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토종 자포니카만을 고창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아 제공하고 있는 장어세상
장어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길게 봐야 1~2년 정도 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본격적으로 먹었다고 표현하기 뭐하긴 한데 아무튼 그전까지는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다. 정말 몇 년에 한 번 우연히 기회가 있을 때나 아니면 뷔페나 그런 곳에 가서 있으면 먹었지 막 식당까지 찾아가서 먹은 적이 없다. 그러다 어느 날 뭔가 몸보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몸보신 음식이 뭐 있냐고 물어봤고 그 친구가 한 장어 맛집을 추천해주었었다. 그때 딱 꽂혀서 평소 안 먹던 것이니 먹어보자 싶었고 그렇게 홍대에 위치한 한 가게에 가게 됐다. 그리고 그 맛에 반했다. 너무 담백하고 부드럽고 살도 실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연달아 몇 번 거기 가고 지인에게 소개하도 하고 약속도 잡고 그랬다. 그렇게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사실 뭐 금액대가 있는 만큼 자주 가도 어느 정도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매번 맛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그 가게를 생각이 날 때마다 종종 방문했다. 아마 여기에도 몇 번 포스팅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때 꽂혀서 열심히 먹다가 잠시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아는 형이 자기가 정말 장어 찐 맛집을 알게 됐다고, 나중에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다. 마침 요즘 해당 음식을 안 먹기도 했고 나이스 타이밍이다 싶었고 갈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급으로 시간이 맞아서 이렇게 오게 됐다. 그게 오늘 포스팅하는 직판으로 가격 잡고 숯향까지 머금은 국내산 토종 민물장어 판매하는 장어세상이라는 곳이다. 여기 위치가 꽤 애매하다. 주차도 힘들다. 건너편 시장 상가 쪽에 하면 편한데 주차 공간이 넉넉치 않더라. 좀 돌다 보면 자리가 나는데 대부분 식사를 하러 배가 고플 때 오기 때문에 그런 여유가 많지 않겠다. 여기 건물에 따로 주차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사전에 공영 주차장이든 뭐든 알아보고 오는 것이 좋겠다. 정말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다.
그렇게 좀 고생을 하다가 대충 주차를 하고 이렇게 안으로 들어왔다. 일단 여기 처음 소개를 받을 때 막 사람들이 붐비는 그런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만 아는 그런 숨겨진 맛집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뭔가 더 와보고 싶었다. 동네 찐 아재들이 찾는 곳이 진짜니까. 요즘 성시경 먹방 노포 스타일이 뜨는 것처럼 말이다. 뭔가 말로만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을 갖고 있는 가게일 것 같았다. 그렇게 일단 들어왔는데 건물 자체는 허름해 보여도 내부는 꽤나 현대식으로 깔끔하고 시원하고 좋았다. 솔직히 일단 먹을 때 편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가 이렇게 청결하면 좋아하는 편이다. 노포를 추구하지만 환경까지 예스러움을 원하진 않는 그 중간선이라 봐주시면 되겠다. 특히 화장실 같은 곳들! 내 기준 괜찮은 식당 기준에 포함되는 영역이다. 아무튼 그렇게 첫인상이 좋았고 자리에 앉아 우선 2kg를 주문했다. 메뉴판에 정확히 키로수가 가려져 있는데 1kg 기준 59,000원이라 봐주시면 되겠다.
평일이기도 하고 좀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매장 내부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매장이 좀 넓다 보니 군데군데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계셨다. 그렇다 보니 우리 테이블 응대를 매우 빠르게 해 주셨다. 거의 자리에 앉고 주문하자마자 이렇게 숯이 들어왔고 바로 밑반찬들이 셋팅되기 시작했다. 국내산 토종 자포니카만을 고창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아 제공하고 있는 장어세상 가게의 경우 별도 상차림 추가 비용이 없다. 소개글을 보면 요즘 많은 장어집이 싼 값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상차림 명목으로 추가 비용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근데 여기는 그런 일체의 상차림비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 장어탕을 서비스로 주신다고 한다. 저게 장어탕 비주얼이다. 근데 이 장어탕, 서비스로 받기엔 퀄리티가 꽤나 상당하다. 그냥 비주얼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깊은 맛을 나타낸다. 솔직히 저거에 공깃밥 한 그릇 뚝딱해도 될 수준이다. 그래서 원래 밥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저기에 밥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이렇게 공깃밥도 하나 추가해서 같이 먹게 되었다.
장어탕의 경우 서비스라고 보기에 무색할 정도로 안에 건더기도 많고 그냥 맛있다. 솔직히 장어탕을 별로 먹어본 경험이 없다 보니 이게 뭐다 정확히 맛 표현을 못하겠는데 그냥 맛 자체에서 건강할 것 같은 깊은 맛이 나온다. 대충 나온 느낌은 아니랄까. 그렇게 먹고 있으면 처음에만 이렇게 여기 일하시는 분께서 장어 초벌을 해주신다. 근데 딱 초벌까지만 해주시고 먹을 단계까지는 셀프로 진행해야 한다. 그게 여기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다. 직판으로 가격 잡고 숯향까지 머금은 것까진 좋았는데 국내산 토종 민물장어를 직접 구워서 먹어야 했다. 이게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가 아닌데, 초보자들이 굽기엔 꽤나 퀄리티가 있었다. 애초에 화력도 센데 말이다. 그리고 이게 어느 선에 먹어야 할지 정확히 감도 안 오고. 분명 여기도 맛있는 곳이 맞았지만 여기서 딱 내가 자주 가던 홍대 가게가 생각났다. 거긴 먹을 때까지 다 셀프로 구워주시니 말이다.
