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도 좋고 수율도 좋았던 삼척 동남호 대게
일단 매번 해산물 포스팅을 할 때마다 말하긴 했는데 이런 바다 쪽 음식들에 약한 편이다. 그 특유의 비린 향을 맛으로 아직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당연히 바다에서 나오면 그 바다 냄새라든가 뭔가가 같이 올라오는 것일 텐데 입에 착 달라붙진 않더라. 근데 또 예외인 것이 초밥은 잘 먹는다. 아마 밥이랑 같이 먹어서 그런가. 그래서 아직 굴도 제대로 먹어본 적도 없고 그나마 매운탕이나 연포탕, 이런 끓인 것들은 또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잘 먹긴 하는데 소라나 게처럼 쪄서 먹는다거나 그런 것들엔 약하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음식도 맛 평가보단 그냥 경험 공유 차원에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고 다른 포스팅도 그래 왔지만 더더욱 개인적인 의견이 반영될 것이니 비쥬얼을 위주로 보시고 텍스트는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다. 나름 맛집으로 찾아본다고 찾고 방문한 곳인데 솔직히 비교 대상이 딱히 없으니 여기가 어땠는지, 괜찮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일단 리뷰와 가게 운영 컨셉은 괜찮았던 것 같다.
이날 방문한 곳은 삼척 동남호라는 가게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한 10~15분 거리에 위치한 곳인데 이 근처에 이렇게 해산물을 판매하는 집들이 많으니 좀 볼 줄 안다는 분이시면 그냥 걸어다니사다가 괜찮은 곳으로 방문하면 되겠다. 근데 나처럼 관광객이고 특별한 날에만 이런 음식을 즐기시는 분들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리뷰가 좋다고 하여 나도 좋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나마 확률을 조금 높일 수 있으니까! 별도 주차공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바로 앞에 주차 공간이 있어서 차를 대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별도 음주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를 가져올 수 있었다. 들어오기 전 밖에서 대게들을 보면서 서성거리고 있으면 사장님께서 직접 나와 대략 설명을 해주시고 '얘로 해드리겠다.' 뭐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근데 막 따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고 설득하려고 하시기보단 그냥 딱 묻는 거에만 대답해주시고 쿨하게 준비를 해주시는 느낌이었다. 원래 호객 행위처럼 어떤 설득 과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이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게 처리가 돼서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좋긴 좋지만!
가게에 대해 좀 말해보자면, 일단 동해안에서 아버지가 직접 작은 신선한 대게만을 판매하고 계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2019년 11월 가게 소개에 블로그 작업, 홍보,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일단 이런 홍보가 없다는 점이 좋았고 아버지가 직접 잡으신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뭔가 더 신뢰가 가고 믿음이 간달까? 사실 여부를 내가 파악할 길은 없지만 그래도 굳이 이런 말을 하진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가게를 살펴보면, 국내산 햅쌀만을 사용하고 김치는 직접 담금 국내산 엄마표 김치만 사용한다고 한다. 실제로도 뭔가 일하시는 사장님이나 직원분들 역시 한 분을 제외하고 가족처럼 보이긴 했는데 아무튼 가족을 중심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았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매장 내부는 여유가 있었고 룸 쪽에 단체 손님만 있었다. 그래서 조금 한산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의아하기도 했다. 근데 휴가철도 아니고 주말도 아니고 그래서 그런지 거리 자체에 사람이 많이 없긴 했다.
밑반찬의 경우 솔직히 이것만 다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다양한 종류가 나왔다. 근데 종류별로 양이 많은 것은 아니고 그냥 가짓수가 다양했다. 무슨 떡도 있고 생선까스인지 튀김 종류도 있고 그러더라. 근데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그날 만들어둔 것을 손님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다. 튀김의 경우 좀 바삭하지 않을 수 있고 떡의 경우 살짝 굳은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근데 여기 동남호대게는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무난했던 것 같고 한입씩 다 먹어봤을때 딱히 불편한 것들은 없었다. 다만 메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안될 것 같아 양 조절을 하긴 했다. 아 잡채가 조금 아쉬웠구나. 개인적으로 이날 나온 밑반찬 중에 떡이 제일 맛있었다. 근데 아마 이런 밑반찬의 경우 1년 내내 고정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조금 바뀌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동해안에서 직접 잡은 대게가 나왔다. 들어오기 전에 가격별로 설명을 해주시는데 이쪽은 뭐 다리가 하나 부러졌다거나 빠졌다거나 그래서 가격이 좀 낮고, 이쪽은 판매하기에 온전한 제품 이렇게 설명을 해주셨다. 내가 왜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인지 여쭤본 뒤에 답변을 저렇게 들었다. 그래서 일단 사장님 추천대로 온전한 상품으로 구매를 한 뒤에 좀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서비스로 주신다고 하셨다. 똑같은 곳에서 나온 똑같은 대게들이지만 그런 문제 때문에 가격만 그렇게 설정된 것이고 수율이나 그런 것들은 다 동일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워낙 정신없이 들어서 좀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아무튼 저런 식으로 말씀해주셨다. 구매하기 전에 금액으로 고민을 했었는데 서비스로 넣어주신다고 하니 별 망설임 없이 바로 구매 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일단 이렇게 먹기 좋게 다 분해를 해주신다. 물론 먹는 과정에서 내가 살을 발라먹을 수 있도록 별도 손질을 하긴 해야 했지만 깔끔하게 나와 먹긴 더 간편했다.
