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금융 1월 11일 코스닥 활성화 정책 날에 너무 화난다.
평소 쓴다 쓴다 하다가 오늘 거의 처음으로 주식과 관련한 글을 쓰는 것 같다. 원래 복기한다는 기분으로 떠나는 종목이나 들고 있는 종목 등 다방면으로 그때그때 쓰고 싶은 글을 쓸 생각이었는데, 평소 그런 생각이 마땅히 들지 않았다. 근데 오늘 딱 너무 이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 이유는 한 종목 때문에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날에 너무 화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식과 관련해 글이 쓰일 때는 웃을 때가 아닌 대부분 부정적인 상황일 때 쓸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좋은 점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것을 잊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 생각하고, 일단 이를 떠나서 이 감정만이 나에게 주식과 관련한 포스팅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요즘은 오전에 딱 한 시간 정도 밖에 매매를 하지 못한다. 그 후에 뭐 유동적으로 할 수야 있겠지만 따로 하는 것이 있어 웬만하면 하지 않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뭔가 하루가 심적으로 여유가 있긴 한데 오전장에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이 얘기를 왜 했지.. 아무튼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주식에 들어가있다. 적금은 사회생활할 때부터 들어놓지 않았다. 언제 관둘지도 모르는거고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자신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 말인즉슨 현금이 대부분 없단 얘기다. 주식거래 특성상 매도를 하고 이틀이 지나야 통장에 입금되기 때문에 당장 쓸 목돈이 필요할 경우엔 쓸 수가 없다. 항상 이를 고려해 여행을 간다거나 무언가가 필요할 땐 계획을 하고 미리 돈을 마련하는 편이다. 예전에야 다른 통장에 일정 부분 현금을 둔 적이 있었는데 조금씩 더 욕심을 내다보니 그 금액도 가져와서 다 넣어두었다. 독인지 득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상태에서 갑자기 돈이 필요해 월요일에 A종목을 매도하고 수요일에 통장에 돈이 입금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통장으로 돈을 옮긴 뒤 냅두고 있었다. 근데 예상보다 지출이 적을 것 같아 어젯밤에 다시 증권계좌로 옮겨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지 않았다. 이 아주 사소한 게으름이 오늘의 매매를 모두 망가트려버렸다. 메모장으로 관심 있는 종목들을 적어둔 뒤 오전에 1시간 정도 일찍 준비해서 살펴봐야겠다하는데 장이 열리는 9시가 돼서야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이 게으름 또한 오늘의 매매를 망가트렸다.
그래도 이미 관심종목 리스트에는 지켜보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 하나 미뤄졌다고 해서 그날 아무것도 할게 없어지진 않는데, 저 게으름이 아마 오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 중 한 종목이 바로 이 '한국전자금융'이다. 다양한 관종 리스트가 있는데 어느 리스트 안에 들어가 있는 종목은 내가 원하는 아무 때에나 들어가도 되는 것들이다. 그중 하나가 얘였다. 이미 거의 52주 신고가를 찍은 상태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차트는 아니다. 그래도 내가 리스트에 넣은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매매를 하는데 크게 부담은 느끼지 않았고, 단타를 쳐서 하루치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가 13,350원 고가 14,450원 종가 12,950원
단타를 칠 예정이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얘를 거의 장 초반 2%대에 봤다. 갭을 띄운 모습에 재미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매매를 할 수가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현금을 다른 통장에 빼두었기 때문. 통장에서 돈을 옮기는 사이에 거의 5%가 넘게 올랐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만약 평소처럼 현금을 들고 있었으면 5% 이상을 먹을 수 있었단 얘기다. 그래도 이때는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흔히 있는 일이고 내가 어제 돈 안 옮기고 매매할 준비가 안된 탓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타이밍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준비된 모양새가 나와 다시 들어갔다. 근데 아차 싶었다.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매도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급한 일이 생겼다. 손절을 안할 수 있는 가격이 그 짧은 시간에 돌아왔는데, 그때 난 자리에 없었다. 그대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맞다. 핑계다. 근데 내가 손쓸 수 있는 의도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약간 억울할 뿐이다.
