤꺼를 탔다. 헐레벌떡 뛰어다녔는데 본의 아니게 여유가 생겨버렸다.
성인 2명 왕복표를 52.6파운드 주고 구매했다.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돌아올 때 시간이 자유인 티켓으로 끊다 보니 가격이 살짝 올라갔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화장실이나 가볼까 하고 나섰는데 문 앞에 이렇게 돈을 내라는 칸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유료화장실을 태어나서 처음 써보다보니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일하시는 분이 웃으면서 이런거 왜 찍냐고 물어보셨다. 순간 당황해서 친구 보내주려고 찍었다고 말했다. 아마 순간적으로 '처음 사용해봐서 신기해서 찍었다'고 말을 하지 못했겠지..
한 두시간 정도 타고 왔나. 목적지인 south hampton에 도착했다. 장형이 잠깐 병원에도 들리고 도서관에서 빌릴 책도 있다고 해서 구경도 할 겸 같이 따라다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흔히 생각하는 유럽 풍경처럼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수다를 떠는 학생, 나무 아래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자유가 느껴져 좋았다. 도서관은 한국 대학교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이곳 역시 중국인이 워낙 많아 물어보니 수업 중 30%는 중국인이라고 했다.
장형이 친구한테 잠깐 받을 것이 있다고 해서 학교 뒤쪽에 있는 자취생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왔다. 길과 집, 도로 위에 쫙 펼쳐져 있는 하늘이 정말 예뻤다. 방학이라 차도 많이 안 다니고 딱 좋았다. 나도 친구와 가볍게 눈인사를 한 뒤 우린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피시앤칩스! 사실 어제부터 장형이 여기 피시앤칩스가 정말 맛있다고 문을 열고 들어오기 직전까지 극찬을 해서 정말 궁금했다. 매번 케찹이나 칠리에만 찍어먹었었는데 특이하게 카레를 소스로 준다고 해서 더욱 구미가 당겼다.
기대했던 카레 소스. 뭐 나쁘진 않았지만, 케찹과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케찹을 택할 것 같다.
한국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외국 병원에 잠깐 들린 뒤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스타디움에 왔다. 이날 날씨가 좀 더워서 위 사진처럼 워커와 긴바지를 입은 것을 후회했다.
경기도 없고 아무런 이벤트도 없는 날이었는지 모든 건물이 닫혀있고 정말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장형과 나 둘만 이 넓은 공간에 있었다. 그래서 실컷 사진을 찍었다. 이런 경기장은 한국에서도 못 가보고 Tv에서만 봤었는데, 이름밖에 모르지만 알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경기장에 오다니. 좀 신기했다. 특정한 날에는 돈을 지불하면 경기장 투어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여기 팀의 팬은 아니니 그냥 겉만 한 바퀴 돌고 다시 나왔다.
Rossters piripiri라는 곳에서 3파운드를 주고 산 엄청 큰 케밥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면서 먹었다. 공원까지 오는 길에 골목에서 대마초를 피고 있는 젊은이들도 보고 형이 여기서 다녔다던 교회도 잠깐 들렸다. 이 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놀며 쉬다가 다시 London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여기서 지금 메인으로 설정한 사진도 찍었는데 개인적으로 유럽여행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다. 색감도 색감이지만 뭔가 여유가 느껴진다. 그런 삶을 좋아한다.
다시 시내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서진 성곽이라는 정말 오래된 northern gateway도 보고 발이 너무 아파 백화점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장형이 또 자기가 생활했던 곳이라고 신나서 이리저리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재밌었지만 좀 힘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강아지. 표정부터 '나 너한테 관심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귀엽다. 요즘 따라 대형견을 너무 키우고 싶은데 내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행동일 것 같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시원한 곳에서 쉴 만큼 쉬었겠다 다시 버스를 타러 가다가 어제 봤던 것에 비하면 아주 초라한 공사 중인 시계탑을 만났다. 뭔가 크게 있어 장형에게 물어보니 시계탑이 맞다고 했다. 너무 큰 것들을 보고 와서 그런지 작은 크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냥 귀여워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National express에 도착했는데 5분 차이로 또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6시 30분까지 또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실내에 있는 직원들이 퇴근을 해야 해서 밖에서 기다렸다. 근데 이 버스마저 한 시간이 늦어 7시 30분이 되어서야 왔다. 오늘 못 돌아가는 줄 알았다. 아마 이 상황이 한국이라면 난리 났겠지만, 여기선 흔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아무 사람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았다. 기사님마저 미안한 기색이 없으셨다.
사우스햄튼 런던 근교 투어를 다녀오다.
London과 비교해보자면 우선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서울처럼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의 느낌이 아닌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처럼 뭔가 따뜻하고 조용하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휴양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흡사하다. 공기마저 차분한 느낌이다. 당일치기였지만 괜찮았다.
그리고 이번 suburb travel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인생에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오늘 하루는 아침에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곳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었고 준비도 되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와 무작정 따라다녔다. 근데 이게 날 정말 힘들게 했다. 날씨도 날씨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누군가만 따라다니는 것은 개인적인 성격상 좀 힘들었다. 주도적으로 내가 선택한 게 아닌 이끌려다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날은 유독 힘들었다.
순간 내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목적이나 동기부여가 있어야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나를 믿고 앞으로 가는 것이지 남에게 의지한 선택은 날 더 지치게 만들 뿐이다. 힘들겠다는 것을 알고 선택을 한 것과 무방비 상태에서 다가오는 힘듦은 전혀 다르다. 평소라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뚱딴지같은 것들도 생각해보게 해주는 여행이란 것은 참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