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요리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을 다녀오다.
(Escargot paris and Shakespeare & Company)
영화 비포선셋에서 주인공의 재회 장소로 나와 유명해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을 잠시 들렸다. 노트르담 성당 바로 옆에 있는데, 예전에 영화를 봤었기에 혹시나 한 장면이 생각날까 싶었는데 하도 오래돼서 그런지 아무 장면도 떠오르지 않았다.
천천히 책을 둘러보는데 마침 딱 선물로 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다. 취향은 모르지만, 그냥 여기에서 그 친구가 생각났다. 고민하다가 밥을 먹고 나서도 자꾸 생각이 나면 다시 오자 했는데 결국 오지 않았다. 다음에도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그냥 처음 그 마음으로 사야겠다.
사람은 꽤 많았다. 나처럼 포인트를 찍기 위한 관광객 반, 실제 책을 둘러 보러온 사람 반. 북적거리는 서점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요즘에야 대형서점이 역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 약속 시간을 기다린다거나 휴식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이 꾸며놔서 사람이 많지만, 이렇게 동네에 있는 서점에서 실제 책을 보러오는 곳은 잘 못 봤다.
드디어 늦은 점심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오늘 갈 곳은 한국 관광 책자에 소개된 레스토랑이다. 본래 이런 곳을 믿지 않는 편이지만, 프랑스 달팽이요리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 하여 경험 삼아 와봤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안 먹어봤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들어오니 갑자기 이렇게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말로 먹자 골목 같은 분위기가 났다.
구글맵에 LA BRASERADE를 친 뒤 열심히 찾아왔다. 한국인 손님들이 있었고 서버는 우리에게 알아서 한국어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솔직히 워낙 싼 가격에 코스요리를, 그것도 프랑스 파리에서 먹을 수 있다 해서 내심 기대가 컸다.
염소 고기로 된 메뉴 하나와 달팽이요리 하나를 주문했다.
식전 빵과 Escargot, 염소고기와 스테이크가 나왔다.
Escargot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는데 비쥬얼에 우선 겁 먹었고 색깔에 다시 쫄았다. 그래도 아예 안 먹는 건 아닌 것 같고 장형이 먼저 시범을 보인 뒤 따라 먹어보았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인기 있는 음식이라면 분명히 맛있을 텐데 저렴한 곳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맛은 없었다. 좀 씁쓸한 맛이 강했다. 장형도 두 개까지 먹고 안 먹은 걸로 기억한다.
세 번째 사진 튀김 안에 염소고기가 들어있는데, 정말 이렇게 짠 음식은 오랜만에 먹어봤다. 짜도 정말 너무 짰다. 이 역시 온전히 즐기진 못했고,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은 평소 예상한 맛대로 나와 즐길 수 있었다. 낯선 메뉴에 대한 성공은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이 가격에 이런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하지만, 다시 찾아오진 않을 것 같고 다시 한번 책을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도 부르겠다 장형과 함께 런던에서 마지막에 좋은 추억을 남겨주었던 젤라또를 디저트로 먹기로 했다. 소화도 시킬 겸 좀 걸을 생각을 하고 유명한 베르티옹(Berthillon)이라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장형이 저기에 한 번 서보라고 해 사진을 찍어보았다.
거리가 예상보다 길어서 좀 힘들게 도착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려 했던 곳이 문을 닫았다. 믿을 수 없어 책을 한번 보니 월화 휴무가 맞았다. 근데 바로 옆 가게에서 맛은 여기랑 똑같다고 여기서 사 먹으라고 해서 바로 옆 가게에서 사 먹었다. 맛은 좋았는데, 장형과 나 둘 다 동시에 코벤트가든에서 먹었던 맛보단 못하다고 말했다.
사람은 역시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