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도 안 좋아하고 로제 맛도 안 좋아하는데 여기선 예외다.
개인적으로 편식은 하지 않는다. 근데 왜 아이들이 편식을 하는지,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습관이 있는진 이해하고 있다. 나의 경우 편식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약간 비틀어 생각해보면 정말 먹는 것만 먹어서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정말 막 가리거나 불편해하는 것은 없다. 몸에 안 받는 것이 아니면. 개인적으로 번데기를 먹으면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못 먹는다. 그래서 그것 빼곤 정말 다 먹을 수 있다. 다만 안 먹는 것이지. 그만큼 익숙한 맛만 즐기기 때문에 편식은 안하지만 뭔가 비슷한 느낌의 행동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근데 가끔 이런 나의 습관을 깨주는 가게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오마카세 가게들이 있겠다. 평소 해산물도 광어나 우럭, 연어 같은 익숙한 종류만 편하게 즐긴다. 근데 오마카세에 가면 쉐프님이 내어주시는 것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다 먹고 보는데 거기서 내가 평소 안 먹었던 것들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또 거기서 꽂혀서 먹는 범위를 늘려가고.
오늘 소개할 곳이 오마카세 가게는 아니지만 위와 비슷하게 나의 먹는 범위(?)를 늘려준 가게다. 여기 메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매번 올때마다 같은 맛을 먹을 순 없어서 나름 이것저것 먹어보고 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던 계기는 그냥 처음 먹었을 때 너무 맛있었고 두 번째 하나는 먹었던 것을 주문하고 새로운 맛을 먹어봤는데 그게 또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이 가게 자체의 메뉴들에 신뢰도가 생겼고 안 먹어봤던 맛을 저절로 먹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오늘 포스팅 햄이 메인인 수제 수비드 햄 치즈 샌드와 로제가 메인인 생새우 구이 로제소스 스파게티다. 개인적으로 둘 다 막 그렇게 선호하는 맛은 아니다. 햄 자체를 별로 안 먹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가끔 소세지를 먹긴 하는데 남들이 좋아하는 스팸도 그리 막 선호하진 않는다. 로제 맛 역시 그렇다. 뭔가 느끼해서 이도 저도 아닌 맛 같더라. 엽떡 로제의 경우 매콤해서 먹을만했었는데 그게 정통 로제 맛은 아닐 테니.
근데 여기서 이 두 가지 방어가 다 깨져버렸다. 원래 매번 여기 올 때마다 비프 등심 구이 아보카도 샌드만 먹었다. 고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냥 그 식감도 너무 좋고 전체적인 조합이 좋더라. 아보카도 역시 매력적이고. 근데 매번 그 메뉴만 먹다 보니 다른 맛을 먹어보고 싶었꼬 그렇게 도전해본 것이 햄 치즈 샌드였다. 사진으로만 봐도 햄 가득인 것을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먹기 전까진 그렇게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한입 먹고 나서 완전 반해버렸다. 일단 햄 자체에 내가 평소 거부감이 있었던 그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수비드 조리법 때문인가? 아무튼 그리고 저 채소와 치즈 그리고 누르면 쭉 나오는 육즙의 조화가 너무 좋았다. 그 조합 때문에 거부감 없이 믿고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 한 메뉴당 가격이 좀 있는 편인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양이 좀 되는 편이다. 그래서 메뉴 두 개 시켜서 두 명이서 나눠먹으면 딱 좋겠다. 일단 실력이 있으시니까 돈이 아깝단 생각이 안 들기도 하고.
이렇게 뚝뚝 떨어지는 소스가 왜 그렇게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 썰어서 먹을 수 있도록 나이프와 포크 등을 주시는데 개인적으로 손바닥으로 꽉 누른 다음에 이렇게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건 나눠 먹으면 이 맛이 안 난다. 무조건 한입에 모든 재료들이 들어가도록 크게 먹어야 한다. 그래야 그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물론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확실히 그게 맛있더라. 처음엔 크기가 커서 그게 가능한가 싶은데 먹다 보니 또 되더라. 솔직히 누가 아침마다 브런치 스타일로 이렇게 해주면 정말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불가능하겠지. 실제로 이게 건강에 좋은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먹어보면 야채도 많고 소스가 과한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깨끗한 느낌이 들어서 건강하면서 몸에도 좋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원래 몸에 좋으면 맛이 없는 법인데 여기선 그것도 예외랄까? 실제는 잘 모르겠다. 근데 식재료를 계산된 온도와 물로 가열하여 조리하는 방법으로 재료의 수분과 맛, 향이 보존되어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을 살려주는 수비드 조리법 자체도 건강에 좋은 방식 아닌가?
