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자꾸 손이 가는 양꼬치와 포만감을 올려주는 꿔바로우
오늘 소개할 메뉴는 평소 자주 먹는 메뉴는 아니다. 근데 이상하게 가끔 가다 생각이 나는 경우가 있다. 향에도 민감하고 뭐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굳이 이 메뉴보다는 그냥 치킨이나 다른 튀김류랑 먹으면 되니까 나에겐 우선순위가 한참 아래였다. 근데 이날만큼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분위기도 그립고 튀긴 부분은 꿔바로우로 해결하면 될 것 같았고 그냥 한입씩 빼먹는 재미로 양꼬치를 먹고 싶었다. 예전에 그 신림 쪽인가 거기 유명한 곳에 가서 먹은 적도 있는데 뭐 그때도 나쁘진 않았는데 정말 잘 안 챙겨 먹는 메뉴 중 하나다. 나름 매니아 층이 있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확실히 예전보단 자주 먹지 않나 싶다. 원래 일 년에 한 번도 먹을까 말까 인데 그래도 몇 개월에 한 번씩은 가게를 찾아가서 먹는 것 같다. 이상하게 매력이 있단 말이지. 근데 또 따지고 보면 이 메뉴 자체가 가성비가 있진 않다. 대게 다 비싸다. 그나마 동네에 있는 가게가 좀 저렴한 편에 속하는데 그것마저도 저렴하지 않다. 차라리 어느 곳은 저렴하진 않더라도 양이 엄청 많은 곳이 있는데, 기본적인 단가는 어느 정도 있는 음식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들어와 자리에 앉았고 메뉴를 주문했다. 오기 전부터 뭘 시켜야 할지는 정해뒀기 때문에 그냥 바로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확실히 매니아층이 있는 음식임이 분명한 것이 운 좋게 마지막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사람들도 계속 오고!
문득 지금 갑자기 생각난 것이 이 메뉴 단가가 좀 있는 것이 회전율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재료 본연 자체가 한국에서 생소하긴 한데 그만큼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수요가 있어야 비싸질 텐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내 기준이다. 아무튼 이게 빨리 구워지는 것도 아니고 이 가게에 온 사람들이 우리처럼 빨리 먹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해서 회전율이 개인적으로 매우 낮은 것 같다. 그렇다고 술만 마실 수도 없고! 그리고 연기부터 돌돌 돌아가는 기계까지 기본적인 설치비까지 들어가야 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하다 보니 단가가 좀 높은 것 같지 않나 싶은데 그냥 나 혼자 생각한 헛소리다. 애초에 양고기 자체가 비쌀 수도 있겠다.
숯이 먼저 올라왔고 뒤이어 양꼬치가 나왔다. 근데 이건 바로 먹을 수가 없고 이렇게 뜨거운 숯 위에서 익혀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양배추를 먹었는데 이상하게 맛있었다. 아마 배고파서 그랬을 것이다. 그동안 경성양꼬치 가게에 적혀있는 양고기의 효능에 대해 읽어보았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문헌에 따르면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주고 오장을 보호하며, 혈압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으며 당뇨, 술 중독, 몸의 독성해소, 장내해독, 살균, 이뇨, 피부미용, 피로회복, 양기부족, 질병에 대한 면역력 향상, 골다공증에 효능이 있다. 특히 양고기는 일종의 항암물질(CLA)이 함유되어있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감소시켜 피부암, 결장암, 유방암에 현저한 효과가 있다. 저칼로리, 저지방, 고단백, 고칼슘으로 다이어트에 좋고 수술 후에 의사들이 권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육질이 부드러워 노인과 어린이가 먹기에도 좋다.'
솔직히 막 맛집 같은 곳에 가면 낙지부터해서 뭐 이것저것 효능이 있다고 하던데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먹는다고 정말 그 효과가 있나 싶다. 아마 플라시보 효과 같은 것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나름 먹는 사람 입장에선 어필이 되기도 하니까 굳이 나쁘다고 볼 수도 없겠다. 몸에 안 좋다고 하는 것 먹는 것보다 좋은데 맛있으면 더 신나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보면 그냥 일반 음식이랑 큰 차이들 없겠지 싶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양꼬치가 다 구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기계가 알아서 돌돌 굴려가며 구워주니 그냥 집중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물론 이것도 노하우가 생기면 화력이 센 부분이 먼저 익기 때문에 서로 빼가 주며 위치를 바꿔줘야 한다. 나도 예전엔 몰랐는데 이제 조금 터득했다.
