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면 왜 생활의 달인에 이 가게가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이 주변은 정말 자주 지나다닌다. 근데 이 동네를 자주 다닌다는 것이지 이 길목, 골목 사이사이는 거의 안 다니는 것 같다. 나에겐 일반적으로 지나가는 길이었고 뭐 걷더라도 빠르고 편한 도로변으로 걷게 되지 안쪽까지 와서 걷진 않게 되더라. 물론 구경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다 뭔가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해야 했는데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싶었고 그렇게 서치를 해보았다. 주로 구글맵을 활용해 검색을 해보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가게가 있었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고 평점도 괜찮았다. 다만 내가 신기한 것은 왜 이 가게를 내가 지금에서야 처음 알았냐는 것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여기가 뭐 먹자 골목 같은 곳도 아니고 아니면 맛집이 모여있거나 그런 곳도 아닌, 그냥 평범한 동네여서 이 주변에서 뭔가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여길 가야겠다 생각하고 가려고 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다행히 사람이 없었는데 식사 시간대가 애매해서 그런 것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나중에 다 먹고 나올 때 즈음에는 웨이팅까지 발생하더라. 확실히 인기 있는 곳이었고 정말 동네 숨은 맛집이었다. 근데 숨었다기보단 나만 몰랐던 곳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 메뉴 자체는 심플했다. 그래서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시켜서 맛이 좋으면 다음에 또 와서 먹기로 하면 딱 괜찮을 것 같았다.
함박 스테이크와 완숙 케찹 오므라이스 하나를 주문했다. 그러니 이렇게 샐러드가 기본적으로 제공되었다. 일단 가격 자체는 평범했다.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딱 그 중간이었다. 이런 가게의 경우 맛이 굉장히 중요했다. 맛이 평범하면 그냥 그런 평범한 가게처럼 느껴지고 만약 맛있으면 완전 맛집처럼 느껴지는 그 경계선에 있는 느낌이다. 물론 이것 역시 내 기준이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메인 요리가 나올 때까지 샐러드를 먹으면서 주변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딱 여기 생활의달인 출연까지 한 양송이 식당에서 든 생각은, 일본에 놀러 갔었을 때 오므라이스 맛집에 간 적이 있다. 거기도 꽤나 전통이 있었던 곳인데 유명해진 계기가, 쉐프님 한 사람이 서빙부터 음식, 계산까지 모두 하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직접 가보았는데, 처음에 가고 너무 만족하여 다음 여행때 또 가보고 그랬다. 가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바로 앞에서 내가 주문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냥 쉐프님께서 움직이시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그 열정과 진정성이 느껴져서 알게 모르게 감동을 받게 되었다. 정말 바쁘시지만 체계적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계시는구나가 보인다. 물론 그 마음이 손님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다 먹은 식기가 잘 반납될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도와가며 정리를 하긴 했다. 아마 이런 모습을 보면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겠다. 근데 여기 양송이 식당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내가 일본에서 겪은 것과 똑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이 공간 자체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살펴보니 2017년부터 일본 대중 경양식 식당 스타일을 운영하셨다고 하는데 이것도 짧은 기간은 아니겠다.
모든 메인 메뉴가 다 나왔고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했다. 일단 시작이 너무 좋았다. 인테리어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음식에 집중할 수 있게 좋았고 그냥 사장님도 그 느낌이 너무 좋았고 주방도 오픈형이라 그냥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그랬다. 까다로운 소비자이기 때문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냥 이 공간 감성 자체가 나에게 맞았던 것 같다. 사장님이 의도하셨든 안 하셨든 말이다. 근데 뭐 인기가 많고 생활의 달인에도 나왔던 것을 보면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겠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은 적당히 걸렸던 것 같다. 여기 역시 나름 간소하고 빠르게 나오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해두신 것 같았다. 그렇게 기대를 품고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일단 음식 하나 자체가 가격은 착하다고 하더라도 뭐 하나 대충 나온 것이 아니었다. 재료 하나하나 그 힘을 발휘하고 있었고 그 조합도 좋고 비쥬얼도 훌륭했다. 하나에 몇만 원씩 받고 판매하는 가게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여기 양송이식당의 노선은 그런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하고, 그렇다고 하여 일반적인 오므라이스를 판매들과 비교하기엔 퀄리티가 남달랐다.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여기만의 색깔을 담고 있었고 인기 있는 이유가 있었다. 함박 스테이크의 경우 두께와 비교하여 너무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았는데 적당히 감칠맛 있게 살아있어서 좋았다. 고기를 그렇게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중간중간 하나씩 먹을 수 있는 감자튀김 역시 훌륭했다. 뭐 솔직히 막 맛이 특별하다거나 그렇진 않았는데 이 가격에 이 구성은 나에게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날은 사진만 찍고 한 일주일이 안 지나서 한번 더 방문하려고 쉬는 날에 갔었는데, 대기줄이 있더라. 그래서 그날은 시간이 많이 부족하여 식사를 포기했다. 처음 왔을 땐 한 테이블만 있었는데 여기 인기 있는 곳 맞구나를 그때 체감했다. 그래도 애초에 위치 자체가 좀 애매한 곳에 있어서 막 다른 번화가에 있는 그런 곳들보다는 경쟁이 심하지 않겠다. 근데 매장 공간 자체가 협소하여 어느 정도 대기는 필수적이겠다. 한 다섯 테이블 정도 있었나? 근데 나름 회전율이 빨라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오므라이스의 경우 막 밥알이 하나하나 고슬고슬 살아있다기보단 우리가 어디선 흔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다만 비쥬얼 자체에서 일단 맛있게 시작하고 이 가게만의, 이 사장님만의 진정성이나 그런 것들이 포함되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부분이 확실히 있었다. 이렇기 때문에 음식에도 그 철학이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 맛만 보고 어딘가를 찾아가고 팬이 되고 그러진 않으니까. 그리고 나조차도 정말 많은 가게들을 다녔지만 나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가게는 오랜만이었다. 아마 내가 일본에서 그 가게를 여러 번 찾아가서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는데 정말 나만 알고 싶은 동네 숨은 맛집 느낌이었다. 생활의 달인에 출연하여 뭐 이미 그럴 것도 없긴 하겠지만. 아무튼 입도 즐거웠지만 정신적으로도 즐거웠던 한 끼였다.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