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고 맛 좋은 제육, 오삼, 낙삼, 쭈삼 먹고 싶을 땐 그냥 여기로 가면 된다.
이제 나이가 차니 주변 사람들이 슬슬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가까운 친구나 조금은 먼 친구나 다 말이다. 오늘 소개할 곳도 청첩장을 받기 위해 만났다. 사실 이미 이전에 청첩장을 만나서 받긴 했는데 그냥 결혼식 전에 한 번만 보긴 아쉽다고 하여 날을 잡고 이렇게 또 만났다. 이 친구의 경우 대학생 때 알던 친구인데 졸업을 하고 자주 만나진 못했다. 그냥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봤었나? 중간에 축구한다고 좀 만나고. 이게 서로 직장인이 되고 나면 사회생활도 바쁘고 정말 집이 가깝지 않은 이상에야 어렸을 때처럼 자주 만나긴 힘든 것 같다. 그나마 취미가 같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곤 하는데 또 친구끼리 취미가 같기도 쉽진 않으니까. 아무튼 오늘까지는 이 친구가 자기가 사겠다고 하여 여러 가게를 제시해주었는데 그중 여기가 가장 땡겨서 이렇게 오게 됐다.
여의도 정말 오랜만에 온다. 이제 나도 직장을 옮겨서 매번 여길 지나다니게 되었는데 그래서 이 친구랑 이렇게 두번 만나는 것도 있겠다. 앞으론 그냥 퇴근하고 자주 보자고 했는데 그게 또 잘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그래도 서로 같은 비슷한 장소에서 하루가 끝이 나니 그래도 이전보단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정말 이상한 게 친구들을 이제 잘 못 만난다는 것을 아는데 애써 그것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지 더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조차도 시간을 잘 못 내면서 말이다. 뭐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기 싫은 청개구리 심리인 걸까. 굳이 만나려고 안 해도 이 인연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혼자 막 서운해하고 그런다. 아무튼 뭐 이렇고, 원래 첫 직장이 여의도에 위치해 있어서 오늘 소개할 직화볶음요리 비슷한 음식을 잘하는 가게가 따로 있었다. 그래서 매번 거길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요즘은 거기가 아니라 여기가 인기인가보다. 검색해보니 벌써 주변에 2호 점도 생겼나 보다. 여긴 본점을 방문했던 것인데 친구가 오기 전에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여의도 상권을 아는데 퇴근이기도 해서 뭐 얼마나 사람들이 있겠어 싶었다. 뭐 술집도 아니고 말이다. 근데 꽉 차 있었고 딱 남은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매장 내부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다만 막 복잡하진 않은데 그래도 시끌벅적한 그런 느낌은 있다. 다만 인테리어나 그런 것들이 새로 만들어진 느낌이 들어서 막 정신없거나 그렇진 않다. 나의 경우 적당히 쾌적하고 소음이 있고 먹는 맛 나고 기분 좋고 괜찮았다. 근데 아마 음식이 맛이 없었으면 이런 분위기도 마이너스가 됐을 수도 있겠다. 근데 메인이 훌륭하니 다른 것들도 다 충분히 좋게 다가왔다. 아무튼 친구가 어떤 종류가 먹고 싶냐고 물어 익숙하게 오삼을 달리자고 했다. 직화는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여 그렇게 주문했다.
나오는 스타일은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곳과 비슷하게 나왔다. 그 가게가 이런 스타일로 이름을 바꾼 것인가 할 정도로 말이다. 근데 다만 거기에선 밥이 양푼냄비 같은 곳에 담겨져 나왔는데 여긴 좀 넓적한 그릇에 나왔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흰 공깃밥과 직화로 구워 불맛 가득한 오삼 별미볶음 요리를 따로 먹어도 되겠지만 대부분 이렇게 섞어서 볶음밥처럼 비벼 먹는다. 아래 고여있는 국물까지 숟가락으로 떠서 이렇게 팍팍 먹으면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다. 여기가 진짜 이름처럼 별미인 것이 불맛 때문에 매콤하기도 하고 느끼하다거나 절대 물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매운맛이 아니고 매콤한 맛이라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의 그 향이나 맛이 느껴져서 기분도 좋아진다. 내 기준 크게 호불호가 없을 맛인데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외국인 친구들도 좋아할 것 같은 그런 맛이랄까?