기다렸던 만큼 빨리 먹고 싶었고 더 맛있을 것 같았다. 근데 딱 타이밍 좋게 이때 꿔바로우도 나왔다. 둘 중 하나가 좀 먼저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쉬웠다. 배고파서 양배추만 계속해서 먹었었다. 그래도 뭐 동시에 먹으니 이렇게 사진도 찍고 한 번에 팍팍 먹을 수 있겠지 싶다. 기다리는 시간이 긴 것은 아니지만 그리 짧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불이 너무 세고 빨리 구워버리면 겉만 익고 안은 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음식이다. 그렇게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저 중식집에 가면 있는 소스, 이름을 갑자기 까먹었다. 츠사미였나. 아 검색해보니 쯔란이라고 하는구나. 그래도 비슷하게 기억해냈다.
그럼 맛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일단 이런 양꼬치 가게에서 나오는 꿔바로우의 경우 바삭함은 뭐 말할 것도 없겠다. 그래서 특이점을 좀 말씀드리자면, 소스 자체가 아예 다르다. 탕수육 느낌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신맛도 나면서 매운맛이 난다. 매운맛이란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한데 화끈거리는 맛이랄까. 입 안보단 입술이 얼얼해지는 그런 매움이다. 약간 중국 음식 특유의 매운맛 같은 것이 있는데 그런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소스가 많이 필요 없다. 오히려 소스를 많이 찍으면 그 맛이 줄어드는 이색적인 메뉴 중 하나다. 그리고 양꼬치는 개인적으로 잡내가 안 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한다. 아무래도 향을 잘 잡아야 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 나름 유명한 곳을 간다고 하더라도 몇 개 중에 한 꼬치에서 잡내가 나기도 하고 그러더라. 근데 이 가게의 경우 그런 부분은 하나도 느끼지 못해서 계속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별미가 또 통마늘이다. 처음에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나름 나보다 많이 와보신 분께서 이렇게 꼬치에 껴서 구워 먹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통통한 양꼬치를 하나씩 까먹다가 이 마늘도 하나 곁들여 먹으면 입안도 깔끔해지고 그냥 맛있고 조합이 좋다. 그리고 노름직하게 잘 구워지고. 이게 삼겹살과 함께 구운 마늘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조금 더 담백하달까.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 그리고 여기 경성양꼬치 고기의 경우 살이 좀 두툼해서 좋았다. 물론 요즘은 장사가 잘 되는 곳들만 살아남기도 하고 애초에 내가 아무런 가게나 가지 않고 좀 서치를 하고 가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가 드물기도 한데, 살이 두툼해서 식감도 살아있고 육즙도 살아있어 좋았다.
나의 경우 향에 약하기도 하고 고기를 잘 굽는 편은 아니다. 그냥 어느 정도 이제 굽긴 하는데 먹어온 경험치에 비하면 정말 못 굽는 수준이겠다. 근데 이 양꼬치도 앞서 말했듯이 어느정도 굽는 스킬이 필요한 메뉴 중 하나다. 가끔 초보티를 내면 언제 먹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익혀야 하는지 알려주시곤 하는데, 이 양고기도 너무 다 구워서 먹으면 질기고 맛이 줄어든다고 한다. 적당히 구웠을 때 먹어야 육즙도 살아있고 맛있다고. 근데 요즘 고기들이 다 그런 것 같다. 심지어 삼겹살이나 목살도 유명한 가게들은 살짝 덜 구워서 내어주시더라. 요즘은 관리도 잘 되고 신선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그렇게 먹어도 되고, 그 상태에서 먹는 것이 다 구워진 상태보다 더 맛있다고 하니 뭐 점점 더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아마 이때 무슨 날이었지. 운전을 해야 했나. 아무튼 아쉽게도 칭따오는 마시지 못했지만 두 메뉴의 조합을 열심히 즐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술마저도 초보라 왜 이 메뉴엔 칭따오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긴 한데 그냥 아마 그 특유의 분위기가 한몫하는 것 아닐까 싶다. 정말 맛에 음식 비쥬얼이나 재료의 신선도, 요리 실력도 중요한데 그때 그 사람의 감정도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대게 여행 갔을 때 맛집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나중에 또 오고 싶고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근데 막상 다음에 또 갔을 때 그때 그 맛이 안나는 가게들도 많고! 물론 변한 가게들도 있겠지만 내 기분이 그때와 갔는지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날도 배부르고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