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먹는 메뉴인데 중독성 있었던 페퍼로니 한 가득 피맥 조합!
낮부터 술을 즐긴지는 정말 꽤 된 것 같다. 술을 마시면 얼굴부터 해서 온 몸이 다 빨개지는 편이다. 그게 외국에선 아시안 글로잉이었나 블로잉이었나. 맨날 헷갈리네. 빛이 난다는 표현으로 이게 인종차별적인 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표현이 있다고 외국인 친구한테 들은 적은 있다. 근데 그걸 떠나서 뭔가 환한 곳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게 너무 창피해서 술집도 어두운 곳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아무튼 그래서 낮술 자체는 나에게 머나먼 이야기다. 근데 아마 대부분 머나먼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뭐 어차피 내가 즐긴다고 해봐야 맥주 한잔이긴 한데 이날은 시간이 애매해서 오후 5~6시쯤이긴 했지만 환한 계절이었고 그냥 탄산음료 느낌으로다가 메인 메뉴와 맥주를 같이 주문했다. 오랜만에 포스팅해서 첫 문단부터 말이 좀 꼬이는 것 같다.
여길 오게 된 이유는 아는 형이 건물 인테리어가 너무 이색적이라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이렇게 바로 오게 됐다. 메뉴는 생각보다 심플했다. 바비큐 치킨이나 피자 등만 있었고 감자튀김 정도? 그리고 술 종류가 다양하게 있었다. 원래 페퍼로니 피자를 잘 안 먹는 편인데 여기선 딱히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주문하였고 감자튀김 역시 맥주와 함께할 때 빼먹을 수 없기 때문에 서브 느낌으로 주문하였다. 가격은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피자가 엄청 비싸구나. 사이드는 괜찮고. 저거 21,000원이나 하는 줄 지금 알았네. 이날은 형이 사준다고 하여 가격도 제대로 보지 않고 주문했던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무튼 모든 메뉴를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퀄리티는 다 괜찮았다. 이색적이기도 하고. 이 말은 또 와볼 만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피맥과 함께 즐길 귀엽게 나온 맥주들. 형이 와본 김에 종류별로 먹어보자고 하여 이렇게 세트로 주문해봤다. 원래 생맥주 같은 것 한잔만 먹어보려 했는데 뭔가 이런 곳에 와 경험치를 늘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하나씩 맛을 봐봤는데 음료수 같은 맛도 있고 뭐 내 입맛에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랬다. 전체적으로 좀 낯선 느낌이랄까. 그냥 테라 생맥주가 개인적으로 최고인 것 같다. 아니면 스텔라 생맥주라든가. 개인적으로 에일 맛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기반인 맥주들이 많아 내 입맛과는 맞지 않았다. 물론 모든 맥주를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긴 했다. 진짜 유럽에서 먹었던 레몬 맥주였나. 술이 거의 안 들어간 그런 맥주들만 얼굴을 덜 빨개지게 만들어줬다. 진짜 음료수처럼 맛있었는데. 언제 한번 또 스페인을 자유롭게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맛있게 튀겨져 나온 감자튀김! 웨지감자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름 두껍게 나와 식감이 살아있었다. 이 비주얼을 보니 괜히 또 깐부치킨 가고 싶네. 조만간 후라이드랑 웨지감자 주문해서 실컷 먹어줘야겠다. 위에 파슬리랑 소금인가가 아무튼 뿌려져 있어서 그냥 먹어도 짭조름하게 괜찮았지만 나의 경우 케첩을 찍어서 팍팍 먹었다. 역시 튀긴 음식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요즘 체해서 병원도 못 가고 먹는 것을 조절하고 있는데 이 사진들을 보니 너무 배가 고파진다. 근데 진짜 체를 했으면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지금은 진짜 체한 것도 아니고 또 체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애매한 상태 같다.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목요일에 가볼 생각인데 그때까지 잘 버틸 수 있으려나. 정말 먹고 싶은 것들 팍팍 못 먹는 것이 꽤나 서러운 것 같다. 이번에 나으면 좀 관리 좀 잘해야지. 과자 좀 끊고!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페퍼로니 피자가 나왔다. 솔직히 이 메뉴 잘 안 시켜봤다. 일단 햄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부대찌개를 잘 안 먹기도 하고. 근데 이상하게 저번에 먹어본 부대찌개가 계속해서 생각나더니 이날 먹은 피자도 너무 맛있었다. 정말 평소 안 먹던 것들 빼고 이것저것 다 먹어봐서 이제 새로운 맛에 눈을 뜨고 있는 건가? 피자도 너무 맛있고 햄 가득 부대찌개도 맛있었다. 여기 비주얼이 좀 독특하고 부담스럽긴 한데 그 조합이 너무 좋았는지 부드럽게 입 안에서 잘 조화를 이루었다. 햄이 질기다거나 그런 것들 없이 말이다. 간도 적당히 잘 되어있었다. 별도 핫소스가 필요 없을 정도! 물론 난 핫소스를 곁들여서 먹긴 했지만. 이 조합은 정말 피맥의 표본인 것 같다. 감자튀김까지 있으니 입이 심심할리도 없고. 가격은 잘 모르겠고 여기 비주얼이나 구성은 가볍게 맥주 한잔 즐기기에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잘 보면 도우가 두꺼운 편인데 이게 밀집도라고 해야 하나. 그게 좀 적은 편이라 한입 물면 푹신푹신하게 쏙 들어간다. 그래서 뻑뻑하다는 기분도 안 들고 그냥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먹을 때는 막상 몰랐는데 지금 상상해보니 정말 맛있게 먹었구나 싶다. 처음엔 배가 불러서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거의 두 조각 정도밖에 안 남았고. 이미 1차로 치킨을 먹은 상태였는데 말이다. 핫소스를 위에 칙칙 뿌려서 먹어봤다. 도우 제일 아래 부분은 바삭하게 튀겨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구워져서 식감 좋게 잘 살아있었다. 그냥 맛있었다. 아 또 먹으러 가고 싶네. 개인적으로 위가 좀 약한 편인데 이 부분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평생 맛있는 것을 오래오래 먹고 싶으니 말이다. 중간중간 입가심으로 피클을 곁들여줬다. 맥주는 마시긴 했는데 이상하게 잘 손이 가지 않았다. 낮부터 얼굴이 좀 빨개져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맛있게 재밌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