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맛인 것 같으면서도 중독성 있는 물닭갈비
계획을 세웠다. 새해를 기념하여 뭔가 포부를 갖고 하는 계획은 아니고 그냥 나를 위해서 생각해본 일이다. 구체적인 시기나 그런 것은 정해진 것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은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당장 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혹은 오랜 기간이 지나 달성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이런 것을 막연하다고 하는 건가. 선택의 문제가 있는 계획이라 그런 것 같다. 근데 그 선택이 온전히 내 자의가 아니기 때문에 또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겠고. 그리고 그 계획의 경우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양날의 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부디 온전한 선택이 되길 바랄 뿐이다. 내가 바란다고 바라는 대로 될 가능성도 없겠지만. 뭐 그냥 이건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내용이긴 한데 이게 내 요즘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하나 다행인 것은 맛있는 것은 여전히 잘 먹고 있다는 것 하나겠다.
오늘 소개할 곳은 김포에 위치한 황금알을낳는닭이라는 곳이다. 사실 이 김포 정말 오랜만에 와본다. 물론 지나간 경험은 많은데 여길 특정 목적을 위해 온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아 김포공항 롯데몰은 많이 가는구나. 비행기를 타거나. 근데 이 동네 마을을 온 적은 별로 없다. 연고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나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근데 이날은 어쩌다 보니 오게 됐다. 개인적으로 인천에 잠시 일이 있었다. 근데 친구가 김포에서 일이 저녁시간에 맞춰 끝이 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충 나랑 시간이 맞을 것 같아 그럼 내가 김포로 갈 테니 거기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자고 했다. 친구가 알았다 했고 조금 시간이 남은 내가 갈만한 곳을 찾아봤다. 여기 말고 다른 곳도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이 가게가 선정되었다. 그 이유는 뭐 없다. 메뉴 하나 때문이었다.
메뉴명은 물닭갈비. 태어나서 닭갈비 앞에 물이 들어가 있는 메뉴는 이날 처음 봤다. 그래서 솔직히 비주얼적으로 다른 맛있는 곳이 더 있긴 했는데 그냥 안 먹어본, 경험해보지 못한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다. 뭔가 도전 욕구가 샘솟았달까. 이게 근데 흔한 음식인가? 개인적으로 파는 곳도 처음 봤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친구에게 여길 가자고 했다. 친구의 경우 때론 자기가 가자는 곳이 있지만 이날의 경우 내가 가자는대로 간다고 하여 여길 데려왔다. 그렇게 가게에 도착했고 가게 앞에 빈자리가 있어서 바로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우리가 들어왔을 때 테이블이 한 2~3개 정도만 차있었고 조금 여유 있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좀 한적하구나 싶었고 친구랑 메뉴를 주문한 뒤에 잠시 서로 딴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근데 여기 김포 맛집이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예약 손님도 따로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두 테이블이나. 빈 곳은 예약된 자리였던 것이다. 이것만으로 여기가 맛집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재료가 소진되었다는 것. 예약을 하지 않고 온 테이블이 있었는데 딱 그 테이블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만큼만 양이 남았다고 했다. 그 뒤로는 추가 주문이나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단골 손님들도 많더라. 이런 동네 장사의 경우 단골이 있냐 없냐고 꽤나 중요한데 단골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믿을만한 곳이라는 것이니까 여기 확실히 다른 곳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는 곳은 맞겠다. 나오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라 해서 먹을 상태가 되는 동안 이런 구경들을 했었는데, 그렇다 보니 좀 빨리 먹고 싶어졌다.