그래 여기까진 괜찮다. 만약 이 실수만 했다면 오늘 이렇게 하루종일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여기서 평소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게 우왕좌왕해버린다. 내 투자 스타일에 맞춰 시장 전망이나 차트 모양이나 기업가치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 '아 이거 무조건 사야겠다' 봐둔 종목이 하나 있다. 이 종목은 좀 오래 보유할 목적이었기에 포트폴리오 내 많은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사실상 어제 들어가려했는데 아직 다른 것들을 매도하기엔 시그널이 여유가 있어보였다. 근데 오늘 무조건 매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상한 그림이 나왔기 때문에.
앞의 종목처럼 2%대에 처음 보았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금은 이미 한국전자금융에 들어가있었고 현금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종목을 처분해야했다. 이 잠깐의 망설임 동안 이 종목은 긴 양봉을 띄우며 7%까지 향해가고 있었다. 맞다. 또 5%를 눈앞에서 놓쳐버렸다. 원래 주식에서 '아 이거 샀어야했는데'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지 않은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 두 번 연속 같은 상황을 겪으니, 정말 좋은 타이밍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을 놓치니 뭔가 멘탈이 나간 것 같다. 그래서 평소보다 좀 더 조바심을 내게 된다.
이 종목을 사기 위해 다른 종목을 팔아야했다. 뭘 팔까 하면서 보다가 지난해 10월 정도부터 보유해오던 B종목을 팔았다. 이 종목은 등락을 반복하며 횡보 중이었는데 오늘도 -1%를 기록하고 있었다. 종가는 결국 1%의 수익을 주는 금액으로 마감하긴 했는데, 평소라면 절대 팔 차트의 모양새가 아니다. 기관과 외인의 시그널이 나왔고 오랜 시간 조정을 거쳐 이제는 오를 느낌만 강하게 남아있었다. 오히려 들어가면 들어가지 여태 기다려오다 지금 팔면 바보였다. 근데 무조건 사고 싶은 저 종목이 너무 사고 싶어 이 종목을 -1%의 상태로 손절을 하고 전액 들어갔다. 새로운 종목을 산 것을 후회하는게 아니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1%를 손절한 내가 너무 화났다. 이 상태로 손절할 생각이었으면 그전에 처분했지. 이익 구간도 많았는데.
여기서 또 하나 우왕좌왕했다. 예전부터 나에게 아주 좋은 효자종목 C가 있다. 이 종목의 흐름은 거의 믿는 편인데 한번 매도를 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많이 낮아졌다. 이 비중을 다시 높이고 싶어서 현금이 생기면 여기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앞서 말했듯이 현금이 '한국전자금융'에 들어가있었다. 원래 내 원칙대로라면 여기에 쓰일 금액은 이 C에 들어갔어야했다. 그러면 그 날의 저점에 매수 평단가도 낮추고 결국 장 마감에는 상승을 하는,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을 놓쳤다.
산 종목의 타이밍, 손절한 B, 비중을 높이지 못한 C. 이 세 개를 순식간에 다 놓쳤다.
단순히 한 종목을 매수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화나는 것은 오늘 하루 내 투자 원칙이 완전히 깨졌다는 것이다. 뭔가 기분도 안 좋고 급격하게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컴퓨터를 끄고 샤워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아직까지 완전히 리프레쉬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좀 나아졌다. 글을 쓰며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다시는 오늘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아주 낯선 기분이다. 원래 선택에 후회를 안하는데 오늘은 후회를 너무 여러번 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코스닥 ETF를 지금 사면 재미를 볼 수 있겠다 생각하며 하루 동안 계속해서 물량을 모아가고 있었는데, 차트는 상승하는데 계좌는 그대로였다고 뭔가 이상하여 다시 봐보니 코스피를 사고 있었다고 했다. 그날 너무 화나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기분이 뭔지 오늘 이해가 갔다.
뭔가 글을 보면 주식에 너무 미쳐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일상에서 다른 더 중요한 가치들에 신경을 쓰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이다. 그냥 주제가 주제인만큼 더 몰입해서 써봤다. 다음에는 어떤 나쁜 글을 쓰게 될지 궁금하다. 안 쓰는게 최고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