솔직히 처음 딱 나왔을 때 '이걸 어떻게 다 먹어? 양이 왜 이렇게 많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근데 드셔 보신 분들은 아마 아실 것이다. 껍질의 양이 꽤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수율이 굉장히 중요하다. 안에 살이 꽉 차 있어야 그나마 발라먹는 맛도 나고 실제로 배도 부를 것이다. 그래서 좋은 가게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대게의 경우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모든 음식이 다 중요하긴 하지만 좀 더 그렇달까. 끝까지 다 먹어보고 든 생각은 수율은 괜찮다는 것이다. 껍질을 분해할 때마다 살들은 충분히 나왔고 잘 발라졌다. 근데 문제는 내가 이 맛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고 잘 못 발라 먹는다는 것이다. 물론 맛있긴 했는데 솔직히 저 껍딱지에 올라간 내장의 경우 별도로 소스처럼 찍어먹기도 하고 밥 비벼먹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나는 그냥 도전적인 의미로 몇 번 그렇게 해 먹었지 충분히 즐기진 못했다. 이게 분명히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잘 즐길 수 없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론 조금 많이 남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남기고 가야 하나 싶었는데 사장님께서 '이 비싼 것을 그냥 두고 가시냐고. 포장 가능하니 해주신다고' 말씀하셔서 포장을 요청드렸다. 박스 안에 잘 담아주셨다. 나의 경우 내일 서울에 올라가기 때문에 괜찮을까 싶었는데 박스에 넣어주시니 바로 냉장고에 보관 후 다음날 별도 아이스팩을 구매해서 같이 들고 올라갔다. 그렇게 하니 다행히 어느 정도 신선도는 유지되었고 먹을 수 있긴 있었다. 물론 게딱지에 들어간 내장들은 먹지 못했다. 그냥 찍어먹은 것으로 만족해야지. 물론 여기서 밥을 볶아달라고 할 때 저 게장에 밥을 넣어서 같이 담아주시는 것 같은데 우리는 이날 라면을 먹어서 밥까지 먹을 생각이 나진 않았다. 물론 미친 듯이 몰입하여 환장하고 먹었으면 라면도 먹고 밥도 먹었을 텐데 과연 내 입맛에 맞을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배가 많이 부르기도 했고. 그래서 아쉽게 포기하고 왔는데 잘 드시는 분들에겐 없어서 못 먹는 것들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다. 다 먹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나름 살들은 잘 발라먹었고 최대한 접시를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예 맛이 없었으면 더 못 먹었을 텐데 친근하지 않은 음식이더라도 끝까지 먹으려고 노력한 것을 보면 여기 삼척 동남호 대게 괜찮은 가게는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동해안에서 직접 잡은 것들만 판매한다고 하시니 더 신뢰도 가고! 마지막은 이렇게 라면을 먹었다. 솔직히 면보단 얼큰한 국물이 당겼던 것 같다. 여기 역시 대게 한 마리가 중앙에 크게 올라가 있었는데 아마 서비스 넣어주신 종류와 같은 상태인 상품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100% 퀄리티를 재료 본연의 상태가 아니라 이렇게 양념과 즐기긴 아까우니까 말이다. 그래서 좀 보니 수율이 확실히 맨 처음 나와서 바로 먹었던 것보다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국물 맛은 시원하고 얼큰하고 너무 좋았다. 다만 면발이 탱탱하지 않아 좀 아쉽긴 했다. 아무래도 국물 맛 때문에 좀 더 끓여서 그러려나? 아니면 내가 배가 불러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보다 이래저래 양이 많았다. 그래서 밑반찬을 조금씩 먹어야 한다.
이날 먹은 양이 2인인지 3인인지는 먹는 사람들에 따라 좀 다를 것 같다. 근데 우리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2인보단 3인이 먹었을 때 딱 맞았을 것 같다. 마무리로 볶음밥과 라면을 같이 먹는 기준으로 말이다. 물론 살을 다 먹는다는 가정하에 4인까진 갈 수도 있겠는데 그러면 먹을 때 눈치 보일 것 같다. 차라리 조금 남기는 게 낫지. 아무튼 일 년에 대게를 거의 몇 번 안 먹는데 이날 오랜만에 제대로 먹었던 것 같다. 그것도 서울도 아닌 바다가 주변에 쫙 있는 삼척에서 말이다. 이 동남호 가게를 다시 방문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에게 소개해 주고 싶을 때나 고민을 할 것 같은데 뭐 삼척까지 가서 누굴 소개해줄 일이 있을란가 모르겠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오늘 후기는 그냥 참고만 해주시고 대게 상태라든가 수율을 보고 개인적으로 결정해주셨으면 좋겠다. 난 잘 모르겠다. 언젠간 그래도 해산물에 강해지겠지? 아직까진 초밥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