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일본식 소 혀 요리 규탄
일본여행에 가면 꼭 먹는 음식들이 있다. 아마 대부분 초밥, 라멘, 장어덮밥 정도는 기본적으로 드실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다른 것들은 까먹고 안 먹는 경우가 있어도 위 세 가지는 꼭 먹고 있다. 근데 장어덮밥의 경우 먹으려고 했는데 웨이팅이 길어 못 먹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은데 초밥이나 라멘은 빼먹지 않았다. 근데 이 세 가지 외에도 꼭 먹으려고 하는 음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규탄. 규탄이라고 말하면 아마 낯설으신 분들이 계실 것이다. 우설이라고 하면 조금 더 와닿으시려나. 이것도 조금 어색하실 분들이 계시겠다. 바로 소 혀 요리인데, 우리가 아는 동물인 소, 그리고 그 소의 혀로 만든 음식을 의미한다. 사실 막 어떻게 만든 것은 아니고 그것을 알맞은 크기로 구워서 고기처럼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면 간단하겠다. 그냥 고깃집의 메뉴 중 하나랄까.
이 음식을 일본에 가면 꼭 먹어보려고 한다. 아주 예전에 오사카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거기서 우연히 규탄 전문점은 아닌데, 정말 로컬 현지인들만 방문하는 가게에 간 적이 있다. 일층과 이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분위기도 어둑하고 만약 한국인만 혼자 갔으면 주문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로컬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었다. 거기서 여러 가지 메뉴를 시키고 우설이라는 것이 있어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처음 먹어봤다. 근데 진짜 맛있더라. 사실 이게 분위기가 좋아서 더 맛있게 느껴진 것인지, 아니면 그 이자카야가 특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너무 맛있었고, 이건 앞으로 일본에 올 때마다 먹어야겠다 다짐했던 순간이다. 그 뒤로 오사카 여행을 갔었을 때 그 가게를 또 갔었고, 그 뒤 혼자 도쿄 여행을 왔을 때는 딱히 먹을 기회가 없었다.
먹을 기회야 사실 만들면 되긴 하는데 우선 순위가 조금 밀린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혼자 막 먹고 싶은 감성이 생긴 것도 아니었고. 근데 이번에 또 일본여행을 준비하면서 여기 가보면 좋겠다 싶은 곳을 발견했다. 바로 규탄 전문점인데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혼자 방문하는 고객도 부담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는 곳이었다. 그래서 여긴 한번 소개해보기도 좋겠다 싶어서 가야겠다 생각했고, 이렇게 일정 중에 하나 넣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일본 도쿄 긴자 중심가에 위치한 가게로서, 네기시 긴자나미키도리점이라는 곳이다. 네기시라는 상호명이 프랜차이즈로 보이는데 전국적으로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에게 이 네기시라고 하면 다들 아시더라. 그래서 현지인들에겐 이미 꽤나 유명한 규탄 맛집인 것 같다. 별도 예약은 하지 않았고 방문했는데 한 5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나서 이렇게 자리에 앉았다.
소 혀 요리 규탄의 경우 사실 한국 관광객에게 위 대표 세가지 메뉴보다는 확실히 덜 알려진 음식이다. 아마 내가 예전에 오사카에서 처음 먹었을 때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가 관광객의 입장에서 쉽게 먹지 못하는 음식이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근데 요즘은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잘 안 즐겼던 것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인터넷의 힘으로 그런 정보들이 누구에게나 손쉽게 퍼지겠다. 그리고 또 그런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으니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희소성 있는 정보를 더 공유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정말 인터넷에 모든 것이 다 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요즘은 나만 아는 맛집 그런 것들이 없다 생각한다. 그래서 이 우설 역시 이제는 많은 관광객들이 일본 현지에 놀러 가서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렇게 대중적이진 않지만 말이다.