그다음은 생새우 구이 로제소스 파스타가 나왔다. 사장님께서 혼자 계산, 서빙, 주문, 조리까지 하시니 막 모든 메뉴가 동일하게 나오긴 힘들다. 근데 유럽에 가면 뭔가 코스식 요리 주문이 가능한 레스토랑이 많다. 디저트 후식까지 말이다. 여기 테이블7도 좀 그런 느낌이다. 메뉴를 주문하면 우선 하나씩 준비해주신다. 그래서 앞전에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면 이렇게 파스타가 나오는 식이다. 아마 근데 처음부터 의도하셨다기보단 하시면서 저절로 이렇게 되신 것이겠다. 아무튼 샌드위치도 1차전을 끝내고 이렇게 로제로 도전한다. 개인적으로 로제를 안 좋아하는 이유는 앞서 살짝 말했었지만 좀 느끼하게 다가왔다. 차라리 까르보나라처럼 그렇게 본연의 느끼함을 즐길 수 있는 메뉴면 모르겠는데 로제 자체는 나에게 굉장히 애매했다.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랄까? 그래서 한창 이슈가 되었을 때 좀 먹어보고 그 뒤에는 잘 먹지 않았다. 근데 여기서 또 그 방어막이 깨졌다.
일단 새우 튼실하게 하나 먹어주며 시작하면 되고 그 다음 소스에 면을 쓱싹쓱싹 잘 비벼준다. 비비는 개념이 맞나? 섞어준다. 아무튼 그다음에 이렇게 한입 크게 먹으면 되겠다. 솔직히 포크로 돌돌 말아서 먹는 것보다 그냥 편한 대로 국수처럼 포크로 떠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 돌리면서 튀는 것도 튀는 거고 뭔가 그릇에 긁히는 소리가 나면 더 싫더라. 물론 잘하시는 분들은 깔끔하게 잘하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잘 안된다. 그래서 그냥 바로 먹는 것이 좋다. 아무튼 그렇게 한입 먹으면 로제 스파게티가 이렇게 맛있었는지,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겠다. 안 먹어봤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그리고 난 평생 로제를 안 좋아했겠다. 근데 여긴 다르다. 그리고 한번 먹고 안 먹은 것이 아니고 여러 번 먹어봤는데 여기와 다른 로제가 맛이 다른 이유는 내 기준에선 달달함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 달달함이 감칠맛을 살려줘 계속해서 손이 간달까? 정확하진 않다.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다. 왜냐하면 내가 이 맛을 좋아할 줄 몰라서 너무 신기해서 계속 음미하면서 먹어봤다.
이렇게 소스까지 숟가락으로 떠서 먹었다. 파스타를 이렇게 깔끔하게 먹어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겠다. 빠네 같은 것도 빵을 남기는 편인데 말이다. 여기에 바게트나 그런 것 찍어 먹어도 굉장히 맛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사장님에게 말씀드려볼까? 근데 어차피 앞서 샌드위치를 먹었으니 솔직히 따로 필요 없긴 하겠다. 식전 빵까지 준비하시게 되면 너무 바쁘실 것 같기도 하고 메인 메뉴와 구성도 맞지 않겠다. 아무튼 두 가지 메뉴로 정말 알차게 먹었다. 수비드 조리법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테이블7 정말 좋아하는 가게다. 손으로 세어보진 않았지만 정말 많이 가봤겠다. 물론 사장님과 따로 안면을 튼다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그냥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는 가게다. 변함없이 오래 장사를 하셨으면 하고. 조만간 생각이 나면 또 가봐야겠다. 시즈널적인 메뉴도 종종 내어주고 계셔서 손님 입장에서 항시 즐거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