그리고 물닭갈비 위에 올려진 저 계란도 그냥 색깔이 다른 계란이 아니었다. 여기에서 사장님이 특별한 뭔가를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저게 나올 수 있는 하루 정해진 양이 있다고. 막상 먹어봤을 때 크게 다른 특별한 포인트는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워낙 미식가가 아니다보니 그런 것이겠고 뭔가 다르긴 다르겠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메뉴를 먹을 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다. 먹어야 하는 타이밍도 잡아주시고 먹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뭐가 어떻게 다른지 말씀해 주시고. 그런 모습을 보고 여기 정말 닭에 진심인 가게구나 싶었다. 그래서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내가 왜 여기서 처음 먹어보는 메뉴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물닭갈비라는 메뉴 자체를 흔하게 파는 것은 아니니까 여기에만 그 메뉴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황금알을낳는닭 가게의 특별함을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가 고파서 양배추 샐러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바로 해치워서 사장님께 추가 요청을 드렸다. 솔직히 배가 고프지 않았어도 평소에 이런 양배추 샐러드를 굉장히 좋아한다. 집에선 안 먹으면서 밖에선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들어가는 소스 역시 특별한 것도 아닌데. 뭐 양배추는 소화도 잘 되게 해준다니까 맛도 좋고 효능도 좋고 겸사겸사가 되겠다. 아무튼 그렇게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이제 먹어도 된다고 말씀을 주셔서 고기를 제외하고 떡과 야채부터 건져서 먹었다. 개인적으로 조리가 되어 나온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좀 졸여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기를 오히려 나중에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좋았다. 근데 대게 모든 요리가 다 그렇지 않나? 분명히 나오자마자 먹어도 괜찮다고 하시지만 실제로 더 끓이면서 먹어야 더 맛있다. 대표적으로 매운탕이 되겠다. 근데 곱창전골이나 즉석떡볶이나 부대찌개나 다 그렇지 않나? 뭐 내가 짜게 먹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닭에 진심인 가게 황금알을낳는닭에서 물닭갈비 첫 후기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비주얼을 보고 처음에 별로 기대가 가지 않았다. 계란이 귀엽게 올라간 모습을 제외하고 딱히 특별함을 가질 수 없었다. 국물이 뭐 특별한 것도 아니고. 뭐 근데 애초에 닭갈비 자체에 이렇게 국물이 많은 것이 신기하긴 한데 그 음식을 제외하고 그냥 국물 요리라고 볼 경우 그리 낯선 비주얼도 아니겠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이렇게 개인 앞접시에 덜었고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으면서 좀 오묘함을 느꼈다. 일단 맛 자체는 굉장히 익숙하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근데 이게 감칠맛이 정말 최고다. 뭔가 계속해서 손이 간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재료 자체의 신선함이 먹는 내내 계속해서 느껴졌다. 그리고 빨간 국물이라 텁텁하고 갈증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도 있으실 텐데 그런 포인트 하나 없었다.
맛 후기를 제대로 말해보자면, 일단 아삭아삭한 파채와 각종 야채들의 식감이 좋았다. 씹는 과정에서 적당히 향이 올라오면서 뭔가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근데 사실 느끼한 포인트도 없었다. 일단 닭 자체가 너무 부드러웠고 뭐 지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질긴 부분 하나 없이 입 안에서 사라졌다. 아마 그런 껍질이나 오도독한 부분은 다 제외하신 것 같은데 진실 여부는 잘 모르겠고. 그리고 계란의 경우 솔직히 그냥 평범한 느낌이었는데 여기에 뭐가 어떻게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아마 만약에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되면 여쭤봐야겠다. 그리고 국물이 은근 대박이었다. 어떻게 보면 여길 찾아오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 국물이 정말 신기했다. 그냥 중독성이 최고였다. 짠 것도 매운 것도 아니고 그냥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이다. 매콤이랑도 아마 거리가 좀 있을 것이다. 근데 이게 질리지 않고 너무 맛있다. 국물을 계속해서 먹게 된달까. 그렇다고 밥을 말아먹는 상상이 간다기보단 그냥 국물 자체로 맛이 괜찮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호로록 호로록 떠먹은 것 같다. 중간중간 먹을 수 있는 으깨진 감자도 좋았다. 그리고 친구랑 처음에 메뉴가 나왔을 때 양이 꽤 적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게 아래에 살코기들이 다 가라앉아 있는 것이었다. 둘 다 배가 고팠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뭐 라면사리를 먹은 것도 아니고 밥을 먹은 것도 아닌데 그냥 배가 차버렸다. 아마 국물의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냥 닭고기 양 자체가 많기도 했다. 그냥 야채 가득 올려서 먹기도 하는데 쌈무를 또 중간에 먹어주면 새콤하니 식감도 좋고 맛이 괜찮았다. 별로 찬 가짓수가 많진 않았지만 즐길 수 있는 조합은 충분한 느낌이었다. 이쯤에서 메뉴판을 한번 살펴봤었는데 이렇게 국물을 잘 내는 가게에서 먹는 닭도리탕은 또 어떨지 궁금해졌다. 조리시간이 4~50분이라고 따로 명시도 되어있겠다 뭔가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닭에 진심인 가게에서 처음 먹어보는 물닭갈비 후기 마지막 마무리는 볶음밥! 사실 볶음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배가 부른 상황이었다. 나도 친구도. 근데 뭔가 여기 우연히 방문하기도 했고 언제 또 올지 모르겠어서 볶음밥은 어떻게 다른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친구가 너무 배부르다고 극구 만류하긴 했는데 그냥 둘이서 한공기는 어떻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착각이었다. 보시다시피 넓게 펴 바르긴 했지만 양이 상당했다. 근데 애초에 목적이 다 먹어치우자기보단 경험에 가까웠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자고 했다. 이것 역시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다 비벼지고 조금 기다리고 먹으라고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알려주신 대로 지킨 뒤에 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볶음밥이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지만 이상하게 여기선 더 감칠맛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더 당긴달까? 내 기분 탓일 수도 있겠는데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너무 좋았다. 이 가게 기억해뒀다가 언제 김포에 들릴 일이 있을 때 또 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