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심심해 물리지 않고 계속 들어가는, 10년 연속 블루리본 선정 춘천 맛집 황토숯불닭갈비
춘천하면 다들 닭갈비를 떠올리실 것이다. 사실 춘천여행 하면 꼭 닭갈비는 먹고 오니까. 이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는 것 같다. 첫 시작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춘천에 사는 현지인들도 닭갈비를 자주 즐기고, 놀러 오는 관광객들도 무조건 한 번은 먹고 돌아간다고 하니 확실히 이 지역 대표적인 음식이 된 것은 맞겠다. 나의 경우에 슬프게도 최근 춘천을 방문하는 비중이 높아졌는데 여태까지 닭갈비를 먹어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이왕 먹는 것 제대로 먹고 싶어서 나름 유명한 곳을 찾아서 갔었는데, 역시나 나에게만 유명한 곳이 아니었다.
처음 갔을 땐 웨이팅이 있었다. 그 웨이팅을 기다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침부터 안 먹고 왔기에 배가 너무 고팠다. 그리고 딱히 그 주변에 주차를 오래할만한 공간도 없었어서 다른 곳에서 먹기로 하고 그 가게를 빠져나왔다. 근데 그 가게를 가니까 1인부터는 주문이 안되신다고 하더라. 2인분 이상 주문하겠다고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안된다고. 뭔가 춘천 내부에서 어떤 정책이 있는 것처럼 말씀을 주시더라. 아니면 근처 가게에서만 따로 협의를 하신 것인지. 그래서 그 여행 때는 괜히 기분이 나빠서 일부러 닭갈비를 안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번째 춘천 방문에서 기존 웨이팅이 있어서 못 간 닭갈비 가게를 갔었는데 이번엔 가게가 마감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라스트 오더 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웨이팅 리스트를 받지 않으시더라. 그래서 이번에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엔 꼭 닭갈비를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사실 춘천 현지인들이 말하길 닭갈비 맛집으로 굳이 찾아가는 것보다 지나가다가 보이는 닭갈비집 아무 곳이나 가도 맛있다고 인터뷰 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말을 믿고 원래 가려던 곳이 아닌 근처 눈에 보이는 닭갈비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방문하게 된 곳이 오늘 소개할 황토숯불닭갈비라는 곳이다. 사실 처음엔 몰랐는데 여기가 먹자골목과 같은 느낌이라 근처에 다른 닭갈비 가게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뭔가 여기가 기존 양념이 아니라 구워주는 곳이라 특색이 있어 보여 여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매장 내부가 그리 넓지 않지만 테이블은 어느 정도 있었다.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다행히 운이 좋아 남아있는 테이블에 바로 앉을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장님께서 숯불에 바로바로 생 닭갈비를 구워주고 계셨다. 양념, 소금 등 모든 종류 말이다. 그렇게 초벌을 한 상태에서 손님에게 제공되는데 그래도 굽기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렇다 보니 회전율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술까지 마시면 기본적으로 2시간 정도는 앉아있을 느낌? 그래서 아마 정말 유명한 닭갈비집들은 웨이팅이 발생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여긴 구워주는 방식이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 같고 다른 곳들의 경우 양념에 익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속도 면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이런 차별화 때문에 여기 춘천 맛집 황토숯불닭갈비를 방문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 방문하는 가게이다보니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었다. 그렇게 양념 닭갈비 1인분과 소금 닭갈비 1인분, 된장찌개와 쟁반막국수를 주문했다. 뭔가 닭갈비를 먹을 때 막국수는 필수로 먹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된장찌개는 그냥 먹고 싶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선 된장솥밥을 또 먹어줘야 한다고 하더라. 여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이라나 뭐라나. 이미 이 내용을 알았을 때는 타이밍이 늦어서 다음에 또 오면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그 외에 밑반찬은 심플하게 나오는 편이고, 다행히 각 1인분씩 주문이 가능하여 다양한 맛을 즐겨볼 수 있었다. 그렇게 초벌로 구워져 나오고 우리 테이블에서 닭갈비가 다 구워져 가는 동안 본의 아니게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근데 여기 황토숯불닭갈비 블루리본만 10년 연속 받으셨더라. 블루리본의 경우 한국판 미슐랭으로 나름 맛집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인데 그게 10년 연속이면 의미를 부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블루리본의 경우 웬만한 가게가 받고 있어서 공신력이 떨어지긴 하는데 이번 흑백요리사 쉐프들을 초청하여 따로 모임을 하기도 하고 해서 어느 정도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증표 같긴 해 보인다. 그리고 1~2년 받은 곳들은 있어도 10년 연속받는 것은 정말 실력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여기 딱 괜찮게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구워주는 닭갈비도 확실히 이색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이렇게 하나하나 구워주는 것이 힘들어서, 더 맛있다는 것은 알지만 안 하는 가게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가게의 경우 정말 춘천에 거주하시는 현지인분들만 오시더라. 우리처럼 외부 관광객이 온 것 같은 테이블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 방문한 것 같은 손님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없어 보였고, 다들 딱딱 이것저것 알아서 주문하시고 바로 드시고 그렇더라. 그니까 앞서 가려고 했는데 웨이팅 있어서 못 간 가게의 경우 나처럼 홍보를 통해 방문한 외지인들도 많을 텐데, 여긴 그런 것도 없으니 정말 춘천 현지인들만 방문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니까 닭갈비 좀 먹어봤다는 춘천 현지인들에게 인정받은 가게랄까? 실제로 내가 먹어봤을 때도 왜 여길 재방문하는지, 단골이 많은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부분은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맛에 있었다.
일단 닭갈비를 떠올리시면 대부분 철판에 볶아 먹는 느낌으로 많이 생각하실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내가 가려고 했던 가게도 그랬고. 근데 여기의 경우 이름 황토숯불닭갈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정말 숯불에 하나하나 구워서 먹는 구조다. 이 부분에서 분명한 맛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이게 아니다. 여기 순수 재료 그 자체로 승부를 본다. 그니까 우리가 양념보단 생고기를 먹는 것이 더 신선하다고 종종 말한다. 그게 왜냐하면 양념으로 그 신선도를 덮을 수 있으니까. 근데 여긴 양념도 뭔가 재료 그 자체의 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느낌이다. 양념이 과하지 않다. 소금도 마찬가지다. 정말 재료 자체의 맛만 제공하는 느낌? 그래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
근데 원래 이런 맛이 무서운 법이다. 감칠맛만 딱 살아있고 물리지 않게 심플한 맛만 제공하는 그런 맛 말이다. 이런 경우 정말 끝도 없이 들어간다. 배부름도 잊은 체 말이다. 그래서 여기에 왜 춘천 현지인들이 계속해서 방문하는지, 단골 및 재방문이 많은지 한 번 먹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이 굽는 컨셉도 좋고 다 먹고 나서 추후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닭목살도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사실 우리가 치킨을 시켜 먹을 때 닭 목을 안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닭 잘 다루는 가게에선 이 닭 목살이 은근 별미더라. 다리살과는 다른 그 특유의 찰진 식감이 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그만큼 여기 닭에 대해 진심처럼 보이고, 맛도 신선도도 다 확실하니까 안 갈 이유가 없겠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