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고기 듬뿍 올라간 뜨끈뜨끈한 쌀국수 하나 먹으면 속이 풀린다
날이 어느새 너무 추워졌다. 올해처럼 겨울을 기다리지 않았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살면서 겨울을 기다린 적이 있나 싶다. 추운 계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에 취미가 있어서 눈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옷도 두꺼워지고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근데 뭐 생각하는 것보다 번거롭게 생각하진 않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사계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잘 흘려보내고 그렇다. 오늘 소개할 곳의 경우 아마 아시는 분들이 더 많고 실제로 이용 고객은 적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 방송에 탄 곳들이 대게 그런 것 같다. 평이 좋은 곳인 경우 더더욱. 왜냐하면 시간이 나서 간다고 하더라도 대기가 있기 때문에 그 대기를 기다려가며 먹기란 사실 쉽지가 않다. 매장이 좁은 곳들의 경우 더 그렇겠다.
여기 백종원 솔루션 이후 비주얼, 맛 모두 잡아 이 지역 대표 맛집으로 거듭난 띠아낭 쌀국수 가게가 그런 곳이다. 일단 홀 자체가 굉장히 좁다. 근데 테이블은 나름 있어서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은 10~15명 정도 되긴 한다. 근데 그만큼 머무르는 손님들이 내부 공간이 편하진 않겠다. 그래도 나름 2인 이서 오면 옆에 짐을 둘 수도 있고 많이 번거롭지 않긴 한데 전체적으로 답답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근데 이런 부분이 회전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긴 하겠다. 또 음식 역시 단일 메뉴로 나오는 속도도 빠르고, 면 요리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먹는 속도도 빨라서 회전율은 나름 나오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도 평소에도 빨리 먹는데 여기선 거의 앉자마자 주문을 하고 주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가 나와 먹은 뒤에 나름 빠르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던 것 같다.
내가 주문한 양지 가득 쌀국수 비쥬얼이다. 위에 저렇게 고기가 듬뿍 올라가 있어 아래에 면발이 숨어있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렇게 여기 국물이 가득 담겨 있고. 원래 여기 깐양이 같이 올라간 제품이 시그니처 같은데 이날 조기 품절이 발생하였다. 주문을 하려고 하니 품절이어서 먹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기 없이 먹은 것에 감사해야 하나. 여기 어플을 통해 미리 예약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을 계산하면 대기 없이 먹을 수 있겠다. 그냥 기다리면 피크 시간엔 여전히 1~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여기 방송 나온 지가 몇 년은 흐른 것 같은데 이제는 방송 때문이 아니라 정말 맛있어서, 괜찮아서 입소문이 나서 이렇게 현상 유지가 되는 것 같다. 정말 이제 맛집이 되어버린 것이겠다. 좁은 공간이지만 일하시는 분들도 많고 나름 체계적으로 움직이시고 그래 보였다.
일단 여기 좋았던 점은 베트남 음식점에 오면 먹을 수 있는 저 절인 양파를 무제한으로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저 절인 양파를 정말 많이 먹는다. 소스도 듬뿍 찍어서. 근데 여기 무한 리필으로 제공되다 보니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소스도 많이 먹는 편이라 달라고 하면 그게 서로 잘 맞지 않더라. 셀프가 편하다. 원래 소스가 셀프인 곳은 좀 있는데 이렇게 절인 양파까지 무제한 셀프인 곳은 많이 없다. 근데 이렇게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다만 요즘 점점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고수의 경우 필요할 경우 직원에게 요청을 해달라고 하신다. 이게 단가가 많이 올랐나 보다. 아무래도 요즘 수출입해야 하는 재료의 경우 더 그러려나? 아무튼 그렇게 기본 셋팅을 마친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 있어 사진을 찍기 좀 눈치가 보였지만 이겨냈다.
일단 가격 9천 원. 그러면 고기 가득, 면 충분히, 국물 가득 쌀국수 하나가 나온다. 솔직히 이게 대충 나오면 요즘 물가에 그냥 평범한 가격이겠다 싶을 수 있지만 여기 만족도가 워낙 높으니 가성비 괜찮다 느껴졌다. 그럼 왜 만족도가 높느냐, 비주얼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이게 고기가 이렇게 한가득 나오기가 쉽지 않다. 만약 고기가 이런 비주얼적인 고려 없이 그릇 안에 통으로 들어갔으면 이런 느낌이 안 살 텐데, 위에 한가득 올라가 있고 먹기 위해 내가 걷어내다 보니 그런 만족도가 더 올라가는 것 같다. 이런 심리적인 요소도 고려된 것인가? 아무튼 그런 행위 자체가 나에겐 좋은 포인트였다. 그리고 이게 그릇이 작은 사이즈가 아니다. 좀 크다 보니까 실제로 양이 꽤 된다. 개인적으로 국물까지 먹으면 진짜 잘 먹는 사람도 배부르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근데 육수 자체도 추운 겨울을 날려 보낼 수 있도록 뜨끈하고 깊고 시원하다. 맑고!
열심히 먹었다. 중간에 소스와 양파를 한번 더 가져와서 먹었다. 고기도 은근 이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누군가는 소스를 따로 국물에 풀어서 면과 함께 즐기시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먹어보니 그건 좀 신맛이 강해져 별로였다. 이렇게 따로 찍어 먹는 것이 감칠맛을 더 살려주고 내 입맛엔 더 맞았다. 솔직히 여기가 백종원 솔루션 이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 당시에 그 방송을 봤었다. 아마 집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보면서 나중에 가봐야겠다 싶었던 것 같다. 근데 그 가게가 이렇게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 장사가 잘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매번 여기 지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언제 사람 빠지나 싶었는데 친구 덕분에 이렇게 급 올 수 있었다. 상호명 띠아낭 쌀국수인데 이젠 나름 대기가 줄어서 정말 한번 와볼 만하다 생각한다.
계속해서 열심히 먹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성비 괜찮게 느껴지도록 맛도 좋고 양도 많고 정말 괜찮다. 솔직히 이 가격에 이렇게 제공될 수 있는 것이 기본 손님이 확보되어 있어서 대량 구매가 가능하고, 또 그만큼 소진이 잘 되고 메뉴다 하나라 관리도 싶고 그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이런저런 합들이 알맞게 잘 맞아서 이렇게 장사가 유지되는 것 같다. 그냥 일반적인 가게가 이 구성에 이 가격에 이렇게 당장 판다고 해서 여기처럼 장사가 잘 되진 않을까 싶다. 솔직히 매장이 좀 넓어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또 이 분위기가 안 느껴질 것 같아 냉정하게 보면 비추천이고, 지금 이대로 유지되면 아마 종종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여기 띠아낭 쌀국수 가게 한번 가보시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