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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솥뚜껑 위에서 구워먹는 기름기 쫙 빠진 삼겹살의 매력

디프_ 2022. 9. 16. 20:59
큰 기대 안 했는데 나름 감성 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여의도 낭만솥뚜껑

 

그렇게 많은 나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그렇게 어리다고 볼수도 없는 그 중간 사이 나이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아래를 보면 많아 보이고 위를 보이면 어려 보이는 그런 느낌이랄까. 근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만 말하자면 확실히 과거를 그리워할 만한 나이가 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친구를 만나도 현재나 미래를 이야기한다기보단 과거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뭐 그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이제 더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가기엔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대학생 때 처음 알게 된 친구가 있다. 그때는 이 친구랑 친하긴 했지만 뭔가 따로 만난다거나 서로 의지를 한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정말 대학교 친구 느낌? 근데 근 몇 년 안에 관계가 개인적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겉만 친구였다면 정말 이젠 친구가 된 느낌이랄까. 근데 그것도 이 친구는 항상 그대로였고 내가 이제야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고 나름 정상적이 되어 이런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이 친구는 항상 그대로였다. 내 성격이 안 좋을 때도 날 잘 받아주었고 이해하고 배려해주었다. 근데 내가 그런 것을 고마운 줄 하나도 몰랐다. 물론 이 친구도 워낙 상냥한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그랬다곤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예전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무조건적으로 내가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친구는 고마운 친구는 맞겠다. 지금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어 주었으니까 말이다. 뭐 그러니까 친구겠지만. 서론이 길었다. 하고 싶은 말은 이 친구랑 나이가 들어서야 더 속마음을 터놓고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심심할 때 만날 수 있는 정말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여기 여의도 낭만솥뚜껑 가게 역시 퇴근을 하고 날을 잡아 저녁을 먹자고 해서 이렇게 만나게 됐다. 원래 먹고 산책하는 게 우리 코스이지만 이날은 비가 와서 나름 잠시 추억 여행을 떠났었다. 나도 여기가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이 가게 역시 내가 오자고 했었다. 예전에 여기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밖에 테이블을 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봤다. 그게 너무 분위기 있고 좋아 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저렇게 먹자 했는데 계절이 바뀐 뒤에야 이렇게 올 수 있었다. 얘도 이제 유부남이 되었기 때문에 원래도 자주는 안 봤지만 이제는 더 자주 보기 힘들겠다. 분기에 한번 정도 보면 잘 보는 것이려나. 3개월 90일 중에 하루라고 보면 굉장히 텀이 길어 보이는데 막상 살아가는 과정에서 보면 자주 본 느낌이 든다. 이게 아마 대부분 지금 내 나이대 사람들의 일상이 아닐까 싶다. 동네에 살거나 같이 운동을 하거나 같은 취미가 있거나 해야 자주 보는 것이지. 아무튼 계절이 바뀌기도 하고 비가 와서 처음 앉고 싶었던 야외 테이블은 앉지 못했지만 그래도 삼겹살이 먹고 싶었기 때문에 이 가게를 오자고 했고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주문을 했다.

솔직히 빼먹을 수 없는 삼겹살은 기본으로 깔고 가고 항정살 그 특유의 식감을 즐기고 싶어 같이 주문해봤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 정말 진자 솥뚜껑 위에서 구워 먹는 방식이다. 이게 두껍기도 하고 넓기도 해서 그런지 불판을 상당히 오래 달궈주시더라. 그래서 생각보다 막 바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그래도 손님이 앉고 난 뒤에 달구는 것이 아니라 미리 어느 정도 예열을 해두시는 것 같아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는데 아무튼 다른 곳들보다는 조금 더 기다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생고기가 나왔고 바로 위에 올려봤다. 그러면서 여기 인테리어를 구경했다. 밖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전체적으로 붉은 느낌이구나. 솔직히 막 화려하게 예쁜 것은 아닌데 딱 뭔가 깔끔한 느낌도 들고 괜찮았다. 밖에 적절하게 맑은 가을 날씨와 함께 붉은색이 대비되어 괜히 사진이 잘 나온 느낌이 든다. 뭔가 손님으로서 편하게 식사를 즐기기 좋은 구조였다. 이렇게 통유리가 열려있기도 하고!

아 그리고 된장찌개도 하나 주문했다. 계란찜의 경우 따로 시키진 않은 것 같고 서비스로 나온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겠다. 친구랑 이야기도 해야 하고 고기도 구워야 하느라 뭔가 놓친 것들이 많다. 나의 경우 이렇게 사진도 찍어야 하고! 그리고 아마 내 인생에서 이렇게 정말 솥뚜껑 위에서 기름기 쫙 빠진 삼겹살을 구워 먹은 적인 이날이 처음인 것 같다. 아닐 수도 있는데 정말 이렇게 리얼은 처음인 것 같다. 왜냐하면 예전에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그룹이 있었다. 그 멤버들이 뭐 울산, 부산 등 지방에 살고 있었는데 내가 그런 감성으로 이렇게 정말 시골 느낌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고 했는데 자기들 동네에 있다고 한번 오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꼭 가겠다고, 정말이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뒤에 가진 못했다. 연락이 끊긴 것은 아니고 불러주었는데 내가 그때도 처신을 잘못했겠다. 분명히 좋은 인연들이 많았는데 내가 많이 놓아버렸다. 이젠 돌이킬 수도 없겠고.

