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후라이드 치킨 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추억의 보드람치킨
한 마리 반 제공, 35일 영계 사용, 72시간 염지, 압력 전용 튀김기로 만들어지는 보드람치킨
보드람치킨의 경우 나에겐 정말 추억의 음식이다.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카페가 많다거나 치킨집이 많다거나 그렇지 않았다. 막 드라마에 추억의 소재로 나오는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시는 종이봉투에 담긴 치킨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배달앱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브랜드도 다양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네 한가운데에 오늘 소개할 이 보드람치킨 집이 생긴 것이었다. 근데 이게 냄새를 밖으로 퍼지게 하여서 그 길 주변에만 들어서면 치킨 냄새가 쭉 퍼져 있어 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릴 때마다 그 치킨집을 지나갈 때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우리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만큼 살 수 있을 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표현하듯이, 이제는 치킨을 사 먹는 것에 큰 부담이 없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먹고 싶은데 못 먹어서 슬픈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지금처럼 먹고 싶을 때 막 먹지는 못했겠다. 아무튼 보드람치킨을 떠올리면 아직 그 골목이 생각이 난다. 실제로 그 집은 꽤 장사가 잘 되었다. 지금은 법적으로 길가에 테이블 까는 것도 위반이 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그런 것이 엄격하지 않았겠다. 그래서 테이블 깔고 거기서 맥주와 함께 치킨 뜯으시는 분들도 많았다. 근데 그 가게가 그래도 꽤 오랜 시간, 최소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 것 같았는데 어느새인가 사라져 있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가게만 사라진 것이 아니고 보드람치킨 매장 수 자체가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치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고 그 사이에 BBQ라든가 BHC, 네네치킨 등 다른 곳들이 많이 치고 와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최근 한 5년간은 기존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아닌 이색적인 메뉴들이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 뭐 교촌 레드윙부터 BHC 뿌링클, 네네치킨 스노윙 등등 말이다. 닭 자체의 염지가 아니라 양념으로 승부를 보는 그런 맛들 말이다. 나 역시도 그 흐름에 동참을 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한때 뿌링클에 엄청 꽂혀서 그것만 먹기도 했으니까. 근데 오히려 요즘은 림스치킨이나 보드람치킨 이런 곳들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요즘 팥빙수부터 치킨 등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심플한 맛들을 찾고 있다. 정말 옛날에 먹던 염지가 잘 되고 튀김옷 얇은 그런 치킨들 말이다. 근데 막상 먹으려고 보면 그런 가게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 너무 화려하다. 근데 이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은근히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통닭 먹고 싶다고 말할 때 그것에 동종하곤 했으니까.
나 역시도 요즘 최애 치킨집 중 하나가 림스치킨이고 또 정말 인생 치킨집을 찾은 곳이 노포에서 판매하는 그냥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히려 클래식한 곳들이 이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주변 매장이 많이 사라지기도 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날 오랜만에 이렇게 튀김옷 얇고 적당히 짭조름하게 염지가 잘 된 치킨이 먹고 싶었고 어딜 먹어볼까 싶다가 보드람치킨이 생각났다. 그래서 근처 배달 가능한 곳을 찾아 주문했고 이렇게 받아서 먹어봤다. 보드람치킨의 경우 사실 앞서 말한 골목길에 있던 그 치킨집 추억과 비교해보면 지금 양이 상당히 줄었다. 뭐 지금도 한 마리 반이 기본 제공된다고 하나 사실 먹는 사람 입장에선 다른 곳 한 마리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이고,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뭔가 사이즈가 줄긴 줄었다.
근데 양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겠다. 어떻게 보면 그때는 호수가 큰 닭을 쓰고 지금은 맛의 변화를 위해 애초에 사이즈가 작은 닭을 쓰는 것일 수도 있으니.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기본적으로 35일산 영계를 쓴다고 한다. 이때의 닭은 향긋하고 살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게 뭐 시대에 따라 마진을 위해 양을 줄인 것이라고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겠다. 물론 그때의 물가와 지금의 물가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닭을 받았고 뜯은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은박지에 포장되어 오는 점도 새삼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뭐 양배추 샐러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냄새부터 해서 괜히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이런 향도 맡기 힘들다. 대부분 다른 소스나 양념의 향이 느껴지니까.
그리고 이날은 콜라가 아니라 최근 포스팅에서 종종 이야기 했었던 칭따오 논알콜 레몬 맥주를 함께 즐겨주었다. 이게 논알콜이라고 하더라도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있기 때문에 먹고 운전을 한다거나 그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는 날과 마찬가지로 행동은 똑같이 가져가고 있다. 어차피 집에서 쉬는 날에 배달 음식을 먹곤 하니까. 약속이 있는 날에는 배달 음식을 따로 안 먹는 것 같다. 뭔가 배달 음식이 단순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름 힐링 요소 느낌이랄까. 일상 속 소소한 행복 같은 것 말이다. 아무튼 양념이 부족할까 싶어서 추가 주문하였고 위에 뿌려진 땅콩가루들과 함께 닭을 뜯기 시작했다. 사실 저렇게 토핑처럼 뿌려진 땅콩가루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뭔가 이때는 기분 때문에 더 맛있게 즐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튀김 옷이 두꺼운 치킨들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튀김옷 자체가 바삭함이 살아있어서 그 소리와 식감 때문에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의 경우 소화가 잘 안 되는 체질이라 그런지 괜히 뭔가 헛 배부르게 만드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물론 아예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딱 정말 튀김옷처럼 얇게 깔려있는 정도는 좋아한다. 사실 치킨의 생명은 껍질이라고 살코기만 있으면 지금처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튼 오늘 이렇게 2001년 출시한, 후라이드 치킨 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추억의 보드람치킨 포스팅을 해보았다. 사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 프랜차이즈 자체를 모르고 관심도 없겠다. 근데 언제 한번 먹어보면 그렇게 한 번만 먹고 잊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또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매력이 있는 곳이다. 원래 기본적인 맛에 한번 빠지면 계속해서 찾게 되는 법이니까. 여기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