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9천원에 고기, 상추쌈, 찌개, 햄 등을 실컷 즐길 수 있는 상춘상회

디프_ 2023. 12. 10. 10:52
점심 특선으로 제공되는 돼지불백. 상추 쌈에 먹으니 너무 맛있잖아!?

 

이 골목길에는 아주 특이한 컨셉의 가게가 있다. 사실 매번 지나가면서 쳐다보기만 하고 안에 들어갈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뭔가 점심 식사로 안 맞는, 고깃집 같은 느낌이랄까. 근데 어느 날 작은 간판에 '점심 특선'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고,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다행히 계산대 앞 쪽에 자리가 하나 있어서 거기에 앉을 수 있었다. 정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나만 몰랐던 같은 일들이 있다. 최근엔 어디를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더라. 그래서 속으로 '사람들이 이렇게 다 알아서 즐기고 있구나' 싶더라. 좀 신기하기도 했다. 글로만 접하는 것과 현실에서 경험은 정말 항상 다르구나 생각한다. 그래서 밖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아무튼 그렇게 들어와 주문을 했다. 고추장불백 2개를 주문했다. 저렇게 단일 가격으로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따로 따로 주문을 해도 되는 것 같다. 근데 이날 일행과 메뉴가 통일이 되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먹기 위해 고추장불백 2인분을 택했다. 사실 고추장불백 오랜만에 먹고 싶었다. 예전에 집 근처에 고추장 삼겹살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생삼겹살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주는 곳이었는데, 양념이 겉에 발라져 있다 보니 개인이 구우면 안이 익지 않고 타는 경우가 있다. 근데 거긴 직접 구워주셔서 믿고 먹을 수 있었다. 구석 화로 같은 곳에서 초벌해져 나오기도 하고. 거기 종종 갔었는데 몇 년을 못 가 가게가 사라졌다. 다른 일을 하시겠다고 들은 것 같다. 아무래도 입지가 좀 좋지 않았다. 그 뒤로 이렇게 고추장 돼지고기를 먹은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물로 내가 구워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밑반찬이 나온 뒤에 그것들을 즐기고 있으니, 한 5분 정도 지나고 메인 메뉴가 나왔다. 일단 여기 상춘상회에서 처음 놀랐던 것은, 상추 쌈이 저렇게 큰 통에 담겨 나온다는 것이다. 솔직히 야채 조금 주는 곳들이 많다. 그래서 또 달라고 해야 한다. 아마 사장님 입장에서도 값이 비싸니까 남기는 것보다 그렇게 주고 더 달라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겠다. 근데 여긴 과감하게 저렇게 통으로 주시더라. 아마 기존에 손님들이 얼마나 먹는지 데이터에 대한 믿음이 있으셔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쌈장과 마늘도 있어서 이따 고추장 불백을 싸서 같이 먹으면 맛있겠다 싶다. 그전에 잘 구워진 햄으로 입맛을 돋궈주었다. 햄 중에서도 스팸이랑 뭐 국내산 햄이었는데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난다. 미 어쩌고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게 단가가 좀 저렴해서 그것을 쓰는 것으로 나뉜다고 한다. 여긴 국내산 것을 쓰는 것 같긴 한데 스팸을 자주 안 먹어서 정확하진 않다.

그렇게 고추장불백이 나왔고, 이제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 구성이 딱 9천원이다. 물론 2인이기 때문에 18,000원이지만 혼자 먹어도 여기서 고기 양만 줄어들지 전체적인 구성은 똑같겠다. 9천원에 고기, 상추쌈, 햄 등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왜 찌개는 없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다. 먹으면서 너무나도 퀄리티가 괜찮길래, 내가 여기에 찌개까지 나오면 대박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욕심이겠지 싶었다. 사실 어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먹을 때 내가 뭔가 더 바라면 욕심이겠지 싶은 가게들이 몇 없다. 그만큼 손님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가게가 많이 없기도 하겠지만, 당연히 돈을 지불하는 손님 입장에서도 내가 돈을 내고 그만큼의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긴 힘들겠다. 근데 여기 상춘상회에서 딱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찌개는 잊고 그냥 열심히 먹고 있었다. 그렇게 한 3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사장님께서 이렇게 찌개를 가져오셨다. 그것도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뚝배기에 저렇게 보글보글 끓고 있는 상태로 말이다. 그래서 여기 대박이다 싶었다. 그리고 다음에 또 와야겠다 생각했다. 솔직히 요즘 9천원에 이렇게 잘 나오는 곳들 많이 없다. 재료 하나하나도 신선했다. 사람들이 많아 음식이 금방금방 소진되어서 그런지 뭐 하나 마르다거나 그런 게 없었다.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괜찮았다. 무엇보다 여기 인테리어도 좀 이색적이고, 저 음식들이 나오는 그릇까지 해서 뭔가 먹기 전부터 살짝 즐거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냥 한마디로 말하면, 사장님께서 장사를 잘하시는 스타일 같다. 이렇게 명확하게 하나의 콘셉트를 가져가고 장사를 하시니까. 그리고 음식 장사의 본질인 음식 자체도 잘하시고.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다. 고기에서 적당히 불향도 나서 코와 입이 즐거웠다. 그리고 상추 쌈을 평소에 잘 안 먹는 편인데 이렇게 마늘에 쌈장 가득 올려서 먹는 경우에는 종종 먹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찌개로 입가심을 해주었다. 뚝배기에 기본으로 담겨 나오긴 하는데, 저렇게 두부부터해서 각종 야채가 실하게 담겨 있었다. 뭔가 단일 메뉴로 주문한 느낌이랄까? 신선한 재료들로 9천원에 고기, 상추쌈, 찌개, 햄 등을 실컷 즐기고 나왔던 것 같다. 매장 자체가 좁은 편은 아니지만, 나름 단골들도 많아서인지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 명당 9천원에 점심 특선을 판매하고 계시기 때문에 많이 남진 않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가게가 있으면 점심 메뉴 걱정은 없겠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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