신나게 먹는 이야기 하면서 갑자기 뭔가 흐름 깨지게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근데 원래 개인적으로 뭔 이야기를 할 때 즐겁고 기쁜 이야기를 한다기보단 저런 느낌의 대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우울함을 즐기면서 행복함을 느낀달까. 솔직히 그게 불가능하긴 한데 개인적으로 슬픈 발라드를 좋은 풍경 안에서 들을 때 오히려 신나는 노래를 듣는 것보다 신나 하는 편이다. 딱 기분 좋은 감정을 그럴 때 느낀다. 평소 여기엔 먹는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사람이 맛있는 것을 먹으면 신이 나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안 보일 수 있는데 원래 그렇다. 그래도 아마 오늘 이 포스팅 말고는 다시 이런 모습을 안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일상 글 아니고서야! 아무튼 슬슬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들이 다 구워진 것 같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기다린 시간만큼 한 점만 먹기엔 아쉬워서 이렇게 두 점씩 팍팍 집어 먹었다. 확실히 불판이 한번 달궈지니 두께가 있어서 다음에 올리는 고기들이 팍팍 잘 구워졌다. 시작이 어렵겠다.

 

아까부터 가생이에서 적절한 온도에 구워진 구운 김치에 삼겹살을 싸서 이렇게 한입 크게 먹어봤다. 분명히 뜨거울 것이기에 호호 불어 식혀가면서 먹었다. 솔직히 이렇게 먹을 필요 없이 먹기 좋게 잘라서 먹어도 됐는데 그냥 이렇게 먹어보고 싶었다. 이날 막 먹는 것이 콘셉트이었나? 그리고 아까 주문했던 된장찌개가 이제야 나왔다. 이게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이야. 솔직히 다 같은 된장찌개라고 하더라도 그게 맛있는 곳이 있다. 근데 여기선 개인적으로 삼겹살이나 다른 고기들 맛에 비해 된장찌개가 아쉽긴 했다. 물론 비교대상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그냥 체감상 그랬다. 고기 맛보다 찌개 맛이 아쉬웠달까.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내가 원하던 그 시원하고 매콤한 그런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고기나 그런 것들이 들어가 살짝 걸쭉하고 느끼했다. 아예 청국장이나 그런 느낌처럼 진득하면 몰라도 좀 애매한 경계선에 있었다. 두부 때문에 그랬나?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날 여의도 낭만솥뚜껑에서 큰 기대 안 했는데 나름 감성 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친구랑 많은 대화는 하지 못했다. 둘 다 배가 고파서 먹기도 바쁘고 이렇게 급으로 맥주 한잔도 하게 되어서 술도 마셨겠다, 고기도 구워야겠다 등등. 그래서 일단 먹는데 집중하고 나가서 많은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친구도 동의했다. 이 친구도 나름 다이어트를 한다고 고생 중에 있는데 이날만큼은 나와 함께 폭식을 해주었다. 나도 솔직히 폭식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차피 소화시키고 잘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먹었다. 된장찌개 먹고 삼겹살 쌈장에 찍어 먹고 소금에 찍어 먹고, 구운 김치와 구운 양파 먹고 마늘 먹고 맥주 한잔 마시고 파채 먹고 정말 바쁘게 다양하게 식사를 즐겼다. 막 유명한 고깃집들처럼 두툼하게 나와 육즙을 가둬두고 소고기처럼 부드러운 돼지고기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이런 익숙한 맛이 그리울 때가 있고 더 맛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여긴 그런 곳이었다.

 

대패 삼겹살을 먹듯이 투박하게 팍팍 먹어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쌈장도 팍팍 찍고! 아무래도 진짜 솥뚜껑 위에서 구워 먹는 기름기 쫙 빠지게 먹는 것이 매력이기 때문에 구울 수 있는 넓이도 넓고 빠르게 구워지기도 하고 그런 감성도 괜찮았다. 그렇게 1차전 삼겹살이 슬슬 끝나가 항정살을 위로 올렸다. 근데 역시 가게마다 잘하는 부위가 있겠다. 같은 고깃집이라고 하더라도 어디는 목살이 정말 맛있다. 그에 비해 삼겹살이 아쉽고. 근데 여긴 삼겹살이 괜찮고 항정살이 꽤나 아쉬웠다. 목살은 먹어보지 못해 모르겠다. 근데 항정살은 확실히 아쉬웠다. 일단 개인적으로 그 매력적인 식감도 덜한 것 같고 알고 있었지만 다른 곳들에 비해 기름기 부위도 많은 느낌이랄까? 뭐 내가 잘 못 구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는데 확실히 상상한 그 맛은 아니었다. 근데 이게 아마 배가 너무 불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기름기가 많아서 그런지 쌈장보단 소금에 잘 어울리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슬슬 다 먹었다고 생각할 때쯤에 깜짝 놀랐다. 테이블을 둘러보니 미나리가 놓여있던 것이었다. 이 고기 먹을 때 최강 조합인 미나리를 놓치고 있었다니. 그만큼 정신없었단 말이 되겠다. 다른 곳에 가면 별도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먹는 서브 재료인데 아예 놓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미나리 먹고 싶어서 나중에 배가 불러도 고기 몇 점을 더 먹게 되었다. 그냥 미나리만 먹으면 아쉬우니까! 미나리 자체를 생으로 먹어도 되고 이렇게 구워서 함께 먹어도 된다. 개인적으로 생으로 먹는 것보단 구워 먹는 게 더 맛있더라. 아무튼 이렇게 마지막에 나름 느끼함을 잡아주는 알싸한 미나리와 함께 고기와 야채 밸런스를 맞춰가며 식사를 끝냈다. 친구도, 분위기도, 음식도, 맛도 너무 좋았던 하루였다. 비 오는 날씨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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