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바싹 튀겨진 한우 황소곱창 비쥬얼 너무 좋다~

디프_ 2021. 5. 31. 19:45
겉은 바삭한 식감에 속은 부드러운 곱이 가득 찬 한우 황소곱창

곱창 이야기만 하면 먼저 슬픈 생각이 든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정말 찐 맛집이 하나 있었다. 사장님께서 손수 다 손질하고 구워주시고.. 좁은 매장이었지만 항시 사람이 붐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열정이 느껴지셨고 실제로 맛도 너무 좋았다. 품질도 그렇고. 그래서 거긴 외식을 자주 참여하지 않는 나도 여러 번 같이 갔었다. 그만큼 진짜 맛있었다. 근데 상가 임대료 문제로 가게를 다른 곳으로 옮기셨고 그 이후 행방은 나도 알 수 없어 그냥 그대로 잊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다시 이 음식에 빠지는 시즌이 돌아왔고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먹어봤다. 만족스러운 곳도 있었고 시간이 아까웠던 곳들도 있었다. 그래도 다 예전에 내가 자주 찾던 곳만 못했다. 그래도 오늘 방문한 이곳은 만족스러웠던 곳 중 하나였고 잊고 지내다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찾게 됐다.

그때도 인기가 많았었는데 거의 몇년만에 방문한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매장이 좁지도, 넓지도 않은 곳인데 식사 시간에 되니 모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래서 나 역시 오랜만에 오긴 했지만 예전 맛 그대로겠지 하면서 메뉴를 주문했다. 이 가게의 경우 목우촌 한우 황소곱창만 사용한다고 하고 가격은 싸다고 볼 순 없겠고 그렇다고 막 최상급 정도로 비싼 것도 아닌 그런 정도다. 그냥 보통에서 좀 비싼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마포에 내가 자주 가는 곳이 있는데 거기보다 살짝 더 비싼 것 같다. 먼저 된장찌개가 나오고 천엽과 양파 절임, 당근 같은 것들이 나왔다. 기본적인 밑반찬들은 부족한 것 없이 괜찮았다. 뭐 풍족하게 나온 것도 아니고 딱 적절한 느낌. 이 찌개가 뭔가 조미료 그 맛인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맛이다. '집에서 만들면 이런 맛이 안 나오는데?' 하는 것들 중 대표적인 그 맛이다. 아무튼 이렇게 스타트 좋게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메인이 나왔다. 대충 초벌이 되어져 나왔지만 바로 먹긴 그랬고 좀 더 겉이 바삭할 수 있도록 구웠다. 아마 사장님께선 염통부터 먹고 나머진 조금만 더 구워서 먹으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워낙 비주얼에 정신이 팔려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원래 먹던 방식대로 너무 구우면 맛이 없어지는 염통 라인부터 쫀득쫀득하게 먹고 나머지를 먹으려고 했다. 기름에 튀겨지고 있는 대창을 먹으면 될 것 같고 마지막으로 곱창을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주문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알곱창구이 1개, 대창구이 1개 이렇게 주문했던 것 같다. 대창이 몸에 안 좋은 것을 알지만 워낙 내가 또 좋아하니까. 그 한입에 넣었을 때 부드럽게 녹는 그 맛을 놓칠 수가 없다. 예전보다 자주 안 먹으니 이럴 때라도 놓치지 말아야지! 여기 옆에 보이는 식빵의 경우 기름을 제거하는 용도로 쓰인다. 근데 그 기름에 적셔진 것을 먹는 사람도 있다고 사장님께서 놀라서 말하신 기억이 있다. 이 가게는 아니고 다른 가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뭐 그건 개인 기호고 나의 경우 먹진 않았다. 

한우 황소곱창이 적절하게 다 튀겨진 것 같아 본격적으로 공략에 나섰다. 기본적인 소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부추랑도 같이 먹었다. 아 근데 역시 소금은 못 이긴다. 소금이 왜 이렇게 맛있지? 탄산음료를 먹으면서 설탕만 솔직히 걱정했었는데 이젠 소금도 걱정해야하나 싶다. 와사비도 이기는 게 소금이라 생각한다. 이 감칠맛 어떡해~ 근데 나 왜 이렇게 신이 난 것 같지.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불의 세기를 줄인다기보단 빨리 먹을 생각으로 먹기 시작했다. 아 근데 그동안 내 입맛이 변했나? 솔직히 예전에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그때 정신없이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비쥬얼은 훌륭하고 뭐 양도 괜찮고 구성이 다 괜찮았는데 뭔가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배부른 상태로 와서 그런가? 막 배부를 정도는 아니어도 배고프지 않은 상태로 왔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근데 여전히 인기가 많은 것을 보면 뭔가 여기가 달라진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이날 컨디션에 따른 기분 탓이거나 이제 내 입맛이 변했거나 둘 중 하나겠다. 뭔가 모르게 계속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남기진 않고 다 먹었다. 남길 정도의 그런 맛은 아니었다. 다만 볶음밥을 못 먹어서 아쉬워서 그렇지. 볶음밥이 생각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점점 몰려와 그냥 빨리 먹고 나가고 싶었다. 기름이 자꾸 튀기도 하고 배가 부르기도 하고. 곱이라든가 대창 퀄리티가 나쁘진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조금씩만 더 크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한입 크게 넣고 안에서 나오는 것들을 느끼는 그런 맛이 있는 메뉴들인데 크기가 작다 보니 좀 부족하게 느껴졌다. 쌈장이랑도 먹고 양파도 구워서 먹고 이것저것 조합을 해서 잘 즐겼다. 찌개는 처음 보글보글 끓었을 때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식은 상태로는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따로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아무튼 비쥬얼은 너무 훌륭했으나 내 기대치가 컸는지 예전 그 맛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소 아쉬운 감이 들었고 아마 재방문은 당분간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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