수요미식회 프로그램에서도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 뭐 맛은 검증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만 맛있는 게 아니라 말이다. 이날 테이블도 꽉 차 있기도 했고. 아마 점심시간엔 일찍 오지 않으면 그날 못 먹지 않을까 싶다. 정말 이 불맛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그 잔잔하게 퍼져 올라오는 향이 감칠맛을 당겨주고 계속해서 숟가락이 가게 한다. 그리고 평소 오징어를 잘 안 먹는 편이다. 오징어 자체의 매력을 모르겠다. 간혹 오징어 회만 좀 먹곤 하는데, 여기 오면 이렇게 팍팍 먹다 보니 같이 많이 먹게 된다. 그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삼겹살과 함께 만나면 매력을 더해준다. 중간중간 아삭아삭 상추가 씹히기도 하고. 아무튼 여기 오면 배가 고파서 나갈리는 없겠다. 보시다시피 2인분 양도 훌륭하니 말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확확 불 소리가 나는데 바로 앞 오픈형 테이블에서 사장님이 불맛을 입히고 계신다. 그런 눈요기도 재밌는 볼거리 중 하나다.
미역국으로 입가심도 중간중간 해줘야한다. 왜 이렇게 맛있게 먹었나 지금 알고 보니 감칠맛을 살려주는 포인트들이 꽤 많았다. 밑반찬이 막 많진 않아도 정말 필요한 것들만 야무지게 있달까. 확실히 장사 잘 되는 곳들은 뭔가 같은 메뉴라도 다르다. 그렇다 보니 이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게 느껴진다. 사실 점심 값 기준으로만 보면 저렴하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뭐 그건 여의도니까 어쩔 수 없겠다. 맛집들이 많다는 것이 어디인가. 여의도를 떠나고 보니 알았다. 여긴 지나가다 보면 다 맛집인데 그런 장소가 흔치 않다. 친구가 뭐 하나 더 먹을까 물었고 그럼 계란찜 하나만 더 먹자고 말해 이렇게 주문해봤다. 계란찜 비주얼도 역시 훌륭하다. 저렇게 부풀게 나온다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 그릇 넘치게 나오는 것도 괜히 먹기도 전에 기분 좋다. 나의 경우 평소 밥만 먹기 때문에 술맛은 잘 모르지만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구성에 술 한잔하셔도 좋으시겠다.
수요미식회 극찬 받은 직화로 구워 불맛 가득한 별미볶음점 야무지게 끝까지 계속해서 잘 먹었다. 이 시기 즈음에 입맛이 별로 없어서 정말 거의 한 이 주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근데 정말 오랜만에 밥 한 공기 뚝딱 비웠다. 근데 갑자기 오랜만에 많이 먹은 것이라 더 먹지 못했는데 아마 지금 가면 고기까지 다 먹었을 것 같다. 이날 고기가 좀 남아 아쉬웠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은 것에 의의를 뒀다. 확실히 양이 적게 나오는 곳은 아니다. 매번 맛집 포스팅할 때마다 말하지만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양이 푸짐하게 나오고 퀄리티 좋게 나오는 가게들이 좋다. 그 천 원, 이천 원 때문에 오히려 빈약하게 나오면 맛도 잘 못 느끼겠고 재방문도 꺼려진다. 근데 만족스러우면 또 가는 게 요즘 사람들 심리니까. 그런 부분도 잘 잡았겠다. 여름철 무더위에 입맛을 잃어가는 분들 많으실 텐데 여기 한번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입맛 확 살아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