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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직장인들 점심 필수코스라는 벱비엣 쌀국수

디프_ 2023. 1. 12. 20:34
쌀국수만 맛있는 것이 아니라 반세오, 볶음밥 다 너무 맛있었다!

 

지금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 와중에 분명히 의미 있는 것은 있다. 평소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무엇이든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의미만 찾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개선점을 찾고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대로 단점 중 하나가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도 되는데 거기에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들이 역설적으로 또 안 좋은 것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최근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남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해라기보단 조금 더 알아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뭐 그전에도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데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전엔 어떻게 보면 사전적으로 대응했다면 이젠 나도 아니까 조금 더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나름 긍정적인 것도 찾으려 노력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고 있다. 근데 이제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몇 없어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되겠다. 솔직히 만남에 경중을 따지기 어렵겠지만 아무튼 그냥 의미 없는 만남들은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설픈 외부 자극은 되려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또 사람 사는 것이 내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겠다. 아무튼 이날 주말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근데 문득 이런 시간을 보낼 때마다 갑자기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때는 종종 산책을 했었는데 요즘은 날이 추워서 산책이라기보단 뭔가 고통인 것 같기도 해서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이럴 때 운동을 하면 좋은데 운동도 하루에 할 수 있는 총량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하고 멈출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이럴 때 누가 나를 밖으로 불러주면 좋아하며 나간다. 이날도 그랬다.

 

아는 형네가 교회가 끝났고 저녁을 뭐 어떻게 먹는다고 해서 그 시간에 맞춰 내가 여기 을지로에 도착했다. 솔직히 평소라면 아마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을텐데 이때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차피 편한 사이기 때문에 추리닝을 입고 나와도 돼서 마음 편하게 나온 것도 있겠다. 내가 한 5분 정도 늦게 도착했고, 그전에 둘 다 배가 고팠을 것이기 때문에 메뉴를 알아서 주문하라고 했다. 나의 경우 점심식사를 좀 어중간하게 먹어서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아 뭐든 괜찮았다. 근데 또 그게 아니었는지 이렇게 만나 같이 메뉴를 주문하게 되었고, 나의 경우 여기 을지로 직장인들 점심 필수코스라는 벱비엣 쌀국수 가게가 처음이었지만 이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인의 경우 자주 와봤기 때문에 좀 믿고 주문하였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면서 주변을 구경했다.

약간 반전이었던 것은 을지로의 경우 직장인 위주의 장사를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물론 노포들이 모여있는 곳이나 힙지로라고 불리우는 곳들은 조금 다르긴 한데 여긴 회사 근처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 그렇겠다. 이런 곳 특성상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만 주말에는 한적하다. 여의도도 그렇고 뭐 시청이나 그런 곳도 그렇겠다. 아닌가. 시청은 관광객들도 많이 오곤 하니까. 아무튼 그래서 좀 조용하고 한적할 것을 예상하였는데 신기하게도 매장이 거의 꽉 찼다. 시간도 저녁 시간대도 아니고 5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나 그랬는데도 말이다. 그게 좀 신기했고 조금 입소문이 나긴 난 곳인가 싶었다. 근데 주문을 받으시는 분과 조리를 하시는 분이 딱 한 분밖에 안 계셨다. 나중에 보니 다른 분이 잠시 자리를 비우신 것 같은데 그때 사람들이 좀 몰렸나 보다. 이 말을 왜 하냐면, 그래서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근데 우리가 메뉴를 다양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반미 정도와 쌀국수만 시키기거나 쌀국수와 볶음밥을 주문해서 적당히 나눠먹곤 하는데 이날 거의 메뉴판에 있는 메인 메뉴는 거의 다 주문한 것 같다. 쌀국수도 기본과 순대가 들어간 이색적인 맛 두가지를 주문하였고 반세오도 주문하고 볶음밥도 주문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엔 디저트 입가심이라고 해서 반미는 아닌데 연유를 찍어 먹을 수 있는 빵도 주문하고. 이게 제일 맛있었던 것은 안 비밀이다. 아무튼 세 명이서 와서 이렇게 다양한 메뉴를 주문했으니 주방이 좀 복잡할 만 하긴 했다. 근데 이렇게 다양한 메뉴를 주문한 이유는 나의 경우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고 다른 일행의 경우 배가 정말 고픈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문할 당시에 마인드는 그냥 다 빨리 먹고 싶었던 것이겠다. 뭐 이래저래 다 좋았다. 다만 음식이 조금 늦게 나와서 아쉬웠지. 근데 충분히 기다릴만한 시간이었고 맛만 있으면 다 괜찮은 수준이었다.

그렇게 을지로 직장인들 점심 필수코스라는 벱비엣 메뉴들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 반세오의 경우 평소 먹던 곳들과는 다른 스타일로 나왔다. 비닐장갑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있었고 이렇게 월남쌈 먹을 때처럼 저 안에 이것저것 넣어서 그것을 소스에 담궈 먹는 방법이었다. 근데 저 쌈의 경우 예전엔 뜨거운 물 안에서만 흐물흐물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냥 미지근한 물에만 닿아도 먹을 수 있게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여기서도 소스가 뜨겁진 않고 그냥 딱 약간은 시원한 그런 베이스였다. 개인적으로 고수는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따로 넣지 않았고 이것저것 넣어서 야무지게 먹어봤다. 솔직히 쌀국수와 볶음밥, 그리고 반세오마저 이렇게 어떻게 보면 먹어야 하는 방법대로 먹어야 하다 보니 사진도 찍고 맛도 즐기고 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 순간엔 다들 조용히 음식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그렇게 배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다들 그냥 나가기 아쉬웠다. 이말인즉슨 그냥 여기가 맛있었다는 것이다. 맛이 없었다면 이런 생각도 들지 않았겠다. 다들 먹는 순간에 진심이었다. 원래 맛에는 허기짐이 최고이긴 한데 나는 배가 고팠던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벱비엣의 메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는 다 해치웠고 마지막에 여길 오던 지인이 평이 굉장히 좋았던 디저트가 있는데 그것을 먹어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이게 메뉴는 저렴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뭐 별로 특별할 것은 없다. 빵과 연유 베이스 소스가 전부니까. 근데 이게 마무리로 딱 좋았다. 우리가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듯이 정말 그런 느낌이랄까. 근데 정말 그냥 단순 연유는 아닌 것 같고 뭔가 제조를 하신 것 같긴 한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맛있었다. 아마 단맛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맛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주의 마지막인 일요일 저녁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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