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그 외 지역

강구안에서 거북선 바라보며 청승떨기

디프_ 2017. 12. 27. 21:24

강구안에서 거북선 바라보며 청승떨기

 

 

 

 

숙소에서 나와 좀만 걸으면 바로 이렇게 바다와 배가 보이는 강구안이 나타난다. 낮에 시장을 둘러보다가 '저긴 뭔데 배들이 저렇게 있는거지' 하고 잠깐 봤었는데 나름 이름이 있는 곳이었다. 나에게 여기는 통영에서 2박 3일 머무르는 동안 친구들과 실컷 수다를 떠는 공간이었다.

 

잠시일지 영원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제일 친했던 친구, 매일 연락하는 친구 심지어 예전 회사 사람과도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나는 '태풍 때문에 배도 못 떴다. 괜히 왔다. 나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라는 말로 모든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내가 투정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럴 때보면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나보다. 하긴 흔히 말하는 답정너처럼 이 친구 평소 성격을 알아 이런 질문을 하면 이런 말을 할 걸 아는데 그 말을 듣고 안도하고 싶어 일부러 캐묻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정말 만나는 친구들만 만났다. 물론 이런저런 곳을 다니다보니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중 지속적인 교류를 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연락이 왔을 때 내가 피했다. 그 사람이 싫다기보단 대부분 귀찮다는 이유가 컸다. 그 와중에 친해진 사람들은 그 귀찮음을 이기고 내가 만나고 싶어한 사람들이었겠지.

 

그러다 한 3년 전인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계기는 잘 모르겠다. 너무 같은 곳만 바라보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이곳저곳 대외활동도 참여하고 생전 나가지 않던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싶었고,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너 또 어디가냐 그런델 왜 가냐'며 물었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쉬운건 이미 졸업을 할 시즌이라 이런 삶의 변화를 주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

 

이 당시 새로 친해진 친구 중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너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는 알겠지만, 지금 누군가를 만나 새롭게 우정을 쌓는 것은 힘들다. 지금 있는 사람들과 더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공감했다. 지금은 서로 바쁘고 누군가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그 처음에 대한 목적이 있어야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시작부터가 다르다. 지금 또 왜 이 당시가 생각이 났냐면, 정말 이젠 곁에 남을 사람들만 남은 것 같다. 여기에서 없어지면 없어졌지 더 생기진 않을 것 같다. 사회에서 만나는 그런 관계가 아닌 서로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대하는 사이 말이다.

 

 

 

 

갑자기 이야기가 새버렸다.

낮에 보는 강구안의 모습. 저 멀리 산이 보이기도 하는데 낮보다는 밤이 훨씬 이쁘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북선의 모습. 사실 여기의 이름이 강구안이라는 것도 여기 도대체 거북선이 왜 있는거지 하면서 둘러보다가 표지판을 보고 알게 되었다. 밤에는 출입구를 막아두었지만, 낮에는 안에 들어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밤인지라 바람이 어느정도 불긴 했지만, 추울 정돈 아니었다.

 

여기 바로 앞에 서브웨이가 있다. 주변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아니어서 그런지 가끔 먹으면 이 서브웨이가 그렇게 맛있다. 오랜만에 하나 먹어볼까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마감 시간이어서 포장을 하고 밖으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앉았다. 전화하면서 다 흘려가며, 청승 떨며 먹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반응형