안 드셔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맛이나 식감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이 메뉴 자체가 소 혀 요리다. 우리가 혀를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식감들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고기처럼 부드럽진 않고 약간 탱글거리는 느낌? 근데 실제로 그런 식감이 나타난다. 물론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얇게 나올 경우 그런 식감이 좀 줄어들긴 하는데, 대게 일본에서 먹었던 규탄의 경우 어느정도 두께가 있더라. 그래서 먹다 보면 중앙 부분에서 그런 탱글탱글한 식감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식감이 먹으면서 뭔가 연상이 되어서 그렇게 좋진 않은데 또 신경 안 쓰고 먹다 보면 그런 부분이 잘 안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먹는데 너무 민감하지 않고서야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외 맛이나 향 그런 것들은 일반적인 고기와 똑같다. 그래서 부담 없으니 먹을 수 있겠다.
나의 경우 이날 도쿄 네기시 긴자나미키도리점은 첫 방문이었다. 여태까지 일본 현지에서 우설을 먹었을 때 이렇게 전문점이 아닌, 이자카야 같은 곳이나 고깃집에서 판매하는 별도 우설 메뉴를 먹었었다. 근데 이렇게 규탄을 메인으로 전문점으로 판매하는 곳은 처음 와봤다. 내가 이쪽 분야에 특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먹어보자 싶은 관광객이기 때문에 따로 뭔가에 대한 니즈는 없었다. 그래서 여기 세트 메뉴로 판매하고 있는 2,800엔 식사를 주문했다. 점원분이 상당히 친절하시고 메뉴판도 있고 QR코드로도 확인이 가능하니 주문은 그렇게 크게 어렵지 않겠다. 바테이블 형식의 자리에 앉아 바로 앞에서 고기가 구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 향이나 이런 것을 잘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이 오는 것은 있겠다. 그런 부분은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고, 주문 후 고기가 구워지기 때문에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테이블에 놓여진 소금을 적당히 뿌린 다음에 잘 구워진 소 혀 요리 규탄을 먹기 시작했다. 일단 앞서 말했듯이 그 식감은 약간 느껴졌다. 근데 여긴 그런 부분이 확실히 덜했다. 만약 그냥 소고기 어느 부위라고 하면 모르고 먹었을 것 같다. 그만큼 막 상상한 것보다 특이한 포인트가 없는 부위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가격도 한국에서는 매우 비싼 편에 속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먹을 경우 다른 부위들과 비교하여 가격적으로 비싸다거나 그렇지 않으니까 여행 중에 경험 삼아 이렇게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특유의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약간 있을 수 있겠으나 아마 일행 중에 개의치 않고 잘 드시는 분이 분명히 있으실 것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추천드려본다. 아무튼 그렇게 먹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날 나에게 대박 메뉴는 따로 있었다. 한입 먹고 바로 감탄해서 어떻게 보면 메인인 고기보다 더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
저 파와 조금의 고기만 떠있는 국물. 굉장히 뜨겁게 나오는데 저기에서 생각도 못한 깊은 고기 육수의 진함과 함께 너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느껴졌다. 한국에서 소고기뭇국의 경우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데 이 국물의 경우 그런 포인트가 하나도 없다. 그냥 생수와 같은 빛깔이고 파만 조금 둥둥 떠다니는데 한입 먹으면 너무 시원하고 깔끔하고 맛있다.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게 너무 맛있어서 이름도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에 비해 이렇게 걸죽한 이름 모를 비주얼의 경우는 식감부터 조금 특이했다. 근데 이게 나중에 알고 보니 잘 저어서 섞어서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나의 경우 그냥 먹었어서 맛이 없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주변에서 알려줬다. 그래도 저 국물을 찾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밥과 함께 규탄을 마저 해치웠다. 사실 일본 현지에서 이 우설 요리보다 더 맛있는 것은 많기 때문에 다음에 또 재방문까진 모르겠다. 근데 만약 먹어보고 싶다는 일행이 있으면 여길 데려와보고 싶다. 여행 중에 들리기 좋은 괜찮은 곳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