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엄청난 인기였던 서울 3대 커리 에베레스트, 아그라, 강가
새삼 서울에 정말 많은 가게들이 생겼음을 깨닫고 있다. 뭐 솔직히 예전에도 많은 가게들이 있었겠지만, 검색이 쉽지 않아 노출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근데 확실히 근 몇 년간 정말 많은 가게들이 생긴 것 같다. 그냥 예전에 프랜차이즈들이 메인이었다면, 개인 자영업자들이 많아진 느낌이랄까? 물론 개인 자영업자들이 예전에도 많긴 했는데 그때는 누구나 다 하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했다면, 요즘은 정말 개인 창업하는 가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가게를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이 심해 노출도 힘든 것이고, 소비자들은 또 그런대로 정보의 과부하에서 정말 광고가 아닌 맛집을 찾아야 하고. 좋으면서도 안 좋은 점이 공존하는 부분 같다. 물론 뭐 광고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닌데 경험상 실속이 부족한 곳들이 많았어서.
오늘 소개할 곳은 개인적으로 처음 가보는 곳이다. 예전부터 굉장히 유명했는데 딱히 갈 일이 없었다. 근데 이번 기회에 우연히 다녀와봤다. 우연히는 아닌가. 뭐 있는지 모르고 그냥 뭘 먹을까 거닐다가 갑자기 들어간 것이긴 하니까. 그것도 혼밥을 하러 말이다. 내가 예전에 커리 맛집을 찾아다녔을 땐 그땐 개인 가게들이 많지 않았다. 정말 인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유명한 홍대 쪽에 뷔페 스타일로 제공되는 곳을 가본 경험이 떠오른다. 근데 거기도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지금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게 어딜 갈까 하다가 검색해 보니, 서울 3대 커리가 검색되더라. 지금은 바뀌었거나 사라졌을 수 있겠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이 세 곳이 제일 유명했다. 아그라, 강가, 에베레스트. 이 중에 아그라랑 강가는 가봤는데 여기 에베레스트만 못 가봤는데 오늘 드디어 이렇게 와봤다.
지금 좀 살펴보니 아그라가 제일 입지가 넓어진 것 같고, 강가는 많이 축소된 것 같다. 에베레스트는 그 중간 정도? 근데 나 역시 아그라를 제일 많이 가보긴 했다. 솔직히 먹다 보니 맛이야 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애초에 메뉴 자체가 난을 커리와 함께 먹는 구조이다 보니, 난 자체가 맛있으면 어느 정도 기본은 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난을 다 신경 써서 내어주시니 그리 차별화가 되긴 힘들겠다. 인테리어 역시 다들 외국 느낌 나도록 꾸며주셨고. 근데 이 중에서 아그라가 제일 구성이 좋았다. 커플 메뉴도 따로 있어서 합리적으로 이것저것 먹을 수 있고, 지점 위치 자체도 괜찮았고 저렴하다면 저렴했다. 근데 강가는 위치도 애매한데 좀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인테리어는 제일 화려하고 넓다는 느낌을 받긴 했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학생이었기 때문에 나름 돈이 많이 중요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서울 3대 커리 중 하나인 아그라 커리에 정착을 하게 됐다. 그 뒤로 정말 많이 갔었다. 또 먹다 보니 커리가 아닌, 요거트 소스와 함께 먹는 메뉴한테도 빠져버려서 또 그것 먹고 싶어서 종종 가기도 했다. 아마 방문 횟수가 적어도 15회는 넘을 것이다. 그렇게 나름 주기적으로 커리를 즐겨왔다. 그렇게 단골 프랜차이즈가 생기니까 더더욱 여기 에베레스트는 안 오게 되었다. 강가는 처음 가보고 아니다 싶었고. 근데 이렇게 우연히 오게 되었고,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그래 여기만 유일하게 안 가봤으니 경험해보자!'라는 마인드가 컸다. 그렇게 안내받는 자리에 앉아 커리와 난 하나를 주문했다. 난의 경우 부족하면 더 주문하면 되기 때문에 일단 하나만 주문했다. 여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니까.
근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원래 인도 집에 가면 꼭 커리가 마지막에 남는다. 난은 어떻게 다 먹고 라씨도 다 마시고 하는데 커리 자체를 숟가락으로 퍼서 안 먹으니까 남았다. 이번엔 나름 난을 다 먹고 난 뒤에도 배가 고프면 커리까지 먹자는 마인드로 이렇게 주문했는데 정말 알맞은 선택이었다. 물론 이렇게 먹어도 커리가 남긴 했지만. 그리고 커리 자체도 약간의 미스테이크가 있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인기 맛집에 가면 거기 시그니처를 꼭 먹어본다. 근데 여기 에베레스트에 상호명을 딴 커리가 있더라. 원래 치킨 마크니를 달달하고 부드러워서 좋아하는 편이라 꼭 먹는데, 내적 갈등을 하다가 여기 시그니처를 시켜서 먹어봤다. 원칙은 지켜야 하니까. 근데 개인적으로 치킨 마크니가 더 맛있을 것 같은 맛이었다. 뭔가 특색이 없는 느낌이랄까.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닌데 내 기준 뭔가 커리만의 자극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맵기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향부터 해서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살짝 후회하긴 했는데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음엔 먹고 싶은 것을 먹을 테니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항상 무슨 경험이든 언젠가는 써먹을 것이 있더라. 그렇다고 해서 꼭 모든 것을 경험하고 깨달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이날 예전부터 유명한 서울 3대 커리 중 유일하게 못 가봤던 에베레스트 커리 가게를 다녀온 뒤에 이렇게 내돈내산 후기 포스팅을 작성해봤다. 개인적으로 위 세 곳 중에 꼭 한 곳을 추천하라 한다면, 아그라를 추천드리고 싶다. 거기에 처음 경험해 보기엔 맛도 그렇고 여러모로 호불호가 없다. 간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오랜만에 혼밥 잘 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