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분도 친절하시고 일본 현지에서 먹는 정통 자루소바는 어떤지 알게 된 Konnichitei Nakazaki
혼자 여행의 장점은 사진을 찍고 싶을 때 못 찍는다는 것이겠다. 개인적으로 뭔가 감성이 일반적이진 않은 것 같다. 아니다. 일반적이긴 한데 아무튼 일반적이 아니다. 이게 좀 이상한 표현이긴 한데, 관광지에 가더라도 남들이 찍는 곳에서 사진 찍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근데 어쨌든 나도 거기서 사진을 찍긴 찍는다. 예를 들어 파리에 갔는데 에펠타워 앞에서 사진을 안 찍고 돌아올 순 없으니 찍는달까. 근데 그게 막 사람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보다는 그냥 나만의 장소를 찾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길거리에서 남들이 전혀 안 찍을 것 같은 곳에서 찍는다거나. 실제로 나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아보면 꼭 대표적인 유명 장소보다는 골목길이나 그런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근데 혼자 여행을 떠나면 이게 힘들어진다.
물론 세상이 좋아졌기 때문에 삼각대라든가 그런 혼자서도 여행을 다닐 때 원활하게 사진을 찍게 만들어주는 좋은 물건들이 많겠다. 시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직접 사서 들고도 다녀봤다. 근데 들고 다니는 수고에 비해 정작 사진을 찍는 것은 한두 번 정도 밖에 안 되더라. 근데 실제로도 그렇다. 가볍게 예를 들어보면, 여행지에서 한번 나가면 대충 7~8시간을 돌아다니다 오는데 그 무거운 삼각대를 그 시간 동안 같이 들고 다니는데 정작 그것을 이용해 찍는 사진은 10장이 안 되는 느낌?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짐을 들고 다니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물론 가방에는 잘 넣고 다니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삼각대도 안 들고 다니게 되더라.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갈 땐 사진을 거의 안 찍게 된다. 물론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부탁할 마음도 자라나지 않았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이미 여러 번 가봤던 도시라 그런가?
원래 두번째 문단에서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편인데 세 번째로 넘어왔다. 예전에 여행 블로거였다 보니 여행 이야기를 하면 좀 신이 나나보다. 근데 뭐 그때도 지금처럼 똑같이 혼자 떠들긴 했다. 아무튼 오늘 소개하는 곳은 자루소바를 판매하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 부랴부랴 어디 갈지 찾아보다가 그 근처에 갈만한 식당을 찾아봤다. 원래 이날 텐동을 먹고 싶었다. 근데 주변에 텐동 검색을 해도 도대체 오전에 문 여는 곳이 없었다. 대부분 이자카야 느낌처럼 저녁에 열거나 오후 5시에 열거나 그렇더라. 그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에 오면 만연하게 파는 줄 알았지. 그래서 뭘 먹지 고민하다가 그러면 소바 같은 것을 먹어보자 싶었다. 일본에서 큼지막한 나무 판대 같은 것 위에 올려진 것을 한번 먹고 싶긴 했으니까. 그렇게 구글맵을 찾아오게 된 곳이 여기 Konnichitei Nakazaki라는 곳이다.
평점이 나쁘지 않았고 내가 이따 일정으로 넣은 곳 근처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바로 옆에 있었겠다. 내 계획은 여기서 식사를 하고 바로 근처 카페에 가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는 것이었다. 애초에 오늘 목적지가 카페거리였으니까. 여기 역시 내가 올때마다 들리는 곳이다. 그렇게 매장 안으로 들어왔고, 현지인 위주의 식당이었다. 아직 관광객이 많이 안 풀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외국인은 나 혼자였고 머무르는 내내 일본 현지인 분들만 계속해서 들어왔다. 당연히 한국어나 영어는 통하지 않았다. 근데 한분이 간단한 영어를 할 줄 아셨고 주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사실 소통이 되지 않아도 구글 리뷰 중에 먹고 싶은 사진을 보고 그것과 똑같은 것을 달라고 하면 되니까 큰 상관은 없었다. 그냥 뭔가 영어를 쓰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컸겠다.
