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맥은 호떡 맥주 조합
아주 신기한 가게를 다녀왔다. HOMAC으로 호막이 아니라 아마 호맥으로 읽을 것이다. 순수 한국말을 줄인 것 같다. 아는 형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여길 한번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근데 1차로 간 것은 아니고 1차는 이자카야에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2차로 다녀왔다. 안을 들여다보니 매장이 그리 넓지 않았고 사람은 많은 것 같아 처음엔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그냥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좀 싫었다. 근데 구석에 남은 자리가 있었고 어차피 오래 머무를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형과 잠깐 안에 들어가서 안 가봤던 곳 분위기도 좀 보고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겸사겸사의 목적으로 잠시 있다가 나오기로 했다.
대충 가게 이름을 봐서 아시겠지만 호떡 그리고 맥주를 메인으로 파는 가게다. 사실 치맥, 피맥부터 해서 요즘 이런 식의 가게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으로 아는데 호맥은 조금 낯설다. 이날 처음 먹어본 조합이었으니 말이다. 나름 메뉴 구성은 다양했다. 앙설탕, 애플시나몬, 초코 마카다미아, 크림새우, 칠리페퍼로니, 치즈 불고기, 베이컨 치즈 등등 말이다. 사이드 메뉴 역시 이것저것 있었다. 약간 마른 오징어 느낌 조합이랄까. 그리고 맥주 종류 역시 다양했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으니 이 두가지에 포커싱을 한듯한 기분이 들었고 오히려 걱정 없이 심플해서 좋았다. 근데 크림새우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뭔가 해물류랑 이 조합이 어울린다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론 이날 먹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익숙하고 맛있을 것 같은 초코 하나와 그 다음껀 형이 시켰는데 뭘 시켰는지 모르겠다. 배가 너무 불러서 먹어보지도 않았다.
외관에서부터 느끼셨겠지만 여기 내부 인테리어가 굉장히 독특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아무튼 빔프로젝트 같은 것을 쏴서 한쪽 벽에서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나름 분위기가 있었다. 매장 내부가 넓지 않아 월드컵 때나 그럴 때 다 같이 모여서 볼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그냥 가족, 지인끼리는 문 닫고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되보였다. 뭔가 벽부터해서 인테리어까지 아무튼 감성적인 곳이어서 2차로 괜찮다 싶었다. 물론 술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맞지 않을 수 있고 나처럼 가볍게만 즐기는 사람들이 선호할 것 같다. 안주 역시 달달한 편이고 술 역시 소주처럼 강한 것은 없어보였다. 뭐 보드카 같은 것도 있었나?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 모르겠다.
술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 호떡 메뉴가 시간이 좀 지나서 나왔다. 신기하게 주문하고 시간이 좀 걸렸다. 실물을 보니 뭔가 이것저것 다양하게 만들어진 것 같긴 하다. 근데 아는 형 말로는 가게가 생긴지 얼마 안되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뭔가 머무르면서 지켜보니 전체적으로 아직 딱딱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긴 했다. 물어보진 않았고 그냥 느꼈다. 아 그리고 맥주의 경우 나는 논알콜로 뭐 음료수 같은 것을 주문했다. 처음 접해보는 이름이었는데 기억하고 다음에 또 먹을 수준은 아니었다. 정말 그냥 음료수였다. 1차 이자카야에서 맥주 한잔을 했기 때문에 또 먹고 싶진 않았다. 형의 경우 다른 테이블에서 엄청 큰 잔으로 마시는 것이 있었는데 저게 여기 시그니처였고 작은 사이즈는 또 다른 컵에 나오길래 일부러 큰 잔을 시켜서 저걸로 주문했다. 나도 한번 보고 싶긴 했는데 컵은 정말 크다. 맛은 안 마셔봐서 모르겠는데 즐겁게 마신 것을 보니 괜찮은 것 같다.
초코의 경우도 다른 소스처럼 거의 그 맛이 강력하기 때문에 사실 그게 들어간 음식은 거의 초코 맛만 난다. 근데 여기 사용한 초코의 경우 처음부터 감이 오긴 했지만 누텔라였다. 한때 악마의 잼이라고 호주 다녀온 사람들을 살 쪄서 돌아오게 만든 그 초콜렛 말이다. 나도 한때 꽂혀서 아침마다 토스트에 발라먹곤 했는데 그땐 살이 잘 찌지 않았을 때라 다행이다. 지금 만약 빠졌으면 살 엄청 쪘겠다. 원래 위에 저 미숫가루 같은 것과 바로 옆에 있는 하얀거를 같이 올려 먹으면 맛있다고 하는데 그냥 기본에 충실하고 싶었다. 일단 메뉴부터가 기본이 아니긴 했지만 배가 불러서 뭔 조합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2차도 가볍게 즐길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실하게 나오니 또 많이 먹을 수밖에. 근데 가격이 애초에 저렴하진 않았기 때문에 실하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여기 호맥 집 조명이 어두웠어서 그런지 사진들이 좀 흔들렸다. 아이폰의 경우 야간 밝기가 자동 조절이 되는데 어두운 상태에 따라 1~3초 정도 딜레이가 걸린다. 그래서 나름 잘 찍힌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 흔들렸구나. 그래도 보일 것은 보여 다행이다. 위 두번째 사진의 경우 하얀 것을 올려본 모습인데 그냥 달달한 시럽 느낌이었다. 애초에 그냥 메뉴 자체가 달달해서 추가적으로 필요없을 것 같다. 연유 같은 것이었나? 워낙 소량 먹어 맛도 잘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두번째 호떡 이름의 경우 꿀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앙설탕이지 않을까 싶다. 이땐 난 너무 배가 불러서 먹지 못했고 아는 형과 그 형 직장 동료분이 나머질 해치우셨다. 나도 잠깐 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뭐 이건 지금 포스팅하면서 할 이야긴 아니고. 아무튼 이렇게 약 1~2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름 조명도 어둡고 분위기도 좋아서 그런지 대화도 잘 되고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다음에 또 와서 맥주를 마셔보고 싶긴 한데 언제 또 올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너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