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당일 도축 당일 급냉한 고기만 판매하는 냉동삼겹살 한강돼지집

디프_ 2022. 5. 2. 21:02
사람들 줄 서서 있길래 그냥 들어가 본 망원동 한강돼지집

 

사진이 괜히 잘 나온 기분이다. 해가 슬슬 져갈 때 즈음에 찍은 사진인데 실제론 눈이 부시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 그런 것은 없다. 그 한강과 이어지는 다리에서 나와 쭉 걸어오면 바로 옆에 가게가 있다. 예전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이 가게의 입지는 상당히 좋은 것 같다. 바로 앞에 이렇게 교회도 있고. 그래서 사람이 많았나 보다. 나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니까 말이다. 자세힌 모르겠지만 근처에 주차장도 있는 것 같고! 아무튼 요즘 아침과 저녁 좀 쌀쌀해지긴 했지만 날씨도 좋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고 그런 계절이다. 물론 사람 마음이 행복해야겠지만!

여기 망원동 한강돼지집을 방문한 이유는 하나다. 그냥 저 국내산 급냉 삼겹살 글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요즘 이상하게 냉삼을 먹고 싶었다. 솔직히 아직까지 크게 매력은 못 느꼈는데 그냥 어디 방송이나 뭐 누가 먹었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먹고 싶더라. 실제로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물론 내 경험상 맛있긴 한데 그냥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는 용도이지 막 즐겨 먹는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근데 은근 이 메뉴 마니아층이 계속해서 찾는 동네 맛집들도 많더라. 아무튼 그렇게 한번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렇게 우연치 않게 방문하게 됐다. 찾아본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뭉쳐있는 것을 보고 온 것이기 때문에 먹기 전까지 어떨지는 정말 몰랐다.

 

이 가게의 경우 원플러스 등급 암돼지만 취급한다고 한다. 근데 그것도 나름 기준이 또 있었다. 당일 도축 당일 급냉 처리한 것만 판매하신다고. 이렇기 때문에 고기의 선도가 아주 좋으며 육즙이 풍부하여 야들야들한 식감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메뉴는 국내산만 취급하신다고 하니 어느 정도 맛집의 기준은 갖췄겠다. 물론 국내산을 판매한다고 하여 맛집은 아니지만 뭔가 이렇게 장사하시는데 특유의 기준이 확고한 가게들은 대게 맛도 따라오더라.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느낌이랄까. 그런 신념들이 맛이나 실력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 근데 이건 뭐 음식만 그런 것이 아니라 뭐든 그렇겠다.

 

가격은 1인분에 9,500원으로 최소 3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뒤는 1인분씩 더 추가 주문해도 되겠다. 고기를 주문하면 막 따로 어디서 가져오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에 보이는 고기 냉동고에서 쿨하게 꺼내 주신다. 그리고 여기 각각의 그릇마다 그 택이라고 해야 하나. 무슨 등급에 얼마인지가 붙어있는 종이가 그대로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 믿고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일단 하나씩 구우면서 개수 대비 금액을 따져보니 일단 저렴하진 않았다. 어느 정도 가격이 있었다. 그냥 1인분상 금액이 만원이 되지 않아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양을 생각해보면 그렇진 않다 생각한다.

그래도 막 만원이 안 되는 고기로 특별한 가치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맛만 있으면 되겠다. 내가 이날 기대했던 정도는 그냥 흰 공깃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정도였기 때문에 그냥 그 정도면 되었다. 뭔가 대패 삼겹살 느낌은 이렇게 막 먹어야 맛있단 말이지. 학창 시절 한창 대패가 유행일 때가 있는데 친구들이랑 뭐 수업 끝나고나 그럴 때 가서 막 밥 두 공기씩 먹고 나오고 그런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뭔가 과거는 다 잊혀진 것 같으면서도 몸이나 세포가 기억하듯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여기 망원 한강돼지집 장점 중 하나가 밑반찬이 훌륭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한상 그냥 툭 무심하게 나오는데 필요한 것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셀프바가 있어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눈치 없이 다녀와도 되고! 여기 냉동삼겹살 맛있게 즐기는 법은 테이블마다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판을 뜨겁게 달군다. 고기는 센 불에서 살짝 노릇하게 굽는다. 여기서 고기를 절대 바짝 익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껏 후추와 소금을 뿌린다. 소시지는 계란물을 입혀서 부쳐먹는다. 불판 하단에 콩나물, 김치, 떡, 마늘을 구워서 고기랑 같이 먹는다.'

어쩐지 테이블마다 소금이랑 후추가 있더라니. 구우면서 뿌려먹는 용도였구나. 아 그리고 이 가게 첫인상도 좋았던 것이, 들어오기 전에 한 5~10분 정도 대기가 있었다. 그래서 자리가 날 때까지 좀 지켜봐야 했는데, 홀을 담당하시는 분이 청소를 정말 깔끔하게 해 주셨다. 솔직히 사람이 몰리면 위에만 대충 닦고 손님을 받을 만도 한데 기름이 튀길 수 있는 곳은 의자 포함해서 다 닦아주셨고 이 소금, 후추 통까지 하나하나 일일이 닦아주시더라. 그 부분이 위생적으로 보여 너무 좋았다. 고객이 감동하는 포인트는 은근 사소한 것에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처음 오기 전부터 먹고 싶었던 방식인 그냥 무심하게 고기 흰쌀밥 위에 올리고 그 위에 고추장이나 쌈장 올려서 한입 크게 크게 먹었다. 솔직히 먹으면서 그냥 이게 당일 도축 당일 급냉한 고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평소 이 냉동삼겹살을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거의 몇 년 만에 먹는 것인지 기억도 안 나기 때문에 그 차이를 모르겠기도 하고. 이 얇은 두께에서 뭔가 정말 달라질 수 있나 싶더라. 숙성이나 양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선회 같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일단 그냥 단순하게 맛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아 그리고 이 찌개의 경우 테이블마다 기본으로 한 개씩 제공된다. 이게 또 여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차돌 된장 전골 하나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기본으로 생조개탕이 하나 나오는데 주문하실 것이냐고 물어봐서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안 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고 국물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괜찮았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다 구워서 먹었다. 소세지는 이미 배가 불러서 그렇게 챙겨 먹진 않았지만 그냥 좀 구워봤다. 배가 고플 때 하나씩 집어먹으면 저것도 은근 매력 있는 음식이다. 우연히 찾아온 눈에 보이는 가게 치고 성공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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