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팥을 활용하여 제과 장인이 직접 만드는 요즘 찾기 힘든 옛날 팥빙수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꾸준히 장사를 하는 곳이 있다. 여길 처음 이용한 것이 몇 년 전인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장사를 하시니 시간이 꽤나 흘렀겠다. 근데 개인적으로 이 지역 상권을 잘 모르긴 하는데 여기의 경우 입지가 굉장히 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딱히 다른 상가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목이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것도 잘 모르겠고. 근데 항시 여긴 장사를 하고 계셨고, 솔직히 속으로 장사가 잘 되나 싶었다. 근데 이용할 때마다 빵도 그렇고 나름 여기만의 특징이 살아있었고 만족도도 높았다. 가격이 살짝 있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는데 맛도 좋고 그냥 좋은 기억만 남아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번 이용하다가 또 여길 당분간 지나다닐 일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날이 더운 요즘 여기가 생각났다. 바로 여기서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오랜만에 한번 가볼까 싶었고 이렇게 오게 되었다. 여전히 이렇게 장사를 하고 계셨다.
늦은 시간 방문했기 때문에 빵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들이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일 아침 여기서 빵을 만드셔서 내놓으시는지 어떠신지는 잘 모르겠다. 여긴 항상 올 때마다 밤 늦게 오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 문을 열고 계셨고 이렇게 자리에 앉아 먹고 싶었던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방문 이유는 바로 팥빙수를 먹고 싶었기 때문! 요즘 날이 더워 내 몸이 원하는 것인지 자꾸 팥빙수 생각이 난다. 그냥 달달하고 시원하게 먹고 싶더라. 정말 아주 예전에 강남 신사 쪽이었나. 어느 골목길에 위치한 팥빙수 전문점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엄청나게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그 기기조차 해외에서 가져와 몇억짜리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때 엄청나게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 차별화된 부분 중 하나가 얼음이 그냥 물 얼음이 아니라 우유 얼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대부분 가게가 우유 얼음을 내어주는데 이때만 해도 이런 인식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거기 또 가고 싶었는데 가게를 까먹어 가지 못했다.
잠시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팥빙수 자체에도 격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실만한 곳 중 하나가 목동 현대백화점 맨 윗층에 위치한 빙수 전문점인데 아마 가보신 분들 있으실 것이다. 거기가 가격이 꽤나 나가는데 정말 우유 얼음으로 담백하고 팥도 물리지 않게 적당히 달달하게 잘 내어준다. 솔직히 거기도 처음 먹고 반했었다. 설빙 이런 곳은 트렌디하긴 한데 뭔가 내가 원하는 그 정통 느낌은 아니다. 너무 화려한 느낌이랄까? 나의 경우 오늘 소개한 옛날 팥빙수처럼 심플하고 간단한 맛을 선호한다. 옛날 스타일 말이다. 근데 요즘 또 이런 가게가 많이 없는 기분이다. 아무튼 그렇게 빙수도 아무 곳이나 가지 않고 나름 찾아서 가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프랜차이즈 중에는 투썸이랑 파스쿠찌가 괜찮았다. 이디야의 경우 1인 빙수라고 해서 싸게 파는데 정말 그거 안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먹어보고 너무 실망했다. 가성비는 좋았는데!
근데 오늘 소개하는 26년 장순민 쉐프의 노하우가 담긴 정통 옛날 팥빙수는 대만족이다. 여기 처음 와서 먹었을 때 식후에 바로 와서 정말 가볍게 먹을 예정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가격이 있었고 근데 더워서 그냥 나갈 순 없어서 그렇게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배부르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배를 꽉 채우지 않았고 실컷 먹을 생각으로 방문했다. 양은 예전과 똑같이 여전히 많았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도 우유 얼음이다. 우유 얼음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 생각한다. 우유 얼음으로 구성이 되면 딱히 연유 같은 것을 뿌리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마 대부분 이 차이를 알고 드신다기보단 그냥 이젠 당연히 받아들이는 입장이기 때문에 딱히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되진 않겠다. 아무튼 이 얼음 때문만에 여기가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장점은 바로 팥이다. 솔직히 설명에는 '국산 팥을 장순민 쉐프가 정성 들여 제대로 직접 만든 옛날 팥빙수'라고만 되어있긴 한데 이 팥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일단 색깔을 보시면 시중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색이 굉장히 옅은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우리가 알던 팥은 저것보다 더 까말 것이다. 솔직히 이 때문에 맛 차이가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여기 팥은 물리지가 않는다. 즉 그만큼 달달하지 않다는 의미다. 팥의 경우 너무 달아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근데 그런 분들의 경우 여기에 오면 딱이다. 저 팥을 먹어도 막 달아서 물린다거나 느끼하다거나 그렇지 않다. 적당히 식감과 감칠맛을 살려준다. 그리고 요즘 잘 되는 빙수 집들은 한층만이 전부가 아니다. 먹다 보면 그 중간에 다시 팥이 이렇게 나타난다. 그만큼 볼이 깊고 양이 많다는 의미가 되겠다. 26년 장순민 쉐프의 가게 역시 이렇게 중간층이 하나 더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앞서 양이 많다고 말한 것이다. 솔직히 13,000원이면 요즘 가격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비싸고도 말할 수 없겠다. 이것도 이제 단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하나의 요리처럼 취급을 받아서 예전처럼 막 싼 가격에 먹을 순 없겠다. 근데 그만큼 재료가 실하게 들어가만 준다면 그 가격 역시 괜찮다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나오는 게 부실하면 만족도가 더 떨어진다. 앞서 말한 한 프랜차이즈가 나에게 그랬다. 근데 여기 장순민 제과점의 경우는 양도 실하고 재료도 퀄리티 괜찮고 얼음도 달달하고 시원하고 너무 맛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개인 기호에 맞게 어느 정도 재료를 조절하여 주신다. 저 위에 뿌려주는 인절미 가루라고 해야 하나. 싫어하시는 분들에겐 안 넣어주시고 그런 것 같았다. 솔직히 요즘 팥빙수 하면 다들 설빙이 떠오르실 것이다. 근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다양한 맛을 취급하는 것보다 이런 단일품을 판매하는 곳이 좋다.
그렇다고 하여 막 그런 유명 프랜차이즈가 싫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도 메론 빙수 좋아해서 종종 먹곤 한다. 일단 눈이 즐겁고 입도 즐거우니까. 근데 솔직히 꾸준히 먹을 수 있는 것은 여기 옛날 팥빙수처럼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맛이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근데 이런 가게가 많이 안 보여서 슬프다. 그래서 여기 가게가 꽤나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매장에서 기다리면서 보니 빵을 사 가시는 손님들도 은근히 계신 것 같고. 또 빙수를 먹다 보면 얼음이 슬슬 녹아 마지막 즈음에 저렇게 물처럼 남아있는데 저게 또 은근 별미다. 별미보단 매력적이다. 굉장히 시원하고 앞서 얼음 씹어먹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랄까. 저건 숟가락에서 떨어진 우유 얼음이 무슨 곰 발바닥처럼 떨어져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요즘 이상하게 저렇게 귀여운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저처럼 이런 맛을 좋아하시는 이웃님들이 계신다면 단골집 같이 소개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