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알쓰도 맛있게 즐기는 바지락 술찜

디프_ 2020. 5. 21. 20:00

술은 잘 못 마셔도 안주는 좋아하는 1인의 선택, 바지락 술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났다. 예전에는 사람도 더 많고 나름 주기적으로 만났는데 이제는 다 뿔뿔이 흩어졌다. 연락이야 하면 닿을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 다 잘 살겠지. 한 친구는 평소 자주 보는 친구고 한 친구는 거의 2년만에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생전 그럴 실수를 안하는데 그날은 실수를 했다. 에어팟을 끼고 통화를 하며 집에 가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전화 수신음이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서 전화가 왔나 싶었는데 내가 전화를 건 것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버튼이 눌렸나보다. 그 친구였고 그렇게 정말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됐다. 이건도 인연이라고 한번 보자고 하게 됐고 한달 정도 지났나. 날을 정하고 이렇게 만날 수 있었다. 원래는 좀 나가려고 했지만 그냥 동네에서 모이기로 했고 편한 차림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처음엔 아쉬웠는데 나중에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잘한 선택임을 알았다.



여기는 그냥 동네에 있는 평범한 이자카야인데 처음에 깜짝 놀랐다.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 애초에 별도 테이블도 없도 없고 바테이블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자리가 굉장히 협소한 장소였는데 평일임에도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다. 들어가려고 하니 자리가 없다고 하셔서 그냥 다른 곳을 가야하나 카톡만 보내놓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한 친구가 도착했고 다른 한 친구가 마저 도착했을때쯤 귀신 같이 자리가 나왔다. 근데 다들 퇴근하고 한잔하고 가시는 것인지 한 자리가 일어나니 바로 다른 자리도 나더라. 우리가 앉고 다른 사람들도 와 금새 다시 차긴 했지만 아무튼 장소를 바꿀 필요없이 무사히 앉을 수 있었다. 비가 와서 움직이기도 귀찮았는데 다행이다.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조명도 적절하고 분위기 괜히 좋더라. 이런 분위기 개인적으로 완전 좋아한다. 다들 저녁을 먹지 않았던만큼 우선 메뉴를 주문했다. 바지락 술찜 하나와 통베이컨 크림 파스타 그리고 각자 생맥주 한잔씩을 주문했다. 원래라면 소주를 마셔야겠지만 나 포함 다들 술을 잘 못하니까.. 그리고 멀리 나갔으면 몰라도 동네니까 다들 참는 기색이었다. 아 그리고 먹다가 나중에 추가로 새우야채 튀김을 주문했다. 한잔씩 더 주문하면서! 맨 마지막에 있는 사진은 기본 안주로 나온 두부와 오이다. 술이 수분을 뺏어가니 수분 보충용인가?


우리를 여기로 인도해준 친구는 이날이 두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 왔을때 곱창 나베를 먹었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 그걸 시킬까 하다가 소주도 아니고 맥주 마시는데 나베까지 먹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 가게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베라면 내가 생각하는 맑고 진한 국물에 이것저것 담아서 나오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건 패스했고 나름 고민을 하다가 주문을 한 것이다. 원래 오기 전 초록창에서 검색했을땐 이 메뉴판에 나와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종류가 있던데 막상 별로 없었다. 근데 우리가 이날 주문한 파스타 종류는 정말 생소하긴 하다. 이자카야에서 파스타도 파나? 식사를 하면서 반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인가? 개인적으로 술집을 다녀본 경험이 많이 없긴 하지만 내 기준 정말 생소했다. 그런데 그걸 또 우리가 주문했고.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그걸 선택했다. 앞서 말했듯이 다들 식사를 안하고 온 상태이기 때문에 식사 느낌의 메뉴 하나는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긴 했다. 뭐 결과적으로 남기는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다 잘 먹긴 했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름부터 소주와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나처럼 맥주를 좋아하는 알쓰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바지락 술찜 1만 5천원 짜리다. 이름이 왜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술 맛은 전혀 나지 않던데 다른 이유가 있나? 얘를 제대로 처음 먹어본 것이 아마 작년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청담동 쪽에 위치한 이자카야를 우연히 방문하게 됐는데 분위기가 정말 너무 좋았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더라. 다만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아마 티스토리에도 포스팅 했을텐데.. 아무튼 거기서 이 메뉴를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해감도 잘 되어있었고 그냥 그 특유의 짭쪼름함과 감칠맛이 좋았다. 그날도 소주가 아닌 맥주를 마시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잘 어울리다는 느낌으로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아마 소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근데 난 좋았다. 난 그냥 그들에겐 안주털이범일테니까.. 정말 가끔 해감이 잘 안된 것들이 씹히긴 했지만 못 삼킬 수준은 아니었고 금새 잊을 수 있었다. 여기 역시 맛있더라. 다만 청담에서 먹었던 것이 더 괜찮긴 했다. 괜한 기분 탓인가.



