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부터 3대가 이어가고 있는 미슐랭 광화문미진
메밀 육수 한입 먹자마자 여긴 찐이다 느꼈던 미슐랭 광화문미진
오랜만에 평소 즐겨 찾는 고양 스타필드를 방문했다. 사실 이날은 평소처럼 그냥 둘러보기 위해 방문했던 것은 아니었고 일정이 있었다. 바로 스타필드 내에 위치하고 있는 아쿠아필드를 가기 위해서. 옛날에 한 달에 한 번씩은 사우나를 갔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뭔가 생각이 나서 간다기보단 약간 의무적으로 방문을 했었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친구들이랑 주말에 집에서 놀다가 잠깐 사우나 갔다 온다고 하면서 1시간 정도 혼자 다녀왔던 적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약간 의무적으로 다녔는데 한때 사우나나 그런 곳을 못 다닌 이후 그 리듬이 깨졌다. 그래서 지금은 생각이 날 때마다 방문하고 있는데, 이날 혼자 간 것은 아니었고 어머니와 함께 갔었다. 어머니도 원래 거의 일주일에 동네 사우나를 3~4번 이상 가시다가 그 이후로 흐름이 깨져 안 가고 계셨다. 그래도 좋아하시는 것을 아니까 이날 같이 가게 되었다.
근데 나의 경우 사우나를 길게 하는 것은 아니고 딱 할 만큼만 하기 때문에 어머니와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넉넉하게 하시라고 하고 나의 경우 나와서 둘러보다가 이따 시간을 맞춰 만나자고 했었다. 근데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안에서 식사를 하고 싶더라. 원래는 밖에서 사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안에 들어가니 거기서 해결하고 나오고 싶더라. 근데 어머니를 찾을 수가 없었고 혼자 메뉴 하나 시켜 먹기엔 또 그렇게 당기는 것이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방문하게 된 곳이 오늘 소개할 광화문미진이라는 곳이다. 여기의 경우 메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1954년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70년 이상 메밀국수전문점으로 전통과 맛을 3대가 이어가고 있는 가게라고 한다. 그리고 요즘 핫한 미쉐린 가이드 미슐랭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고. 본점은 종로에 있는데 거기 웨이팅은 엄청나다고 한다.
사실 요즘 미슐랭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아마 찾아보면 미슐랭 가게들만 소개하는 곳들도 있긴 한데 아마 거길 뿌시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름 콘텐츠처럼 말이다. 파인 다이닝은 가고 싶어도 예약이 힘들어 가기도 힘들고. 물론 숨겨진 파인다이닝들이 종종 콘텐츠로 소개되기도 하고 그러던데 아마 그런 곳도 내 눈에 들어오면 이미 예약이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그렇게 나름 뜻하지 않게 여기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땀을 흘렸기 때문에 수분을 공급해 주면 좋긴 해서 냉메밀 선택은 나쁘지 않았는데 그렇게 빈속에 차가운 음식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막상 왔는데 여기 시그니처는 먹어봐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냉메밀과 교자만두 하나씩을 주문했다.
사실 세트메뉴가 있어서 그것을 먹고 싶었다. 근데 딱 눈에 들어오는 조합 괜찮아 보이는 음식의 경우 대게 2인 이상부터 제공이 된다. 혼자 왔을 경우에는 그렇게 먹을 수가 없겠다. 감자전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바삭하게 말이다. 그 부분이 아쉬웠지만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이미 익숙한 상황이기에 깔끔하게 포기하고 그렇게 대체재들로 주문을 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아무래도 여기가 스타필드 내에 잠시 입점한 것이라 서비스나 그런 것이 깔끔하진 않았다. 주문을 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일하시는 분들이 바쁘기도 했지마 한가로우신 때에도 테이블을 살펴보지 않으시더라. 살짝 답답하긴 했는데 뭐 벨 같은 것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겠다. 그렇게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1954년부터 3대가 이어가고 있는 미슐랭 광화문미진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바로 육수가 저렇게 주전자 통으로 나오는 것. 내가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 여기서 지켜나가고 있는 컨셉 같은 것인가 본데 저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나의 경우 냉육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차가운 음식을 피할 때가 있긴 하지만 이런 육수는 항상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일본에서 먹는 정통 육수 같은 경우 굉장히 짜기 때문에 면만 살짝 담가서 먹어야 하는 그런 육수는 잘 먹지 못하지만, 이렇게 한국 현지화되어있는 듯한 육수는 달달하고 맛있어서 없어서 못 먹는 편이다. 근데 이렇게 주전자 통으로 주니까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테이블에 준비된 각종 재료들로 나만의 육수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면을 담궈 먹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교자 만두 하나씩 먹어주고 말이다. 만두를 직접 빚으신 것인진 모르겠지만 튀김 만두이다 보니 바삭하고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속도 이렇게 실하게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면발은 뭐 말할 것도 없겠다. 탱탱하고 육수가 차다 보니까 더 찰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양이 많더라. 사실 면만 먹기엔 심심한데 면만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긴 했다. 그래서 살짝 남기자는 마음으로 만두까지 주문했는데 면 양이 상당하더라. 총 네 덩이가 있었다. 요즘은 과하게 배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겐 양이 좀 많았다. 그래도 육수가 새콤달콤 너무 맛있어서 계속해서 호로록 먹게 되긴 했다. 오히려 나중엔 육수 배가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주전자로 따라서 마셔야 하기 때문에 살얼음이 같이 나오지 않아 이 부분은 살짝 아쉽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통으로 제공되는 곳은 별로 없으니 장점이 더 많긴 했다. 미슐랭 가게 오랜만에 방문해 봤는데 역시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