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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중앙시장 잔치국수가 아직 4천원! 양 많네~

디프_ 2019. 5. 24. 23:59

서울에선 만나기 힘든 경주 중앙시장 4천원 잔치국수


지난 3월, 경주 여행을 다녀왔었다. 목적지에 대한 큰 의미는 없었고 그냥 학창시절 다녀왔던 수학여행 추억을 살려서 오랜만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이런 마음을 가진지 몇년이 흘렀는지 이제서야 다녀오게 됐다. 차를 타고 가면 오랜 시간 도로 안에 갇혀있을 것 같아 버스를 예약 후 다녀왔다. 차를 타고 3시간 이상 가야하는 거리는 그냥 고속버스를 이용하는게 속 편하다. 아침 일찍 나와 그 시간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도 있고 몸도 피곤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고속버스를 타고 경주에 도착했다. 버스 출발시간에 딱 맞춰 도착해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했다. 이 출발할 때 시간을 딱 맞춰 도착하는 이 못된 습관을 버려야하는데.. 그래도 뭐 무사히 왔으니 다행이다. 캐리어를 끌고 왔기에 짐부터 풀어야했다. 숙소는 일부러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잡았다.



내가 묵었던 곳은 경주인 게스트호텔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아니지만 조식도 나오고 나름 이것저것 섞인 그런 곳이었다. 가격은 좀 있었지만 방 크기도 괜찮고 상태도 괜찮았다. 다만 늦은 밤 시간엔 위치가 좀 아쉬웠다. 골목길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좀 무서웠다고 해야하나. 조명도 없어서 길을 잘못 들으면 찾기가 힘들었다. 근데 위치를 잘 외우고 다니는 편이라 많이 헤매진 않았다. 사장님도 착하시고 괜찮았던 곳이다.



짐을 대충 풀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우선 경주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2박 3일로 시간이 빠듯했다. 말이 2박 3일이지 마지막 날은 거의 눈 뜨자마자 서울로 출발해야했기에 실상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도착한 이날과 토요일 뿐이었다. 그리고 우선 배가 고프기도 했다. 오는 동안 휴게소에 잠깐 들려 뭘 주워먹긴 했는데 그걸론 성에 안 찼다. 



그렇게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중앙시장에 도착했다. 인터넷에 핫하던 야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오기 전 말만 듣고 사진은 찾아보지 않아, 규모가 꽤 큰 줄 알았다. 근데 눈에 담기는 것이 전부였다. 가게가 좁은 골목을 만들고 일렬로 쭉 있는데 실제 매장은 10개 정도 되려나.. 15개..? 아무튼 그렇게 많지 않고 동선도 상당히 짧다. 예전에 대구에 놀러갔을 때 갔던 시장에 비하면 여긴 축소판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었다. 여기서 뭘 사먹을까 싶다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중앙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놀러갔을 때 꼭 시장을 둘러본다. 시장에서 여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사실 그냥 둘러보는 것 자체가 재밌다.


그러다 잔치국수를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문을 연 가게 자체가 이때 많지 않기도 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나.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야시장을 돌아오는 밤에 본 것과 낮에 본 것을 헷갈리나보다. 그래도 낮에 몇군데 매장은 문을 열긴 했다. 밤에 사람은 많고 가게는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


아무튼 가볍게 후루룩 마시는 느낌으로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가 급 땡겼고 안으로 들어갔다. 6시 내고향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진위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콩국수를 제외한 손칼국수, 칼제비, 수제비, 잔치국수, 냉국수 모두 4천원이었다. 완전 저렴이다. 메뉴가 5천원을 넘는 것이 없다. 국수니까 가능하지 싶은데 서울에서는 이런 가게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물가나 임대료 등을 고려하긴 해야겠지만 말이다.


안에 들어오니 시원한 것이 먹고 싶어 잔치국수와 냉국수 하나씩 주문하기로 했다. 그렇게 주문을 하려고 하니 냉국수가 별다른 것이 아니고 그냥 잔치국수에 차가운 육수만 부으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순간 그냥 잔치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한번 먹어보자 싶어 뜨거운 잔치국수 하나와 차가운 냉국수 하나를 주문했다. 콩국수는 여름부터 판매한다고 하셨다.


주문을 할 때 내 서울말이 어색하셨는지 몇번이고 메뉴를 반복해서 말했음에도 잘 알아듣지 못하셨다. 내 말투가 그렇게 어색한가.. 하긴 서울 사람들도 처음 들으면 어조가 특이하다고 말하는 편이니 경주에서 태어나고 거주하신 분한텐 유독 더 심하게 들리실수도 있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끝에 메뉴 주문은 성공했다.



경주 중앙시장에서 주문한 잔치국수와 냉국수가 나왔다. 깍두기 옆에 있는 것이 냉국수인데 비쥬얼에선 큰 차이가 없다. 양은 딱보기에도 많았다. 주변에 주인 아주머니와 친하신 친구분들을 포함해 자주 오시는 것 같은 단골 손님이 많았다. 타지에서 놀러온 사람은 우리뿐인 것 같았다. 하긴 다 앞에 꾸며져있는 야시장에서 식사를 즐기지 이 안까지는 안 오겠다 싶었다.


먹어봤다. 우선 기본적으로 간이 좀 있어 좋았는데 사실 냉국수는 실수였다. 잔치국수가 더 괜찮았는데 이마저도 완전 연기가 모락모락 날 정도로 뜨겁지 않아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다. 후루룩 먹기엔 좀 식은 상태가 낫긴 하기 때문에 이것은 어느정도 개인 취향이 있을 수 있겠다. 그냥 기억나는 것은 이 깍두기가 너무 맛있다는 사실 하나였다. 앞서 말했듯이 양이 좀 많은 편이라 나름 먹었는데도 좀 남았다. 나에게 여행은 곧 먹방이기에, 앞으로 먹을 것이 많이 남아있기에 굳이 욕심내지 않았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나왔다. 아 여기는 그리고 카드가 안된다.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처음에 당연히 카드를 내려고 해서 약간 머쓱했다. 근데 뭐 껌 하나를 사도 카드를 내는 사람들도 있으니..


아무튼 오랜만에 낯설지만 친근했던 분위기의 식당에서 기분 좋은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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