그리고 통베이컨 크림 파스타가 연이어 나왔다. 처음에 나이프를 왜 주시나 했는데 니 베이컨을 썰어먹으라고 주신 것이었다. 사장님께서 말을 하면서 주시긴 하는데 워낙 자리들이 붙어있어서 소음도 있고 해서 잘 안 들렸다. 물론 나 역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 없기도 했고! 오랜만에 맥주도 마시고 분위기도 좋고 그래서 그런지 음식들이 빨리 나왔는지 느리게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평소라면 거의 밥만 후딱 먹고 나가기 때문에 늦게 오면 늦게 오는 것을 알고 빨리 나오면 빨리 나왔다는 것을 알텐데 이날은 그런 판단을 할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즐거웠었단 말이 되겠다. 솔직히 이 메뉴는 큰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나름 구성이 야무지게 나왔다. 칵테일 새우 같은 것도 나오고 버섯도 있고 무엇보다 베이컨이 실하게 들어가있어 나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더라. 파스타 면 익힘 정도도 만족스러웠고 소스도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간이 적절히 잘 되어있었다. 여기 요리 잘하시는 편인 것 같다. 그러니 동네 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이겠지.



바지락 술찜과 파스타로 1차전을 끝내고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했던 맥주도 거의 바닥을 보여 슬슬 해산할 분위기가 잡혔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대로 갈 순 없다고 한잔씩만 더 먹자고 하여 그럼 메뉴도 하나 더 주문하자고 했다. 이날 오랜만에 만난 세 친구의 공통점은 다이어트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잊었던 것 같다. 아까부터 한번 먹어보면 괜찮았을 것 같은 새우야채 튀김으로 눈이 갔고 다른 친구들도 찬성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테라 한병을 주문하여 나눠먹는다고 하길래 난 색다른 것을 먹어보고 싶어 하이볼을 주문했다. 사실 하이볼도 오리지널, 시소 이 두가지만 있길래 처음에 주문하지 않았다. 난 레몬이 가득 들어간 달달하면서 그냥 음료수 같은 그런 하이볼을 좋아하는데 오리지널은 굉장히 센 느낌이었다. 근데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오리지널 안에 레몬이 담겨나온다고 하였고 그렇게 술 맛이 강하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믿고 이렇게 주문해보았다. 생각해보니 난 술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음료수 같은 술을 좋아한다. 근데 그런 음료수 같은 술이 많이 없으니 술 자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된건가? KGB 레몬맛 이런거 굉장히 맛있던데.. 그것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고 약간 신나진다.



여기 하이볼은 내 기준으로 조금 셌다. 근데 나중에 얼음이 녹아 희석되니 좀 괜찮아지긴 했는데 처음엔 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아 어떻게 먹나 싶었다. 결국 다 먹진 못하고 반이 조금 넘게 마신 것 같다.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먹은 것이다. 우선 애초에 생맥주 하나를 다 비운 것이 대단하고 추가로 하이볼도 마셨으니 이런 날도 또 오랜만이다. 개인적으로 생맥 500짜리 주문하면 한 400정도 먹으면 딱 좋더라. 마지막 남은 한두모금은 다 식어서 또 맛도 없고 잘 안 마시게 되더라. 근데 이날 이만큼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안주 영향도 있겠다. 이 새우 야채 튀김 맛있었다. 기름도 깨끗한 것 같고 잘 튀겨져 나왔다. 사실 튀김 요리가 맛이 없기가 힘들지만 정말 술 안주로 딱이더라. 그리고 간도 적절히 잘 되어있고 그냥 깔끔했다. 느끼하지도 않고! 그렇게 신나게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다가 시간이 다 되어 밖으로 나왔다. 한 3~4시간 정도 머무른 것 같다. 시간 빨리 가더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신난 것도 있지만 이 가게 덕도 있었다. 돈을 지불하고 얻은 것들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내 취향이었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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