나름 단일 메뉴 중에 가격이 나가는 것을 주문했다. 아마 구성과 양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렸다. 나오는데 시간은 좀 걸렸던 것 같다. 그동안 가게 내부를 구경했다. 솔직히 처음 들어올 때부터 이날 문을 열지 않은 줄 알았다. 뭔가 어둡고 입구가 좀 막혀있는 기분이었다. 근데 그냥 들어가봤고 다행히 장사를 하고 계셨다. 가게 내부에서 역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역사가 느껴졌다. 그냥 뭔가 오래된 느낌을 받았다. 여기 사장님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그렇고. 그래서 나름 전통이 있는 가게가 아닐까 싶다. 소통은 힘들었어도 점원분은 꽤나 친절하셨으며 물수건이나 와이파이 등 기타 서비스 역시 잘 제공해 주셨다. 혼자와도 당연히 상관없었고.
자루소바 메뉴가 나왔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먹었다. 사실 바로 옆 테이블에 직장에서 온 것 같은 세명의 일행이 있었다. 근데 괜히 사진 찍는 것이 살짝 눈치가 보였다. 테이블 간격이 좁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가게 내부가 좀 조용하기도 했고. 그래서 중간에 포기할까 하다가 첫 여행지 첫 제대로 된 식사부터 못 찍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최대한 태연하게 이렇게 사진을 찍어봤다. 카메라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이 이럴 땐 좀 슬프겠다. 그렇게 소바를 국물에 적셔 먹고 중간에 가라아게와 함께 나온 이 완자도 먹어줬다.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소스가 맛있어서인 것 같다. 이 완자에 묻혀진 소스가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적당히 짭조름하고 달달하고. 솔직히 가라아게에 찍어도 맛있는 느낌이었다. 고기야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부드럽고.
확실히 양이 많긴 많았다. 이렇게 밥까지 있으니. 근데 뭐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보니 계속해서 들어갔다. 자루소바 양도 꽤 됐다. 나름 호로록 호로록 많이 먹었는데도 판 위에는 면이 꽤 남아있더라. 개인적으로 국물이 하나는 좋고 하나는 아쉬웠다. 일단 좋았던 점은 간이 딱 좋았다는 것. 어딘가는 너무 짜서 잘못 담궜다간 못 먹기도 하고 또 어느 곳은 너무 밍밍해서 푹 담궈놨다가 먹어도 맛이 없는데 여긴 그 간이 딱 좋았다. 정말 먹는 방법처럼 1초만 담갔다가 먹어도 입 안에 딱 맞았다. 이게 실력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 엄청 뛰어난 맛집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웨이팅 없이 이런 맛을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와볼 만한 곳이다. 아쉬웠던 점은 육수가 차갑지 않았다는 것. 개인적으로 뭔가 냉모밀 스타일을 먹고 싶었다. 근데 확실히 잘하는 곳들은 그런 냉모밀 스타일 자체가 없더라. 내 입맛은 역시 어쩔 수 없이 저렴이인가 보다.
역사가 느껴지는 현지인 식당에서 즐기는 자루소바 그리고 가라아게. 원래 치킨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치킨에 먼저 손이 가야 정상인데 이날은 제일 마지막으로 먹게 되었다. 일단 여행지에 왔다 보니 평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더 먹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가라아게는 그 맛을 아니까. 그래서 다른 것들을 실컷 먹고 난 뒤에 슬슬 배도 찼겠다 이렇게 익숙한 맛을 즐겨봤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역시나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 부드럽게 맛있었다. 그리고 이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맛이 더 나았다. 그냥 먹기엔 좀 심심하달까. 솔직히 양이 있다 보니까 금액 자체가 저렴하진 않았다. 그래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 첫 끼니 너무 배부르고 기분 좋게 잘 먹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