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 올라갈 수 있는 산을 찾아봤다. 예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같이 갈 수 있겠지' 싶어서 무작정 도착했던 북한산에서 입장 거절을 이미 경험했었기 때문에 사전 조사를 해야겠다. 참고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반려견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하니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아무튼 그렇게 찾다가 오늘 포스팅하는 춘천 삼악산이 등산코스도 나름 괜찮고 높이도 괜찮고 강아지도 함께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이렇게 가봤다.
산을 판단할 때 내 기준은 제일 많이 올라가 본 북한산 백운대이기 때문에 그보다 높으면 많이 힘든 것이고 그보다 낮으면 적절히 힘든 것, 많이 낮으면 쉬운 곳이라 판단하고 있다. 오늘 등산할 이 산의 경우 높이가 한 200m 정도였나 더 낮았기 때문에 충분히 쉽게 올라갔다 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조금 마음 편하게 갔던 것 같다. 그렇게 바로 앞에 주차를 하였고 주댕이와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산이 그렇지만 여기 경로가 두가지가 있다. 아 뭐 큰 산의 경우 사방에 길이 있겠구나. 여기도 더 있을 수 있겠다. 근데 난 사전에 전화로 관리실에 물어봤을 때 이 쪽으로 오면 편하다고 말씀 주셔서 그대로 네비게이션을 찍고 주차를 하고 올라왔다. 그랬더니 바로 등선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나야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이 반대로 올라와 내려오면서 등선폭포를 마지막으로 이 산을 마무리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난 남들이 다 이 길로 올라가는 것인 줄 알고 '왜 사진을 벌써부터 찍지?' 싶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들은 이미 정상을 찍고 하산을 하신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등선폭포 비쥬얼이 너무 예뻤기 때문에 시작보단 엔딩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처음부터 너무 예쁘면 나중에 지루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니까. 근데 뭐 난 괜찮았다. 차를 주차해뒀기 때문에 나중에 내려올 때도 같은 길로 내려와 반대 길이 어떤지 모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산을 진심으로 타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두 번 이상 그냥 반 의무적이기도 하고 재미로 타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날은 특별히 댕댕이랑 왔기 때문에 더욱이 다른 것들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춘천 삼악산 등산코스를 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계단이 경사가 가파르다. 그래서 조심해서 올라가고 조심해서 내려와야 한다. 한번이라도 넘어지는 날에는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대형 사고다. 그런데 생각보다 강아지들은 잘 올라가고 잘 내려온다. 너무 넓이가 좁아서 걱정했는데 나보다 더 잘 내려가고 중심도 잘 잡더라. 확실히 사족보행 메리트가 있나 보다. 그래서 한시름 덜었고 문제는 나였다. 분명히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 북한산 백운대도 길이 험한 편이고 높이도 높은 편인데 왜 이 산이 더 힘들었을까? 그냥 내 추측으론 강아지를 데리고 다녀야 해서 힘이 두배로 소진돼서 그런 것 같긴 한데 결과적으로 총 등산 시간도 한 2배 이상은 걸렸다. 뭐 중간에 쉬기도 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랬다.
그리고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백운대의 경우에는 간식도 물도 안 먹고 정상 찍고 내려온 적도 있는데 이날은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었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날씨도 그닥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마음이 힘들진 않았다. 산이 주는 장점들이 좋았다. 옆에는 푸르른 나무들이 보이고 새소리가 들려오고 고개를 들면 맑은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댕댕이도 있고 좋은 것들만 가득했다. 싫어하는 것은 힘들어하는 내 몸뿐이었다. 물론 정상에서 소금 간이 쫙 들어간 컵라면이라든가 김밥, 유부초밥 같은 것을 먹으면 이 몸도 좋아하겠지만 아직 멀었다.
반 의무적으로라도 일년에 두 번 이상 산을 타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었다. 뭐 산이 좋다거나 뿌듯하다거나 그런 것은 모르겠고 지금에서야 하는 내 생각으로는 아마 일 년마다 내 몸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나 궁금하기도 한 것 같다. 아무래도 30분, 1시간 정도 하는 운동보다 몇 시간 이상하는 등산이 확실하게 어떤지 알려주니까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정상을 찍지 못하고 내려온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가기 전에 이게 내가 오를 수 있는 산인지 아닌지 판단은 하고 가니까 가능한 것이겠지만! 지리산이나 제주도 한라산 이런 곳들도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정말 하루 종일 날을 잡고 가야 할 것 같아 잘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튼 여기 등산코스의 경우 다음에 강아지를 데리고 가지 않아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 같지만 쉬워 보이면서도 힘든 곳이다. 일단 초기 계단만 안전하게 잘 올라가면 좀 무난한 편이다. 중간 이후에 나오는 돌계단이라고 해야 하나. 그쪽도 뭐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마지막 포인트도 그렇고! 근데 정상에서 쉴 곳이 없다는 게 좀 단점이다. 바위들로 있고 뭔가 탁 트인 공간도 생각보다 없어서 앉아서 쉬기가 힘들다. 넓은 곳도 없고! 그래서 그 부분을 대부분 좀 아쉬워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여긴 폭포가 있으니까!
중간에 발을 물에 담글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여태까지 잘 몰랐는데 이게 정말 힐링이다. 뭔가 그날의 피로를 쏵 풀어준달까.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운데 그것을 참고 발을 담그고 있으면 정말 피로도 풀리고 에너지도 차오른다.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이 이때 뭘 먹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뭔가 굉장히 상쾌해진 느낌이랄까. 안 해보신 분들은 해보시길 바란다. 나도 매번 그냥 지나치기만 하다가 언제 한번 해봤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서 이제는 꼭 하고 있다. 수건도 따로 챙기고!
오늘 소개한 추천 삼악산의 경우 굳이 등선폭포가 아니어도 너무 매력적인 곳이니 기회가 되시면 한번 방문하시길 추천드린다. 예쁜 풍경에 비해 생각보다 사람들이 덜 찾는 것 같아 더 매력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