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선호하는 계절이 따로 없었다. 봄, 가을이 좋긴 했지만 그냥 무더운 여름도 그 여름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었다. 물놀이를 간다든가, 나시를 입는다든가 에어컨 바람을 즐기며 이불 속에 있는다든가 하는 그런 소소한 행위들 말이다. 그리고 겨울도 마찬가지였다. 춥긴 해도 눈이 내리고 두꺼운 옷을 입어 불편하긴 해도 실내에 들어와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면 잠이 새근새근 잘 오고. 근데 이 날씨에 대한 것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금 더 명확해졌다. 이젠 추운 겨울도 싫고 더운 여름도 싫다. 추운 겨울은 일단 아침에 너무 움직이기가 귀찮고 두꺼운 옷을 입고 행동하는 게 불편해져서 번거롭다. 무더운 여름은 너무 찝찝하고 옷이 달라붙는 것도 싫고 야외에서 땀이라도 나면 그냥 집에 들어가 씻고 싶어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