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햄 폭탄 부대찌개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괜찮았던 놀부부대찌개
부대찌개를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뭔가 햄 자체를 주변 지인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인기 많은 페퍼로니 피자 역시 최근에 왜 사람들이 먹는지 이해가 되었을 정도니까. 예전에 매주 주말마다 운동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2~3시간 정도 탁구를 치고, 그에 대한 내기를 하고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그렇게 매번 점심을 먹을 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부대찌개를 좋아했는데, 나의 경우 부대찌개가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뭔가 집에서 먹는 집밥 느낌 같달까? 집에서도 햄을 자주 먹은 것은 아닌데, 그냥 찌개라는 이름 때문인지 밖에서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아마 지금 돌이켜보면 친구들이 좀 서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때도 아예 안 먹은 것까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냥 이 음식에 대한 나의 평소 생각은 저렇다. 근데 그런 내가 오랜만에 이렇게 부대찌개를 먹으러 왔다. 완전 추억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놀부부대찌개에 말이다. 확실히 이 음식에 대한 관념이 예전과 달라지긴 했다. 예전엔 '왜 먹지?' 이 정도였으면, 요즘은 '오랜만에 먹어볼까?' 이 생각으로 말이다. 그만큼 햄에 관해서 좀 맛을 느껴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래도 친구들과 비교해서 엄청 먹진 않으니까 나쁘진 않지 않나 생각해 본다. 아무튼 그렇게 방문했고, 따로 런치 메뉴 이런 것은 없었고 시그니처 메뉴로 2개 주문했다. 그리고 라면 사리 하나를 추가했다. 가격은 따로 저렴하진 않았고 그냥 상상하던 그 가격 그대로였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 퀄리티가 어떤진 모르겠으나, 저렴한 느낌보다는 그냥 그 가격대구나 싶었다.
밑반찬은 심플하게 나오고, 별도 셀프바가 있는 것은 아니고 사장님에게 더 달라 요청하면 더 주셨다. 개인적으로 다른 건 다 그랬는데, 저 절임 장아찌라고 해야 하나. 저게 너무 맛있더라. 짭조름한 거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30년간 사랑받아온 대한민국 부대찌개 맛의 표준 놀부부대찌개가 끓어갈 동안 밑반찬과 공깃밥 한입을 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이렇게 가볍게 한 숟갈 뜨는 게 오히려 메인 먹을 때보다 좋을 때가 있다. 밥이 더 잘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부대찌개가 끓기 시작했고, 라면사리를 투하했다. 확실히 이게 끓어가면서 봤을 때 요즘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뭔가 여기만의 길을 걷고 있구나 싶었다. 물론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소비자 입장에서 딱 그런 생각이 들더라.
왜냐하면, 요즘 잘 되는 부대찌개 가게들의 비주얼을 보면 그냥 햄 폭탄이다. 이게 국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큼지막한 햄들이 위로 올라와있다. 그래서 딱 뭔가 그 느낌만 봐도 사진을 찍게 되고, 가격 형성에 따라 저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근데 여기는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국물 안에 햄들이 숨어있다. 그래서 딱 처음 봤을 때 국물만 있어서, 이거 배가 부르려나 싶었다. 그리고 먹기도 전에 요즘 트렌드를 못 따르긴 하는구나 싶었다. 근데 이게 먹는 순간 달라졌다. 일단 뭐 여기서 햄의 품질이나 가격 그런 건 고려하지 않겠다. 햄 폭탄이라고 해서 저렴한 것을 쓴다거나, 햄이 별로라고 해서 퀄리티가 좋다거나 그런 것은 편견일 수 있고 잘 모르니까. 그래서 그걸 떠나서 보면, 여기 놀부부대찌개 역시 안에 햄들이 가득했다.
결과적으로 라면 사리 하나 추가해서 둘이서 나눠 먹을 경우 양이 딱 괜찮았다. 오히려 마지막엔 햄이 남았다. 나름 열심히 떠먹는다고 떠먹었는데 남더라. 그니까 여기도 국물이 자작하게 위로 올라와 있어서 그렇지, 햄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근데 요즘은 비주얼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국물 안에 모든 재료를 숨기는 것보다 적당히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놀부의 경우 요즘은 집에서도 먹는 부대찌개라는 타이틀로 배달 중심으로 매장을 전환해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때는 좀 신경을 쓰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 육수도 사골 육수 베이스인 것처럼 전체적으로 구수하다. 뭔가 자극적이고 가볍다기보단 깊고 진한 느낌이랄까? 분명히 건강한 비주얼은 아닌데 그런 착각이 드는 깊은 맛이 있다. 집에서 먹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개인 접시에 국물을 담고, 밥을 비벼서 먹기도 하고 라면을 먹고 햄을 먹기도 하면서 나름 다양하게 즐겼다. 확실히 부대찌개는 먹으면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포만감은 기본적으로 채워주고 전체적으로 다양하게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중간중간 마카로니라고 해야 하나. 그런 재료들을 먹는 재미도 있고. 오랜만에 방문한 놀부부대찌개인데, 첫인상은 다소 아쉬웠지만 다 먹고 나서 그래도 기본은 하는구나 싶었다. 여기 슬로건처럼 대한민국 부대찌개 맛의 표준은 잡고 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렇게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며 사랑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당장의 재방문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만간 또 찾아갈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햄 폭탄 비주얼을 먹고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