물론 본인이 고기를 잘 굽는다 하면 그냥 여기서 도전해서 먹어도 되겠는데 그런 편이 아니라면 뭔가 그 가치를 제대로 못 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이랄까? 아마 사진을 보시면 중간중간 겉이 좀 탔다거나, 수분이 날라갔다거나 그런 한입들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여기서 또 함정이 있다. 분명 이렇게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맛도 좀 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여기 밑반찬이 워낙 맛있어서 그 함정에 빠져있었나? 그냥 어떻게 굽든 다 맛있었다. 이게 타서, 건조해져서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데 제대로 구웠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이 가게에서 앞서 소개한 것처럼 직판으로 신선한 재료들만 받아서 그런 것인지 그냥 싱싱하고 맛있었다. 잡내 하나 없고!
장어의 경우 평소 워낙 먹어본 경험이 없다 보니 실패한 경험도 없다. 먹더라도 맛집에서나 먹어봐서. 그래서 이 기준들이 좀 다를 수 있다. 솔직히 1kg에 이 가격보다 저렴한 곳도 많다. 동네에 지나다니다 보면 나름 센 불에 구워서 기름기 쫙 빼서 내어주는 가게도 많더라. 그런 곳 가격표를 궁금해서 살펴보면 실제로 가격도 저렴했다. 근데 뭔가 딱 상태가 다름이 눈에 보였다. 그런 곳은 이 살이 통통하게 올라오는 부분도 그렇고 원 재료 상태부터가 달랐다. 뭐 내가 얼마나 잘 알겠느냐만 내가 맛집에서 먹어왔던 비주얼과는 다르더라. 그래서 그런 곳에서 안 먹어봤기 때문에 여기가 가성비가 있다 없다 말할 순 없겠지만 내 기준 홍대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이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일단 장어 자체가 영양분도 많고 기름기가 있어서 그런지 먹는 것에 한계가 있다. 뭔가 소고기 느낌이랄까? 처음엔 양도 적어 보이고 엄청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마리 먹다 보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는다.
그런 포만감 기준으로 따지면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것을 풍족하게 먹고 그 금액을 지불하니 매번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저절로 '잘 먹었다.' 이 말만 나오지. 여기서도 그랬다. 직접 담은 갓김치와 깻잎, 묵은지 등과 함께 싸서 먹으면 느끼함 없이 마지막 한입까지 담백하게 먹을 수 있으며, 좋은 숯을 사용하고 그 위에 굽기 때문에 장어에 숯향이 배어 기름기가 쫙 빠진 장어의 맛도 느낄 수 있다. 또 서비스로 나오는 장어탕 역시 얼큰한 양념과 우거지, 몸에 좋은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감칠맛이 있다. 게다가 직판으로 신선함과 가격까지 잡았으니 만족하지 않을 수 없겠다. 물론 앞서 말했지만 차라리 첫 주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구워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런 가게에 오는 사람들 중에 정말 장어를 잘 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많이 먹어봤다고 하더라도 잘 굽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부분이 계속해서 아쉽긴 했는데 그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맛과 퀄리티였다.
정말 밑반찬과 함께 홀린 듯이 먹었다. 그리고 이게 맛집 포스팅에 할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이날 과식을 해서 거의 일주일 정도 고생을 했다. 체를 해가지고 말이다. 물론 이날만 먹었으면 괜찮은데 다음날에도 괜히 야식을 먹게 되어서 소화가 되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안으로 넣다 보니까 속이 과부하가 걸렸다. 그래서 괜히 맛있고 몸에도 좋은 것 먹고 일주일 고생했다. 그 부분이 아쉬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여기 와서 양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씩 먹다 보면 과식을 하게 된다. 애초에 메뉴 자체에 고단백으로 영양가가 높으니 포만감은 나중에 분명히 올라올 테니까 말이다. 근데 그것도 생각 못하고 수다도 안 떨고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숯의 경우에도 이날 화력이 줄진 않았는데 만약 화력이 좀 떨어질 경우 추가 요청드리면 되겠다. 그럼 불을 다시 세게 해 주신다. 자주 가는 곳에서 들었는데 장어는 센 불에 확 구워야 더 맛있다고 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대부분 고기가 그런 것 같다. 천천히 구우면 육즙 다 빠져서 그런가?
이미 여기서 공깃밥 한 그릇 해치웠고 장어 꼬리도 먹고 몸통도 먹으면서 많이 먹었다. 중간에 1kg 추가 주문해서 셋이서 3키로를 먹은 상태였다. 근데 여기서 나만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으니 멈췄어야 했다. 근데 뭐에 홀렸는지 잔치국수 매콤하게 먹고 싶었다. 또 그 육수 쫙 마셔주면 시원하니까 말이다. 시원하다의 한국식 표현. 아무튼 그렇게 잔치국수를 주문하게 되었고 양이 꽤나 나왔다. 근데 요즘 생긴 습관 중 하나가 눈에 보이면 일단 다 먹어버린다. 이게 배가 부르면 참아야 하는데 그냥 비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먹어버린다. 그래서 여기서 저 잔치국수 하나도 다 비워버렸다. 근데 이게 맛이 없으면 멈출 텐데 조합이 너무 좋았다. 먹으면서 느끼하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는데 그런 느끼함이나 기름짐을 확 잡아주더라. 깔끔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렇게 마무리를 찍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직판으로 가격 잡고 숯향까지 머금은 국내산 토종 민물장어 장어세상, 자포니카 종이 뭔지 잘 모르지만 고창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아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신선한 맛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방문해보시면 좋겠다. 맛은 확실히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