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여인숙을 개조하여 젊은이들 핫플레이스가 되버린 카페
시장을 통해 좁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신당동 카페 레레플레이
이날도 비가 내렸다. 확실히 이제 가을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 포스팅의 경우 예약 포스팅으로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 흐름의 차이가 좀 있겠지만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비가 내린 이후에 급격이 추워지기 시작했고 가을도 슬슬 끝나가는 것 같다. 그 시간이 너무 아쉬워서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11월의 마지막까지 가을의 끝이 있고 겨울의 시작이라고 하더라. 올 가을은 유독 더 아쉬웠고 아마 오랜 시간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로선 변화도 많았고 힘든 일도 있었고 새로운 것들도 있고 그랬으니까.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얼마나 변했나, 달라졌나 혹은 성숙해졌나 아니면 망가졌나. 이런 것들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겠다. 근데 주변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 번쯤은 겪어볼 만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동의는 하더라도 굳이 필요했나는 모르겠다.
근처 옥수에서 점심을 먹고 마을버스를 이용해서 여기 신당동에 도착했다. 아마 여기가 우리가 익숙한 그 신당동 떡볶이 근처가 맞을 것이다. 근데 우린 떡볶이를 먹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이 친구의 경우 핫플레이스를 모아둔 어플을 주로 활용한다고 한다. 내가 그런 곳들을 어떻게 다 아느냐고 물으니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근데 막상 난 실제로 활용하게 되진 않더라. 나갈 때마다 그런 곳들을 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 친구 만나는 날에는 덕분에 요즘 사람들이 주로 찾고 있는 곳들을 많이 가게 된다. 굳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름 특별한 장소를 가게 되더라. 그런 포인트들이 좋은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여기 레레플레이 카페 역시 요즘 핫플레이스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일단 여기 오는 길이 그리 쉽진 않다. 일단 신당동 자체를 아마 평소에 많이 찾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여길 간다고 하는 사람들은 크게 보지 못했다. 그냥 살면서 한두 번은 가보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런 곳인데 역에서 여기 카페는 꽤 가깝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올 수 있다. 근데 단 한 번에 찾아올 경우를 의미한다. 이게 정말 뜬금없이 굉장히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야 한다. 조금 들어간 뒤에 좌측을 보면 이 카페가 나타난다. 주변 공간이 깔끔한 것도 아니고 좀 정신이 없는데 그래서 이 근처에서 길을 헤매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 역시 여기가 맞나 하면서 들어왔다가 운 좋게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오면 무슨 마법의 공간을 만난 것처럼 신기한 공간이 펼쳐진다. 꽤나 쾌적하고 깔끔하고 다들 어디서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여기 오래된 여인숙을 개조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여기 카페를 위해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여인숙을 개조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펴보니까 나름 이 구조가 이해가 됐다. 처음에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만든 것이지 다소 의아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돌이켜보면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화장실부터 해서 창부터해서 등등 말이다. 여기 굉장히 아기자기하게 공간들이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좋은 자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1층이 좀 어둑어둑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에 좋고 2층의 경우 갑자기 환해지면서 좀 뻥 뚫린 기분이 드는데 여기 역시 물론 괜찮다. 근데 1층이 조금 더 그나마 감성이 있달까?
단순 공간만 예쁘다고 해서 젊은이들 핫플레이스가 되진 않겠다. 여기 레레플레이 카페만의 특색이 살아있었다. 일단 여태까지 수많은 카페들을 가봤지만 여기처럼 디테일이 살아있는 곳은 만나지 못했다. 심지어 디테일로는 끝판왕이라는 일본에 가서도 이런 배려는 받지 못했다. 일단 나온 음료를 보면 아시겠지만 차가운 온도는 유지될 수 있지만 얼음이 녹으면서 이 가게가 추구하는 맛이 희석되지 않도록 저렇게 얼음을 따로 빼어두셨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카페에서 이렇게 내어주는 경우는 처음 본다. 그다음에야 뭐 떡이나 꿀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무난하다 볼 수 있는데 저 솔방울 디테일부터 특히 저 떡을 찍어먹는 나무젓가락의 경우에도 실제 친환경 뭐 스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공 플라스틱이 아니었다. 아닌가 내가 디자인 때문에 감동받았었나? 아무튼 같이 간 친구와 꽤나 이것저것을 보며 놀랐었다.
아마 이 공간을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단순 먹기 위해서만 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냥 핫플레이스라고 해서 와보고 싶다거나, 아니면 SNS에서 사진 찍은 모습을 봤는데 그게 예뻐서 나도 직접 보고 싶었다거나, 아니면 이 공간이 주는 느낌 자체가 좋아서 찾아왔다거나. 나의 경우 지인을 그냥 따라온 것이었는데 이 지인의 경우 여길 와보고 싶어서 메모를 해두었겠다. 근데 이 공간의 매력에 내가 빠진 이유는 아마 희소성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특별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단 이런 공간 자체를 만나기가 힘들겠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갑자기 군산이 떠오르는데 그런 곳 아니고서야 이렇게 오래된 여인숙을 개조해서 카페로 차린 곳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다 건물을 새로 짓고 거기에 들어가는 형식이지. 그래서 여기 신당동 카페 레레플레이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은 낡아 보이고 투박하지만 이런 공간 하나하나가 여기만의 매력을 살려주고 있었다. 시장을 통해 좁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지만, 들어오는 길과는 다르게 내부 공간은 이렇게 쾌적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솔직히 여기서 1~2시간 수다를 떨면 금방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 햇빛도 좋고 저 나무부터 벽면의 색깔까지 심리적으로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뭔가 건물만 놓인 느낌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이게 보는 사람 기준마다 다른 것이 누군가에겐 그냥 콘크리트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근데 여기서 여러 가지 메뉴를 살펴보고 직접 주문해서 받아보고 먹을 경우에는 아마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받은 느낌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경우 1층에는 자리가 없어서 2층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층은 좀 불편해하고 1층에 많이 머무르고 싶어 해서 상대적으로 한산한 느낌이 있어 좋았다. 다만 비가 온 평일이라 이 정도인 것이지 아마 주말엔 여기도 복잡하고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근데 나름 사장님께서 공간마다의 여유로움을 어느 정도 추구해주셔서 막 복잡하다거나 정신없진 않겠다. 그렇게 1~2시간 즐거운 수다를 떨고 밖으로 나왔다. 대화를 나눠도 좋고 가만히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이날 배가 불러서 빵은 먹어보지 못하고 떡만 먹긴 했지만 저 떡도 어떻게 보면 별것 없을 수 있지만 그냥 이 공간이 주는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었다. 좋은 시간을 보냈고 이런 공간은 가끔씩 와주면 그 자체로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